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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블루보틀'이 한국서 창업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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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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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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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Blue Bottle)은 한때 최악의 사업모델로 평가받았다. 주문하고 2~3분 내 커피를 내주는 스타벅스와 달리 한 잔을 만드는데 15~20분 걸렸다. 직접 개발한 커피추출법으로 시간을 들여 ‘완벽한 한 잔’을 만든다는 사업모델은 10여년이 지나서야 주목받았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 원을 투자받더니 지난해 네슬레에 약 4800억원에 인수됐다.

블루보틀이 한국에서 창업했다면 어땠을까. 요즘 같은 환경이라면 일찌감치 문을 닫았을지 모른다. 창업 초기기업의 성장에 자양분이 되는 정부 지원이 도전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18년 기술창업 육성계획'이 대표적이다. 스타트업 지원방식을 연구·개발 과제평가 중심에서 민간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정책지원 목표도 기술개발 성공에서 후속 투자유치나 인수·합병 같은 투자금 회수로 정했다.

정책지원 목표의 변화는 평가점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배점의 50%를 차지하던 기술성 관련 점수는 20%로 축소됐고, 자금조달과 자금회수·출구전략 관련 배점은 20~30%로 커졌다. 결과적으로 사업모델을 잘 갖춘 곳이 더 후한 평가를 받게 됐다.

그러다 보니 ‘족집게식 사업모델’을 파는 ‘꾼’들도 생겨났다고 한다. 정부 지원 대상에 적합하도록 민간 전문업자가 초기자금을 대고 아예 아이템 선정부터 사업성장 계획까지 모범답안을 짜준다는 것이다. 일단 뽑히고 나면 민간 투자금의 4배가량을 정부에서 받는 구조라 기업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게 없다. 현장에서는 ‘당장 돈 되는 사업’에 창업이 몰리면서 벤처정신은 사라지고 장사꾼만 판치는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기부의 정책변화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지원사업이 과제의 성패만 따진 탓에 실제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미래를 변화시킬 혁신이 싹을 틔우기 어렵다. 무엇보다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정책지원은 시장에서 외면받는 곳에 우선적으로 쓰여야 한다. 정작 도움이 절실한 곳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둘러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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