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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튼이 사랑한 '깁슨' 기타는 어떻게 몰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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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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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0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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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만기 도래하는 채권 막을 자금 마련에 실패…사업 다각화로 기타 시장 위축 돌파하려 했으나 부채만 늘어

세계적인 전자기타 제조업체 '깁슨'/사진=깁슨 웹사이트 캡처
세계적인 전자기타 제조업체 '깁슨'/사진=깁슨 웹사이트 캡처
세계적인 전자기타 제조업체 깁슨이 1일(현지시간)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CNN머니는 깁슨이 미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제출한 신청서를 인용, "깁슨의 부채는 최소 1억 달러(약 1073억 원)"라며 "어쩌면 최대 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1894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설립된 깁스는 지미 페이지, 엘비스 프레슬리, 에릭 클랩튼, 카를로스 산타나 등 전설적인 뮤지션이 사랑한 기타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클랩튼이 수집한 기타의 대부분이 그가 젊은 시절 애용한 깁슨 레스폴이고, 블루스 재즈기타리스트 BB킹은 순회공연 중 불이 난 숙소에서 깁슨 기타를 구하기 위해 목숨 걸고 뛰어들었다고 한다.

깁슨의 명성은 장인정신에서 나온다. 기타 한 대를 만드는 데 한 달이 소요되고 한 달에 생산하는 기타가 60여 대에 불과하다. 여타 브랜드와 달리 100% 미국산이다. 그만큼 품질 관리에 철저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노력으로 깁슨은 고가 전자기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자기타 5개 중 1개는 깁슨 제품이란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실제 2000달러가 넘는 고가의 전자기타 시장에서 깁슨의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깁슨은 전자기타뿐 아니라 드럼과 피아노 제조업체까지 보유한 이른바 '악기 재벌'이다. 깁슨의 드럼 브랜드 '슬링거랜드'는 유명 재즈 드러머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 중 하나이고, 피아노 브랜드 '볼드윈'은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라는 슬로건을 내세울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이런 깁슨을 놓고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파산설이 돌기 시작했다. 오는 8월 1일 만기 도래하는 선순위 담보채권을 막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깁슨의 연간 매출은 10억 달러가 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시대 흐름의 변화에 따른 시장 위축 등으로 깁슨은 자금 압박을 받았다. 3억7500만 달러에 달하는 선순위 담보채권을 막기 위해 당장 7월까지 자금을 확보해야 했다. 이를 마련하지 못하면 1억8500만 달러의 은행 융자도 바로 되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차환(채무를 갚고 다시 빌리는 것)과 증자 등을 통한 채무상환과 파산 선언이라는 갈림길에 선 헨리 저스키위츠 깁슨 CEO(최고경영자)는 채권 만기를 3달 앞두고 파산신청을 택한 것이다.

깁슨의 몰락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것이란 측면이 크다. 그래미상 수상자인 재즈 기타리스트 알디 메올라는 "젊은 세대는 기타보다 다른 형태의 음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기타 시장은 점차 위축됐다.

깁슨은 이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다. 장인정신으로 뛰어난 음향을 유지한 깁슨이지만 컴퓨터 음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장인정신은 경쟁력을 잃었다. 대량생산 체제를 선호하는 경쟁사 '펜더'와 극렬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저스키위츠 CEO는 시장 위축을 사업 다각화로 돌파하려 했다. 그는 일본 가전업체 '온쿄'에 이어 필립스의 오디오 및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부 '욱스 이노베이션'을 잇따라 인수했다. 음향 가전 쪽으로 사업을 넓힌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업 다각화는 오히려 패착이 됐다. 기타 업계에선 '큰 손'이지만 음향 가전 쪽에서 깁슨은 중소 업체에 불과했다. 더 큰 손들에 대항하기 위해 깁슨은 유혈 경쟁을 벌였고 이는 깁슨의 재무 상태를 급격히 악화했다.

깁슨은 특히 이번 파산신청 과정에서 욱스 이노베이션을 인수한 게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깁슨은 제품 판매 부진에도 필립스 측에 계속해서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깁슨이 짊어져야 하는 부채는 점점 늘어났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깁슨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저스키위츠는 "우리의 주요 사업인 악기에 다시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결정은 회사의 장기적인 안정성과 재정 건전성을 보장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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