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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치여도 아파트 단지 밖에서 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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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훈 기자
  • 2018.01.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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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Law&Life-교통사고 치외법권? '아파트 단지' ①] "'양심불량' 부르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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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지난해 10월 대전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당시 6세였던 A양이 숨졌다. 119구급대원인 어머니 B씨는 "심폐소생술을 제 아이에게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같은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법적 조치를 취해달라는 청원을 청와대에 올렸다.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교통사고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의 중과실로 인정되도록 법을 개정해달라는 취지다. 현행법상 일반 도로에서의 횡단보도 교통사고는 중과실로 인정되지만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피해갈 가능성이 있다.

청원 글에서 B씨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해야 하는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사유지 횡단보도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다시 똑같은 사건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10만명 이상이 청원에 참여했다.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가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를 관리·처벌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서둘러 법률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겉보기엔 같은 횡단보도…경찰이 그려야 '진짜'

운전자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내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일단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사망사고라면 가해자는 원칙적으로 사법절차를 밟게 된다. 반면 단순 부상사고는 그렇지 않다.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사고차량이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보험에 가입했다고 해서 모두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과 같은 법 제4조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무면허 운전 등 12가지 요인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나 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흔히 '12대 중과실'이라고 한다.

12대 중과실에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와 충돌한 경우도 포함된다. 그런데 A양처럼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해 다쳤더라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면 12대 중과실에 해당되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의 '횡단보도'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그린 것만 도로교통법상의 '횡단보도'로 간주된다.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 그려진 중앙선은 단지 측에서 임의로 그린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침범해도 중과실로 잡히지 않는다. A양의 어머니는 이런 점을 고쳐달라고 청원한 것이다.

◇"중과실 아니니까" "보험 있으니까" 가해자의 '양심불량'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가 특히 위험한 건 A양 사건처럼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중하게 대처해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도로는 도로교통법상의 도로로 인정하자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단지 내 횡단보도, 중앙선 설치도 경찰이 관리할 수 있고, 여기서 일어나는 사고도 12대 중과실에 포함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이 법안과 같은 해결방식은 위헌일 수 있다는 반대 논리도 있다. 김이수·서기석 헌법재판관이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한 음주운전도 도로에서 음주운전한 것과 똑같이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조항은 부당하다며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사건(2015헌가11)에서 이런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두 재판관은 다수의 합헌 의견에 반대하면서 "경찰권은 사생활, 사주소에는 원칙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권력의 개입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돼야 하며 개입 범위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들은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아파트 단지 교통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12대 중과실과 같은 교통사고 처벌 관련 규정이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음을 인식하고 피해자 중심으로 법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12대 중과실 등의 예외 자체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의 한문철 변호사는 "예를 들면 졸음운전이나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은 12대 중과실에 포함돼 있지 않은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런 것들을 중과실에 포함시켜 20대, 30대 중과실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한 변호사는 12대 중과실 같은 예외를 두지 말고 교통사고는 전부 처벌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사고를 내도 중과실만 아니면 보험 처리로 끝'이라는 인식을 퍼뜨리는 양심불량 촉진법"이라며 "피해자 중심으로 교통사고를 처리하기 위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폐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가해자들의 '양심불량'을 없애고 피해자를 보호하려면 모든 교통사고에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피해자와의 합의 같은 가해자가 유리할 수 있는 사정이 있을 땐 처벌을 약하게 하는 방식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1월 26일 (05:01)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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