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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무거운 스승의 짐… "그저 교육공무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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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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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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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없다-①]'스승' 직업적 페르소나와 책임감 때문에 스트레스 지수 높아… "꼭 주어진 의무만 다하는 방식 필요"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빨간날]무거운 스승의 짐… "그저 교육공무원입니다"
그동안 '스승'은 사명감과 책임감이 당연시 됐다. 희생도 주요 덕목이었다. 이를 안 지키면 직업의식이 없다고 나무랐다. 하지만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사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거운 짐을 거둬달라고 한다. 그저 교육 전문가로 대우해달라고 한다. 말 못하고 버텨온 교사들의 어려움이 알려지며 이 같은 요구는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승'이란 단어 무게… "밤 늦게 경찰서 불려가요, 당연하게"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이 2013년 12월 전국 교사 50명을 대상으로 '교사로서 겪는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교사들은 직업적 페르소나(사회적 가면)와 책임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언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맥락 없는 학부모 민원이 들어와도 참고 견뎠다. 스승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 치부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한 중학교 국어교사 A씨는 "학생들 때문에 밤 늦게 경찰서에 불려 가기도 하고, 갑자기 부모와 연락하는 일도 있다. 이런 업무가 당연시되다보니 담임을 맡는 게 부담되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했다.

질병·부상으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우면 휴가를 쓸 수 있지만 '그림의 떡'이다. 수업을 비우지 않는 게 교사 덕목이라는 사회 분위기도 부담이다. 서울시내 한 중학교 교사 B씨는 "건강검진을 하니 당장 수술해서 혹을 떼어내야한다더라. 근데 교사는 연차를 쓰기 어려운 분위기라 방학까지 몇달을 더 참고 버텼다. 결국 혹이 더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당연히 스트레스도 일반 직장인들보다 높다. 마인드프리즘 조사 결과 교사들의 스트레스 평균점수는 '주의 단계'였다. 적절히 관리하지 않을 경우 의학적 경고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단계다.

교사의 '우울한 감정' 평균점수(49.8)와 '비관적 사고' 평균점수(47.6)는 일반 직장인 1000명 집단의 '우울한 감정' 평균점수(45.9)와 '비관적 사고' 평균점수(45.5)보다 높았다.

◇"많은 걸 요구 마세요… 교사도 직업 중 하나"
이 때문에 교사들은 본인을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일종의 교육 서비스 제공자로서 대해달라고 요구한다. 즉 스승에게 드리워진 무거운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는 "정말 급할 때 연락하라고 개인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는데, 퇴근 후 오는 카톡 세례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후회했다. 그는 "교사도 그냥 직업인데,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걸로 역할이 충분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
/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오모씨는 "아이를 맡길 땐 스승이라며 많은 걸 바라고, 아이가 잘못되면 서비스직 대하듯한다"며 "퇴근 후 매일 수업을 준비하기도 벅찬데 더 많은 걸 요구하니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런 중압감은 직업 만족도도 낮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만족도와 근무 환경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은 한국(20.1%)이 OECD 평균(9.5%)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았다. "다시 선택해도 교사가 되겠다"는 응답도 한국(63.4%)이 OECD 평균(77.5%)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교사들 스스로 부담감을 낮추라고 주문하는 한편 시민들도 교사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닐지 되돌아보길 주문했다.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스승으로서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이에 적응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이 같은 의무에 부담감을 느끼고 공적 관계와 사적 관계를 분리하고 싶은 이들도 있다. 이런 이들은 교사로서 꼭 해야하는 의무만 다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줄여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마인드프리즘 관계자는 "교사 중 많은 수는 직업적 소명감 때문에 외부에 직업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토로하기가 힘들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쉽게 '사회적 존경 받는 직업이니까 당연히 무엇쯤은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할 수 있지만, 교사들은 그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곪아간다. 우리가 '스승'이라며 교사들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아닌지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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