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까지 5개월 남은 기촉법, 이번에도 연장하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그간의 성과와 평가'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연장이냐, 폐지냐를 놓고 논란이 반복돼온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일몰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기촉법은 구조조정 방식의 한 축인 '워크아웃'의 근거법이다. 일몰까지 5개월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국회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간 벼랑 끝 협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촉법 공청회를 열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그간 성과와 평가'를 주제로 했지만 사실상 일몰을 앞둔 기촉법 연장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한 공청회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그동안 기촉법의 공‧과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었지만 기촉법이 없었다면 일시적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이 급격한 부도상황에 직면하고 대출한 채권단들도 동반 부실화돼 국가경제 전체의 큰 충격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중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국면에 진입하게 되면서 기업들의 부채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한계 기업수도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기촉법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대에 대비하는 유용한 수단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기촉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연장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의 한 방식으로서 필요한 제도"라며 "국회와 논의를 거쳐 연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촉법은 IMF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연쇄 도산이 이어지면서 채권단 주도의 신속한 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만들어졌다. '금융기관간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일부 채권금융기관이 무임승차하거나 채권단내 합의도출에 난항이 계속되면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채권자의 재산권 침해, 관치금융 논란, 법정관리와의 충돌 등으로 인해 한시법으로 제정돼 매번 연장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한시법의 취지에 맞게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실적 필요성을 감안해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왔다. 이 과정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해 3차례나 실효됐다 재입법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아직 국회 논의는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연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기촉법 일몰로 워크아웃 제도가 사라질 경우 기업 구조조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기촉법이 실효됐던 시기 현대LCD, 삼부토건, 동양건설 등이 법정관리로 처리된 바 있다.

워크아웃 외에 채권단 자율협약과 법정관리라는 구조조정 방식이 있지만 '워크아웃'만이 가진 장점을 살릴 수 없다는 점도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다. 김석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워크아웃은 신규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고, 출자전환도 활발히 이뤄져 기업 규모를 유지하는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며 "신규자금지원이 상거래 채권 변제에 주로 쓰이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의 계속적 영업행위가 중요한 상황에서는 유리하다"고 밝혔다.

특히 법정관리는 조선, 건설업 등 수주산업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법정관리는 부채가 과도하고 채권자가 많은 경우 강제적인 채무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주산업은 법정관리 신청시 기존 수주계약이 취소되고 받은 선수금도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경영상황이나 채권‧채무관계의 특성, 수주‧수출 산업 등 해당 산업의 특성에 따라 기업에 최적화된 맞춤형 기업구조조정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기촉법 개정안이 2건 발의돼 있지만 논의는 이제 시작단계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기촉법 상시화를, 같은 당의 김종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기업구조조정시 공무원 및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면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촉법 연장 여부는 논의는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동안 논의된 내용들을 검토해 연장, 상시화, 폐지 등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