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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불금의 새벽… '음주 공화국'의 아찔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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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우 기자
  • 한민선 기자
  • 박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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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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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강남 거리 곳곳 취객에 몸살, 파출소 마비 상태…"술에 관대? 더이상 안돼"

9일 오전 1시57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길에 119 구급차가 폭행으로 다친 시민을 이송하기 위해 출동했다. / 사진=한민선 기자
9일 오전 1시57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길에 119 구급차가 폭행으로 다친 시민을 이송하기 위해 출동했다. / 사진=한민선 기자
매서운 칼바람으로 체감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졌지만 연말 '불금'(불타는 금요일) 서울의 밤은 낯 뜨거웠다. 유흥가에서는 술에 취해 비틀대는 사람들 사이로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는 경찰차가 계속해서 오갔다.

본격적인 송년회 철에 들어서자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는 비상이 걸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취객들이 생활 치안 거점들을 점령하고 있다. 만취한 이들 탓에 다수 시민들의 생활 안전에 투입돼야 할 인력들이 엉뚱한 데 발이 묶인다. 술에 관대한 우리 사회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호소가 나온다.

8일 밤 10시 거리마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다. 상점마다 트리 장식이 가득했고 멋스럽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송년 모임을 즐겼다.

한 손에 케이크 상자를 들고 있던 직장인 이모씨(28)는 "생일은 아니고 연말이라 샀다"며 "친구들과 술 마시며 올해도 잘 보냈다는 것을 자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여기저기서 즐거움이 괴로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태원 거리 골목마다 비틀대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오후 11시 45분쯤 한 여성이 술에 취한 듯 몸을 가누지 못하고 거리에 쓰러졌다. 일행이 부축했지만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여성의 상태를 살폈다.

자정을 넘겨 9일 오전 1시57분쯤에는 이태원 뒷골목에 응급차 한 대가 도착했다. 옆에는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이 얼굴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술을 마신 상황에서 지나가는 사람과 시비가 붙었다. 또 다른 한 남성은 셔츠가 다 찢어진 상태였다.

이 일대를 맡고 있는 이태원파출소는 그야말로 주취자 세상이었다. 술에 취해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취재진이 지켜본 이날 오전 1시부터 3시까지만 최소 20명 이상의 취객이 33㎡(10평) 남짓한 파출소를 드나들며 북새통을 이뤘다.

9일 새벽 경찰이 각각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왼쪽)와 용산구 이태원파출소 앞에서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주취자를 살피고 있다. / 사진=한민선, 박치현 기자
9일 새벽 경찰이 각각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왼쪽)와 용산구 이태원파출소 앞에서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주취자를 살피고 있다. / 사진=한민선, 박치현 기자
사건도 사건이지만 가장 경찰관을 괴롭히는 건 술에 취해 아예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들이다. 오전 2시쯤 이태원파출소 바로 앞에서도 경찰 3명이 동원돼 한 남성을 일으켜 세웠다.

이 남성은 "뭐하니?"라며 잠을 깨운 경찰관들에게 반말로 항의하더니 이내 차도로 뛰어들었다. 경찰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시 남성에게 매달렸고 간신히 안전한 곳으로 옮겨 신분증을 확인한 뒤 파출소 안으로 데려갔다.

비슷한 시각 강남 일대 유흥가를 담당하는 서초2파출소에서도 취객이 소동을 피우고 있었다. 한 40대 남성은 제집 드나들듯이 파출소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 큰소리로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어떡하라고, 세 시간을 기다렸다고!"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지 못했다는 불만이었다.

경찰관들은 "이해한다"는 말로 취객을 달래 보내려 했지만 이 남성은 30분 가까이 소동을 피웠다. 결국 파출소 문을 걸어 잠그자 자리를 떴다. 류재운 서초2파출소 팀장은 "사회 울분을 여기에 쏟아내는 것 같다"며 "다른 업무가 너무 많은데 일일이 관공서 주취소란죄를 적용하기도 힘들어 통상 입건 없이 해결한다"고 말했다.

주취 폭력도 계속됐다. 오전 1시쯤 20대 남성이 얼굴에 피를 흘리며 파출소에 들어와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노래방에서 어깨를 부딪쳐 시비가 붙었다는 이유였다.

술이 아니었다면 벌어지지 않을 수 있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술주정을 넘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경찰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5대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가운데 27.5%(70만8794건)가 음주에서 비롯됐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술 취한 대한민국의 민낯을 지켜본 일선 경찰들은 음주에 관대한 문화를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상호 이태원파출소 소장은 "이성을 잃고 기억을 못하는 상태에서 각종 사고로 이어진다"며 "과도한 음주 중심의 유흥문화를 바꿔 술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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