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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불법주차 700m…시민 안전 위협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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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0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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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지자체·경찰 '책임 떠넘기기' 전문가 "단속 강화 능사 아냐…실현 가능 방안부터"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지난해 12월 25일 영등포시장 앞 차도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고 있다.2017.12.25/뉴스1© News1 류석우 기자
지난해 12월 25일 영등포시장 앞 차도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고 있다.2017.12.25/뉴스1© News1 류석우 기자

2017년 12월 25일 새벽 1시, 서울 영등포시장 앞 차도는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조명 대신 끝없이 늘어선 자동차의 빨간 불빛으로 물들었다.

시장 앞 편도 3차로를 차지하고 길게 늘어선 불법 주정차 차량 사이로 삐져나온 수십 명의 시민들은 차로까지 내려선 채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고 있었다.

심야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도 차로 위로 내려와야 했다. 3차로를 점거한 불법주차 차량 탓에 버스가 2차로에 정차했기 때문이다. 승객들이 차도를 건너 버스에 다가가자 그들 곁을 택시 한대가 쏜살같이 스치고 질주하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는 공무원이나 경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밤마다 도로 한쪽이 무법 주차장이 되고 승객들이 인도 아래로 내려와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택시와 버스를 잡는 곳. 이곳은 영등포시장 사거리 앞 '불법주차구역 700m'다.

◇"불법주차 탓에 도로 내려가야"…시민 불편 극심

무단주차 딱지가 붙은 차량 틈새로 빠져나와 도로 한가운데서 택시를 잡던 황모씨(50)는 "이 시간에는 (불법주차 차량에 가려서) 인도에서 택시를 잡을 수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도로로 나와야 한다"고 토로했다. 곁에서 택시를 잡던 표모씨(28)도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택시가 오는 게 안 보이고 빈 택시도 나를 못 보는 것 같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불편은 택시 이용객만이 아니었다.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도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영등포시장역에서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던 김모씨(22·여)는 "이 시간대는 항상 불법주차 차량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며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버스가 잠깐 2차로에 섰다가 출발하기 때문에 버스를 타려면 달음박질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곁눈질로 버스를 살피던 김씨는 버스가 도착하자 주위를 살필 틈도 없이 차로로 뛰어들었다.

영등포시장역에서 버스를 처음 이용한다는 최모씨(24·여)도 "버스를 타려면 도로를 가로질러 가야 되는데 갑자기 차량이 질주하면 어떡하냐"며 불안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불법이 불법을 낳는 상황에서 버스 기사들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9년째 영등포시장 앞을 거치는 5012번 버스를 운전한다는 정모씨(55)는 "규정대로 버스승강장에 정차하고 싶다"면서도 "인도 옆 도로를 불법주차 차량이 막아서고 있으니 손쓸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주말 밤만되면 손님도 불안하겠지만 우리도 불안하다"는 정씨는 "영등포시장에서 승객을 태울 때마다 승용차가 뒤에서 튀어나오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0월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영등포구에서만 단속된 불법주정차 차량은 60만대가 넘는다. 같은 시기 경찰이 10~12월 전국 보행자 교통사망사고가 가장 잦은 도로 27곳 중에서도 영등포시장 앞 도로가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센터장은 "도로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100%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며 "사람과 차가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 높아졌기 때문에 당연히 사고 위험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5일 영등포시장역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승하차 하고 있다.2017.12.25/뉴스1© News1 류석우 기자
지난해 12월 25일 영등포시장역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승하차 하고 있다.2017.12.25/뉴스1© News1 류석우 기자

◇퇴근한 공무원, 무용지물 CCTV…방치된 불법주차

현행 도로교통법은 Δ공무원 현장 단속 Δ폐쇄회로(CC)TV 단속 Δ신고접수 등 방법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지만 현장 근무자들은 "심야시간대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고백했다.

불법주정차 단속업무는 평일 오후 10시, 주말 오후 6시까지 영등포구청 공무원이 맡고 심야시간대 단속은 경찰 업무다. 문제는 양측의 업무협조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은데다 심야시간대에는 폐쇄회로(CC)TV 판독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영등포구청의 한 공무원은 "단속 공무원이 퇴근하고 나면 CCTV나 경찰 단속에 의지해야 하지만 둘 다 여의치 않다"며 "24시간 단속은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놨다.

경찰도 '치안 업무로 바쁜데 불법주정차 단속까지 대신해주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등포경찰서 지구대의 한 관계자는 "지구대의 밤은 낮보다 훨씬 더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한다"며 "도로를 점유하고 교통을 방해하는 차량이 아니라면 불법주정차 차량 단속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특히 날이 어두운 심야시간대에는 불법주정차 단속용 폐쇄회로(CC)TV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것도 '24시간 단속'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구청 관계자는 "영등포시장 사거리에서 영등포로터리 도로에 총 3대의 폐쇄회로(CC)TV 설치되어 있지만 밤에는 어두워서 번호판 식별을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법주정차를 하고도 "원래 여기는 밤에 차를 대도 상관없는 곳" "나 말고도 대는 사람이 많다"고 큰소리를 치는 사람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전문가 "불법주차 근절 어려워…현실적인 방안부터 차근차근"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단속 강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불법주차 현상을 완화할 방안을 찾으면서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준 센터장은 "도시 계획을 세울 때 주차 면수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도로를 설계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단속만 강화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분석했다.

구청 단속과 공무원들도 같은 원인을 지적했다. 영등포구청의 한 관계자는 "별도의 주차구역을 확보하지 않고 단속만 강화하면 오히려 역민원이 빗발친다"며 대책없는 단속 강화는 곤란하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불법주정차에 대한 일괄 통제가 불가능한 제도적 문제점도 불법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봤다. 특정 시간대에는 불법주정차를 단속하지 않는 '단속유예 제도'를 한 예로 꼽은 그는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애매한 상황을 법이 마련해주는 꼴"이라며 "국가가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바른 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번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기대하기보다는 '트래픽 카밍'과 같은 대안으로 불법주정차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래픽카밍(Traffic calming·교통진정지구)이란 도로 형태를 바꾸거나 구조물·표지판을 설치해 교통흐름을 진정하는 도로 관리방법이다. 서울시청 앞 덕수궁 옆 도로를 지그재그형 도로로 변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부재에 따른 불법주차로 인한 불편은 온전히 시민의 몫이 되고 있다.

지자체와 경찰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시민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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