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갑씩 편의점 순례해요"…아이코스 '사재기'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한 흡연자가 편의점에서 히츠를 여러 갑 구매하고 있다./사진=한지연기자

#12일 오후 12시30분 서울 종로의 한 편의점. 한 직장인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전용스틱 '히츠'를 한번에 다섯 갑 구매했다. 편의점주는 "이달들어 '히츠'를 대량으로 사가는 사람이 많다"며 "하루에 한 명 이상은 꼭 보루(10갑)로 사러 온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국회가 전자담배 궐련에 붙는 지방세를 현재보다 532원 올리는 인상안을 통과시키면서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우려로 궐련형 전자담배스틱 대량 구매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4년초 세금 인상으로 담배 판매가격이 기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껑충 뛰었을 때와 비슷한 움직임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관련 세금이 오르며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등 일부 소비자들이 편의점을 돌며 전용스틱 대량 구매에 나서고 있다.

아이코스 흡연자인 권모씨(27)는 "전용스틱을 무한대로 살 수 있었던 9월, 아이코스 매장을 방문해 전용스틱을 몇 보루씩 사뒀다"고 말했다. 권씨는 "그 후 편의점에 갈 때마다 보루로 전용스틱을 살 수 있는지 묻고, 가능한 곳에서는 사두기도 했다"면서도 "가격이 오른다니 이젠 더 이상 사재기하지 않고 사놓은 것만 태우다가 담배를 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증액 개정안도 이달 중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438원인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750원으로 오른다. 담배업계에선 관련 세금 인상에 현재 전용스틱 1갑당 4300원인 판매가격이 5000원 이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사진=이재은기자

이날 종로와 광화문 일대 편의점을 돌아본 결과 3곳 중 2곳 꼴로 히츠를 보루로 대량 구매해가는 고객이 많다고 편의점주들이 답했다. 한 편의점주는 "두 보루씩도 판매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재기 방지를 위해 지난달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 단속에 나섰다. 편의점 점포별 발주량은 직전 3개월간 월평균 매입량의 110%를 초과해선 안된다. 이때문에 일부 매장은 손님 한 명 당 살 수 있는 담배스틱 개수에 제한을 뒀다. 광화문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보루 단위로 판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최대 9갑까지는 한번에 드리겠다"고 말했다. 10갑이 한 보루다.

한편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 6월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출시하며 열풍이 시작됐다. 이에 BAT가 8월에 ‘글로’를 내놨고 KT&G는 11월 ‘릴’을 출시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60만갑이던 궐련형 전자담배 반출량(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전 단계로, 제조업체가 도·소매 업자에게 넘긴 것)은 지난 10월 2070만갑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