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가 다가 아냐"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성공요인

몇 해 전부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해 온 '서브스크립션(정기 배송) 커머스'. 화장품이나 꽃, 생필품 등을 일정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서비스다. 인기의 주된 이유는 '편리성'과 '재미'다. 해당 업체에서 제품을 선별해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뭘 사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 쇼핑 피로도가 낮다. 또 매번 다른 제품이 박스에 담겨오기 때문에 재미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배송 예정인 제품 중 필요 없는 것들이 있거나, 취향에 맞지 않는 경우다. 해당 서비스들은 '이번 달 배송 건너뛰기'나 '다른 옵션 선택' 등으로 강제성을 낮추는 방안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또 관련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서브스크립션 위협 요소를 극복하고 사업을 전개할까.

◇니치마켓 공략

정기 배송 분야 유사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 서비스 품질이 평준화된 점도 한계로 꼽혀왔다. 비슷한 의미로 소비자들이 '이전만큼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는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 비교적 흔한 소비재를 모아 유통하는 방식으로는 시장 선점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따라서 신선한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과 새로운 타깃 고객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벨루가 배송 패키지/사진제공=벨루가브루어리

벨루가브루어리(대표 김상민)는 국내 최초로 수제맥주(안주 포함) 정기 배달 서비스를 내놓은 회사다. 혼술 문화가 발달하면서 젊은층이 많이 찾을 것이란 단순한 예측과 달리 이곳 주요 소비층 가운데 하나는 '어린아이를 둔 부부'다. 통상 사람들은 퇴근 후 이태원 등지에서 희소성 있는 맥주를 즐기곤 하지만, 아이를 밀착해 돌봐야 하는 부모들은 그렇지 못해서다.

전문 셰프와 비어 마스터가 맥주에 어울리는 안주를 골라 함께 제공하는 등 큐레이팅 요소도 강화했다. 짙은 향과 쓴맛이 강한 에일맥주는 토마토스튜와, 라거 맥주는 치킨과 함께 제공하는 등이다.

김상민 벨루가브루어리 대표는 "수제맥주가 인기에 비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진 않은 편이라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라면서 "정보가 부족해 매번 익숙한 맥주를 찾게 되는 소비자들을 공략했다"고 했다.

◇맞춤형으로 체질·취향 저격

정기 배송 서비스 모델의 장점 중 하나는 '재구매율 유도'다. 일반 소비재와 다르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때 소비자 이탈이 생기지 않으려면 '소비자 만족도'와 '실용성'을 무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제품이면서 내게 딱 맞는 제품이라는 평가를 얻는다면 고정 고객 확보가 용이하다. 일부 스타트업은 '맞춤형 구독'으로 승부를 내고 있다.

톤28의 3부위(이마·눈·입과 턱) 맞춤형 화장품 패키징/사진제공=톤28

맞춤형 화장품 배송 업체 톤28(대표 박준수, 정마리아)의 재구매율은 28.3%이다. 일반 화장품 한 통의 재구매율이 약 3%라고 알려져 있는 것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다.


톤28 측이 고객의 집이나 회사 등을 방문, 피부 측정을 전문적으로 한 뒤 화장품을 제조·배송한다. 3개월 뒤 피부 측정을 다시 진행해 맞춤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박준수 톤28 대표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뿐 아니라 소비 트렌드는 앞으로 '맞춤형'이어야만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아디다스 등이 진행해 온 커스터마이징 서비스가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처럼 빠르고 원활히 처리되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고 했다.

제니끄 비만 유전자 검사 패키징/사진제공=제니끄

제니끄(대표 김덕윤)는 유전자 맞춤형 헬스&뷰티 솔루션을 개발, 정기 배송 서비스를 준비 중인 업체다. 유전자 검사 결과에 기반해 식단과 화장품을 제공할 방침이다.

소비자는 유전자 검사 키트를 집으로 배송 받은 뒤 집에서 직접 검사할 수 있다. 입속 타액을 면봉에 묻힌 뒤 이를 택배로 다시 반송하면 된다. 이후 그 진단 결과와 솔루션, 제품이 오는 방식이다.

현재는 상품 정비 중이라 유전자 상품과 리포팅 솔루션만 제공하지만, 올 상반기 내에 정식 론칭할 계획이다. 크게 '다이어트 DNA 프로그램'과 'DNA 스킨케어 솔루션', 2개가 오픈 예정이다. 사용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제품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실명과 코멘트를 공개하기로 했다.

김덕윤 제니끄 대표는 "해당 식단과 화장품은 관련 분야 전문의와 임상 영양사 등과 협업해 개발했다"며 "유전 검사와 솔루션, 상품을 토털로 제공하는 곳은 제니끄가 유일한 데다 정기 구독 시스템이 최근 각광받고 있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