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문 열자마자 먹통'…가상통화 투기과열이 부른 촌극

5일 신생 가상통화 거래소가 정식 개장 첫날 온라인 접속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서버가 다운돼 서비스가 일부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가상통화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휩쓸리는 대한민국 투기 과열의 현 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신생 거래소에 10만명 접속 무슨일?=이 날 오전 7시쯤 ‘코미드’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당일 오전 9시 정식 서비스를 개장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하지만 개장 당시 코미드 사이트를 볼 수 있었던 이용자는 거의 없었다. 10만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코미드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서버가 다운됐던 것. 불통 사태는 오전 내내 간헐적으로 지속되다 오후에 정상화됐다. 코미드 측은 “한꺼번에 웹서버에 접속량이 몰리면서 서비스가 불안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웹서버와 체결서버는 별개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코미드는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이더리움클래식, 라이트코인 등 5개 가상통화를 취급하는 거래소다. 거래소측은 회원들의 거래량이 동시 몰릴 때 동시체결 수용 능력이 업계 최대규모라고 강조했지만 개장 첫날 사이트 접속량을 이기지 못해 서비스 마비됐다는 게 아이러니다. 개장 첫날 서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방문자가 몰릴 것으로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해명이다.

업계는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아랑곳없는 가상통화 투기 과열이 이같은 촌극을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가상계좌 신규 발급 중단과 수수료 경쟁 등의 여파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새로 등장한 신규 거래소들에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 거래소들이 난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운영되는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는 벌써 30여 곳에 달하고 올 상반기 중에만 10여곳이 추가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가상통화 거래소 개소와 관련한 정부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거래소 난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상통화 거래소를 설립하려면 지자체에 4만원을 내고 통신판매사업자로 신고만 하면 된다. 거래소 IT시스템도 오픈소스를 통해 3~4개월 정도 연구하면 어렵지 않게 구축할 수 있다. 단순한 거래소 시스템 구축 자체만 놓고 봤을 때 기술적으로도 높은 수준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수료 기반이라 단타 이용자들만 잘 잡으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투자자 보호 나서야” 지적도=일각에서는 정부가 투자자 보호조치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4시간 시세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상통화 거래 시장의 특성상 서비스 접속불량 혹은 중단으로 인한 투자자 손실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데, 아직 서비스 제공사의 책임 및 보상 범위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중소 업체들이 제대로된 보안 시스템도 갖추지 않은 허술한 거래소를 양산해도 가할 제재도 마땅치 않다. 두차례 해킹을 당해 결국 파산절차를 밟은 유빗 사례가 대표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정부분 검증된 기업만 거래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진입 규제를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 경우 가상통화를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게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가상통화 거래소를 회원사로 둔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최근 자기자본 20억원 이상, 정보보안시스템 및 정보보호인력·조직 운영 등 거래소 운영요건에 대한 자율규제안을 내놨지만, 이를 준수할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게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