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앞둔 美 "北,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도 영구적 폐기" 촉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동안 취임연설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는 데 필요하다면 때로는 거친 외교도 구사할 것이며, 세계 무대에서 미국은 언제나 존경받는 리더라는 걸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AFP(=뉴스1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 이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완전한(completely) 폐기'를 강조하고 나섰다. 대량살상무기는 북한의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까지 모두 포함된 개념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마지막까지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본 NHK는 지난 5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볼턴 백악관 보좌관과 만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위한 공조를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만난 두 사람은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모든 범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도 포함됐다.

미 정부는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이래 'CVID'를 북핵 해법의 원칙으로 제시해왔다.

쿠웨이트통신사는 더 나아가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complete and permanent dismantlent)를 재확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CVID'에서 한 발 더 나아간 'PVID'로 해석된다. 지난 2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CVID'의 'D'를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단어를 혼용해서 쓰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폼페이오와 볼턴이 '폐기'로 못박았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무기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전체의 폐기를 촉구하는 의도로 읽힌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취임사에서 '핵무기'가 아닌 '대량살상무기'라는 표현을 썼다.

폼페이오에 이어 볼턴까지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의 '영구적인 폐기'를 언급한 것은 미국이 지향하는 북한 비핵화의 방향을 좀 더 분명하게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무기를 폐기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핵물질은 물론 핵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물자 일체를 사용 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핵 개발 동결 내지 핵무기 감축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 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한편 우리 정부는 'CVID'와 'PVID' 간 뜻의 차이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레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CVID와 PVID에는 용어에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뜻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어와 관계없이 한미 양국은 북한 핵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한다는 공동의 확고한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