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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좋은 노래가 지닌 ‘현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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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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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0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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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 작곡가 이영훈 10주기…노랫말과 멜로디 30년 전에 지었지만, 언제나 '지금의 음악'

1980년대 중반,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그룹 중 하나는 신촌블루스였다. 이 팀 연습실에 자주 드나들며 리더 엄인호에게 “곡 하나만 달라”고 응석(?) 부리던 이가 이문세였다. 그럴 때마다 엄인호는 “저기 키보드 치는 친구한테 가봐”라고 했다. 말수 적고 외로워 보이던 키보디스트는 “제 곡 한번 들어볼래요?”하고 수줍게 얘기했고 둘은 이내 의기투합했다.

이문세에 드리운 작곡가 이영훈의 그림자는 깊었다. 당시 흔히 쓰던 작법이 아닌 세련된 재즈 코드에 낯설어하던 이문세는 이영훈에게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물었고, 이영훈은 음을 뚝뚝 끊는 자기만의 스타카토 식 창법으로 가창을 안내했다.

‘그대 떠난 여기~’하며 시작하는 곡 ‘휘파람’의 창법에는 이영훈식 창법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셈이다.

둘의 궁합은 3집에서 5집까지 가장 빛났다. 한 땀 한 땀 소중하게 빚은 바느질처럼 느리지만 깊은 고민으로 투영된 28곡(3~5집)의 노랫말과 멜로디는 어느 곡도 쉽게 흘려듣기 어려울 만큼 값진 생명력을 자랑했다.

27일 고 이영훈 10주기 무대에서 아들 정환씨는 아버지를 이렇게 추억했다. “새벽에 자다 깨면 아버지 방 밑으로 불빛과 담배 연기가 조금씩 새어 나왔어요. 아파트여서 새벽에 피아노 소리가 나지 않도록 헤드폰을 끼고 작업했는데, 무음에서 나오는 피아노 타건 소리가 은은히 들렸죠. 그 소리가 너무 좋고, 또 엄숙해서 방에 바로 들어가지 못한 기억이 있어요.”

노랫말은 시고, 멜로디는 그 위에 이어붙인 그림이고 노래는 영상이었다. 한 곡에서 이 모든 예술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 것만으로도 동시대 뮤지션들은 “감사하다”며 아까운 천재 뮤지션의 죽음을 잊지 않았다.

이날 무대에 오른 가수 한영애는 참가 가수 중 유일하게 흥겨운 춤과 밝은 웃음을 곁들이며 열창했다. “영훈씨가 없는 추억의 자리가 아니라, 내 앞에 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어요? 우리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간 그를 일상의 친구처럼 두고두고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

한영애는 1주기 때 베이스와 단둘이 무대에 올라 독특한 구성으로 그의 곡을 선보였으나, 이날 10주기 무대에선 밴드 스타일로 원곡의 느낌을 재연했다. 그는 “추억을 소환하는 영훈씨의 곡은 시대가 바뀌어도 한결같다”며 “2018년에 그의 음악은 2018년 이야기이다. 그것이 이영훈이 가진 음악의 힘”이라고 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이문세가 ‘소녀’를 85년 원곡 버전으로 부를 때, 설명할 수 없는 뭉클함이 가슴 한편에서 불쑥 튀어 올랐다. 이문세는 “곡을 만드는 사람도, 노래하는 사람도 모두 작업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며 행복했던 시절”이라며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변할 수 있는 ‘사랑’보다 한결같은 ‘기억’에 매달리는 ‘단짝’은 그렇게 친구를 곁에 두고 있었다.

[우보세] 좋은 노래가 지닌 ‘현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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