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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골목에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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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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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29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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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직접 타고 훈련 참여해보니…협소한 골목, 불법 주·정차 문제 여전

지난 27일 소방 훈련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를 위해 차량들이 옆 차선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  /사진=남궁민 기자
지난 27일 소방 훈련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를 위해 차량들이 옆 차선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 /사진=남궁민 기자
지난 1월20일 새벽 종로 서울장여관에서 불이 났다. 방화였다. 이날 새벽 3시8분 신고를 받고 소방차 50대와 소방관 180여명이 다급히 출동했다. 현장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3분 남짓. 하지만 2m 좁은 골목길에 막혀 소방차는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겨울방학을 맞아 서울여행을 온 모녀를 포함한 6명의 투숙객이 화마에 숨졌다.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소방구조환경은 달라졌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7일 오후 2시, 머니투데이가 소방 출동 훈련에 직접 참여해봤다.

/영상 제공=종로소방서, 편집=남궁민 기자

"소방 출동입니다. 앞 차량 비켜주세요." 사이렌을 울리며 안내방송을 하자 율곡로를 가득 메운 차량이 일제히 방향지시등을 켜고 핸들을 틀었다. 상습 정체로 몸살을 앓는 도로가 한순간 '뻥' 뚫렸다. 한때 선진국의 모습으로 부러움을 샀던 '모세의 기적'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차량들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지만, 기자가 탄 소방차 행렬은 빠르게 달렸다.

율곡로를 지나 원남동사거리를 거쳐 종로5가 지하철역 부근에 도착했다. 통상 15분 걸리는 거리가 7분밖에 안 걸렸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길 터주기' 덕분이었다. 소방관 A씨는 "옛날에는 시민들이 이만큼 협조적이진 않았다"며 "시민의식이 좋아져서 길 터주기는 많이 정착됐다"고 말했다.

◇불법 주·정차, 좁은 골목…서울시 '소방차 진입 불가지역' 334곳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의 도로 양 쪽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의 도로 양 쪽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지난 27일 서울장여관 앞 골목길 모습. 전신주와 입간판까지 좁은 도로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지난 27일 서울장여관 앞 골목길 모습. 전신주와 입간판까지 좁은 도로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넓은 길에서의 소방차 출동 환경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장애물이 있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다.

두 달 전 화재가 난 서울장여관 인근 도로 양 옆에는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주차구역을 벗어난 불법 주·정차 차량이다. 차량 사이 공간은 소방차는커녕 승용차 한대도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았다. 상인들이 펴놓은 가판과 광고판까지 골목을 가로막았다.

소방차를 운전하는 소방대원 B씨는 "불법 주차 차량이 방해되는 건 사실"이라며 "일단 차량에 막히면 대원들이 100미터라도 전력질주해서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는 동안 화재 피해가 커지기 일쑤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화재가 건물 전체로 번지기 전인 '골든타임'을 5분 정도로 본다"며 "가능하면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가까이 접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100미터라도 떨어진 곳에서 멈추면 최소 1~2분을 허비, 진압이 훨씬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기적'은 골목에서 끝났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협소한 골목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였다. 서울장여관으로 들어가는 골목의 폭을 직접 측정해보니 2m에 불과한데다 전신주가 양 옆에 설치돼 있었다. 폭이 2.5m인 중형 펌프차량은 진입조차 못했다.

실제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서울시가 조사한 결과 시내 소방차 통행 장애지역은 851곳에 달했다. 소방차 진입이 아예 불가능한 곳도 334곳에 달했다.

◇소방설비·주차 단속 CCTV 설치…"현실에 맞는 장비 도입도 대안"

전문가들은 도로 현실에 맞는 소방 장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 활동이 어려운 구역에서 활용 가능한 비상 소화장치 등을 보다 촘촘하게 설치해야 한다"며 "좁은 도로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소형화된 소방차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도시 계획을 통해 재난 취약지역을 제거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도 화재 진압이 어려운 취약지역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안전지원과 관계자는 "쪽방촌이나 소규모 숙박시설 등에 대한 소방 점검을 실시해 취약점을 파악하고 있다"며 "화재 발생시 원활한 초기대응을 위해 소방설비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주·정차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시 재난대응과 관계자는 "차량을 단속할 수 있도록 CCTV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소방관의 적극적인 현장 조치를 독려하기 위해 법적 문제를 전담하는 '현장민원전담팀'도 신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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