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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달인 안민숙 "범죄피해자 고통은 사건 그날부터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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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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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숙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 상담국장 인터뷰 "지원제도 턱없이 부족…민관, 역할 나눠 협력해야"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안민숙 한국피해자지원협회 상담국장.   © News1 유승관 기자
안민숙 한국피해자지원협회 상담국장. © News1 유승관 기자

#지난해 여름 전남 목포의 조용하던 섬마을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3년 전 살인을 저지르고도 경찰 수사망을 피해왔던 30대 남성이 70대 노인을 강간하고 살해한 것이다. 이 사건은 '신안 할머니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잠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반년이 지난 지금, 범인은 자백했고 법원의 선고만을 기다리고 있다.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줄었지만 억울하게 노모를 잃은 피해자 가족의 시간은 그때에 머물러 있다. 재판이다 수사다 정신없이 뛰어다닐 동안 노모의 아들에게는 악화된 건강과 신경쓰지 못한 사업 문제만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 범죄피해 상담 1인자 안민숙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 상담국장은 앞선 사례와 같이 '피해자의 고통은 사건 발생 그날부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범죄피해자 지원제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안 국장은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상당수 강력사건에서 피해자 상담을 맡아 온전문가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상담한 건수만 2000여건을 넘는다. '피해자가 원한다면 언제,어디서라도'를 모토로 삼고 있는 안 국장의 하루는 오롯이 피해자 위주로 돌아간다.

안 국장이 몸 담고 있는 KOVA는 단순한 사건부터 살인 등 강력사건까지 범죄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에게 상담과 법률자문을 제공하는 민간단체다. 여기에 권역별로 배치된 700여명의 상담사들이 피해자에게 치료비와 생계비를 직접 지원하거나 연계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건발생 이후의 재기까지도 돕고 있다.

◇ "가해자 교정예산 연 2조…피해자지원 고작 1천억"

안 국장에 따르면 KOVA는 업무협약을 맺은 경찰로부터 상담 의뢰를 받아 피해자 지원을 진행한다. 안 국장은 "경찰이 피해자를 발굴하면 KOVA 등 민간단체가 상담을 맡게 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지원제도가 본격 시행된 지 불과 몇 해 되지 않았고, 경찰서마다 관련 제도를 담당하는 피해자전담 경찰관이 1,2명에 그치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유로 경찰의 부족한 일손을 KOVA가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안 국장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그 누구도 피해자에게는 관심이 없다"며 "피해자의 고통은 그때부터 계속 이어지는데, 사회는 피해자가 그 사건으로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이 다름 아닌 경찰이라고 전했다. 안 국장은 "피해자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 이후 법원의 재판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가장 처음, 그리고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사람이 경찰"이라고 설명했다.

안 국장은 피해자지원제도 기금 대부분이 법무부에 배정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무부가 조성한 올해 범죄피해자보호기금 1000억원 가운데 경찰에 배정된 기금은 12억원에 불과, 현장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안 국장은 현재 검찰에 책정된 기금을 모두 경찰에 넘길 것이 아니라 애초 책정된 기금 자체가 적다는 점 역시 문제로 삼았다. 그는 "가해자 지원과 관련한 교정비용은 정부의 정식 예산으로 1년에 2조원에 가깝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이 아니라 기금으로 조성되는 피해자 지원비는 1000억원으로 교정예산의 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소자 57~58만명의 교정을 담당하는 전국의 교도소는 식사와 교육비 등으로 재소자 1명 당 매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을 사용한다"라며 "특히 강력 범죄자의 경우 독방과 CCTV 등 사용으로 1년에 5000만원에서 6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쓰여진다"고 주장했다.

안 국장은 이와 달리 범죄 피해자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 관련 기금 1000억원을 피해자 모두에게 나눴을 경우, 1명 당 지원 가능한 금액은 몇백원에서 몇천원에 불과하다"고 안타까워했다. 2015년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는 200만건 이상, 통상 범죄 1건에 대한 피해자를 4명으로 본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예산은 소액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피해자 지원, 장기적인 관점으로…민관이 협력해야"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안 국장은 경찰에 책정되는 피해자 지원기금의 증액과 동시에 당장의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과 관이 협력하는 체제의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범죄 피해자는 너무나 많은데,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경찰이 모두를 만나 상담을 진행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경찰이 할 수 있는 일과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을 각각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경찰은 피해자를 발굴해 이를 민간단체에 넘기고, 민간단체는 이들에 대한 상담을 전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안 국장은 특히 강력사건의 경우 당장의 경제적 지원은 물론 심리적 지원이 장기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의 경우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 말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트라우마 등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데, 경찰로서는 인력 등 문제로 장기적인 상담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심리상담의 경우 3~4년까지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를 전문적인 민간단체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안 국장은 범죄피해자 지원제도가 비교적 잘 돼 있는 미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이들 국가는 예산 자체도 많을 뿐더러 민과 관의 협력이 잘 되고 있다"고 부러워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내 범죄피해자국에서 연방범죄피해자지원법에 따라 전국 경찰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각 경찰은 피해자지원기구 NOVA 등 관련 전문 NGO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안 국장은 경찰 조직 내 범죄피해자 지원을 위한 인력충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리를 전공하지 않은 경찰이 당장 피해자지원 전담경찰로 배치되고, 피해자에 대한 상담을 담당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며 "피해자지원 전담경찰들 역시 외로운 길을 걸으며 현장에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피해자지원제도 자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피해자들이 범죄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조율해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민숙 한국피해자지원협회 상담국장. © News1 유승관 기자
안민숙 한국피해자지원협회 상담국장. © News1 유승관 기자


◇"피해자 인권 너무 중요…돈으로 가치매길 일 아냐"

하루에도 몇 건씩, 수많은 상담을 지원하면서 1원도 지원받지 못한다는 안 국장은 범죄 피해자들을 만나고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했다.

안 국장은 "상담을 하면서 피해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복 받을 거다'라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일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나"라고 웃었다.

안 국장은 피해자지원제도가 부족하긴 하지만 본격 시행된 지난 2년 사이 많은 발전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가해자 인권은 잘 지켜지지만 피해자 인권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국가는 관련 정책을 보다 체계화해 어떤 것들이 피해자를 진정으로 돕는 일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서적으로 범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을 꺼리는 것도 문제"라며 "누구나 범죄로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남의 일이라고 터부시 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위로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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