'국정원 특활비 상납' 남재준·이병기 前국정원장 구속기소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기자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7.11.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뇌물로 상납한 혐의를 받는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국정원 자금을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국고등손실 및 뇌물공여) 및 현대기아차그룹이 대한민국재향경우회에 부당한 자금지원을 하도록 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및 강요) 등으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국정원장 임명에 대한 보답과 향후 임기 및 인사, 예산편성 등 국정원장으로서의 직무수행 및 국정원의 현안과 관련해 대통령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받을 것을 기대하면서 국정원장 특별사업비 중 일부를 빼내 대통령에게 뇌물로 제공하기로 계획했다.

남 전 원장은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부터 2014년 4월까지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게 지시해 국정원장에게 배정된 국정원 예산(특별사업비) 40억 원 중 매월 5000만원을 현금으로 준비한 다음 비서실장 박모씨로 하여금 이재만 당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에게 전달하도록 하고, 이 전 비서관은 이 현금을 대통령에게 전달해 12회에 걸쳐 총 6억 원을 뇌물로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원장 역시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국정원장에게 배정된 국정원 예산 40억 원 중 매달 1억 원을 현금으로 준비한 다음 8회에 걸쳐 합계 8억 원을 이 전 실장에게 지시해 안봉근 당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박모 비서실장이나 이 전 실장은 국정원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출입 사실이 노출되지 않도록 청와대에 파견 중인 직원을 접견한다는 명목으로 출입하거나, 연무관 인근 골목길에서 청와대 비서관들이 보낸 차량에 탑승해 청와대에 진입하거나 돈 가방을 전달하고 함께 청와대 인근을 한 바퀴 돌고 난 다음 하차하는 등의 방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 전 원장은 2013년 10월 이 전 실장에게 "경우회가 집회 활동을 많이 하는데,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경우회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 VIP(대통령) 관심사안이다"라는 취지로 지시하고, 이 전 실장은 김모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을 만나 이같이 경우회 지원을 요청하도록 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국정원 직원은 대기업 등 민간을 상대로 한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정권 초기 국정원 기조실장의 요청을 거절할 경우 기업활동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해 경우회를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로 하여금 경우회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페이퍼컴퍼니인 경안흥업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은 기존 물류 운송 및 관리 계약의 중간에 경안흥업을 끼워 넣고 물류관리 수수료 명목으로 경안흥업에 운송물류 톤당 10달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간 약 25억 원 상당을 경안흥업에 지급했다.

검찰은 "불구속 수사 중인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이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의혹과 관련해서는 추후 관련자들을 함께 일괄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