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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여자 문제 있죠?"…#미투 뒤 숨은 그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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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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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사칭해 '미투 폭로' 빌미 공갈…'미투피싱'
"미투 본질과 동떨어진 범죄…침착히 대응해야"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교수님, 여자 문제 있으시죠?"

2주 전 전북대학교의 한 연구실로 걸려온 낯선 전화를 받은 홍모 교수(42)의 표정은 이내 사색이 됐다. 수화기에서는 '당신 여자 문제를 우리가 알아냈다', '교수님 이제 큰일 나셨어요'라는 협박이 흘러나왔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 사회로 확산하면서 미투를 가장한 범죄도 고개를 들고 있다. 홍 교수가 겪은 사례는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인물에게 접근한 뒤 '미투'를 가장한 공갈·협박을 하는, 이른바 '미투피싱'(Me too+phishing)이다.

전문가들은 미투피싱을 "미투 운동의 부작용"이라고 분석하면서 "익명성과 체면, 위신에의 치명성 등 미투의 특징 탓에 범죄에 악용될 여지가 높고, (성폭력) 개연성이 높은 직업군일수록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자 문제 알고 있다" 협박…미투피싱 첫 사례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해코지를 당할까 두렵기도 했고…."

미투피싱을 당할 뻔한 홍 교수는 전화를 받는 순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6일에서 8일 사이 홍 교수는 연구실로 걸려온 정체 모를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중년의 남성 A씨는 대뜸 "교수님이시죠? 교수님한테 여자 문제가 있다는 걸 우리가 알아냈거든요"라고 쏘아붙였다.

깜짝 놀란 홍 교수가 "누구시냐"고 물었지만 A씨는 "그런 건 알 것 없다"며 협박을 이어갔다. '당신 여자 문제를 우리가 알아냈다'며 마치 기자를 사칭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던 A씨는 대뜸 "교수님 이제 큰일나게 생겼다"며 협박까지 했다.

A씨의 협박에 주마등이 스치듯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수했나' 고민한 홍 교수는 이내 '실수한 일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평정심을 되찾은 홍 교수가 A씨에게 "당신이 날 협박하는 것 같은데, 우선 녹음부터 하겠다"고 말하자 A씨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홍 교수는 "냉정하게 정신을 차리고 속아 넘어가 주는 척하면서 꼬리를 잡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어설프게 대응했다가 A씨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홍 교수가 겪은 일이 알려지자 학생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북대 2학년 B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홍 교수는 차분하고 성실한 이미지"라며 "홍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미투 아닌 '범죄'…당황 말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성폭력 범죄 폭로의 Δ익명성 Δ 체면과 위신에 대한 치명성 Δ직업군의 개연성 등을 들어 "미투가 범죄에 악용되기 쉬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미투 운동과는 명백히 구별되는 범죄"라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미투피싱은 미투운동의 본질과 완전히 동떨어진 범죄"라며 "미투피싱은 단지 미투를 빌미로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행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단지 해악을 고지했다면 협박죄가 성립하고, 해악의 고지를 넘어 금전을 요구했다면 공갈죄가 된다"며 "상대방을 거짓말로 속여 금전을 챙기려 한다면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죄도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홍 교수도 "당황스러운 마음에 서둘러 전화를 끊긴 했지만, 계속 통화했다면 내게 금전적인 요구를 했을 것"라며 A씨의 의도를 의심했다.

이 교수는 미투피싱이 나타난 원인에 대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될 경우 즉시 체면과 위신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특징이 있다"며 "미투피싱 세력들이 '막연하지만 (성폭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을 골라 범행을 저지른다면 피해자들이 당황하기 쉽다"고 말했다.

교수와 같이 사회적 지위가 높고 불특정 다수의 학생을 대하는 직업군의 특성상, 성폭력을 저지른 일이 없더라도 미투피싱을 당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내가 혹시 실수했던 적이 있나' 고민이 들면서 불안감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미투피싱을 당하더라도 최대한 당황하지 말고 논리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전화 상대방의 신원과 구체적인 성폭력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하거나, 수사 기관에 신고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 미투피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홍 교수도 "당하는 사람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로 인해 미투운동의 본질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며 "미투피싱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청에 접수된 미투피싱 신고나 입건사례는 현재까지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투운동이 확산하면서 미투를 악용한 범죄를 우려해 부서 간 협업을 통한 예방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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