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절차 갈등…'부분폐기-부분보상' 동시적 해법 급부상

수전 손턴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오른쪽)이 지난 4월24일 외교부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비핵화 절차를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 미사일을 부분 포기하는 방안이 중재안으로 제안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부분 폐기'와 미국의 '부분 보상'이 동시적으로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으로, 이른바 '트럼프식' 비핵화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부분적으로 포기'(partial surrender)하는 것이 워싱턴과 평양 간 교착상태를 타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 내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을 중심으로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을 원칙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른바 '리비아식' 비핵화이다. 반면 북한은 핵무기 포기와 동시에 경제지원이 이뤄지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하며 리비아식 해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놓고 '재고할 수도 있다"머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따라서 WSJ는 북한이 핵무기를 일부 폐기하면 이에 미국이 '동시적'으로 일부 보상 조치를 취하는 방안이 양측의 입장을 조금씩 반영한 해법이라고 봤다.

최근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의 발언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손턴 차관보는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WSJ 컨퍼런스에 참석해 "북한이 만약 '큰 선금(big down payment)으로 (비핵화를) 시작한다면 동시·단계별 보상 방식을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불가피하게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이) 무엇을 먼저 내놓을 건지, 그리고 북한 입장에서 그 대가로 무엇을 받을 수 있을 지가 핵심 문제"라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역시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초기에 주요한 양보를 한다면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이 극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WSJ는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문 특보는 "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선물을 주기를 바란다"며 북한이 먼저 미국에 핵탄두나 미사일을 이양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자세가 미국민들에게도 '북한이 정말 (핵 프로그램) 폐기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생각하는 모델이 아니다"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김 위원장이 매우 강력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며 "그는 자국에서 나라를 이끌 것이다. 그의 나라는 매우 부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실행될 수 있다.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놓아둘 수 없다. 우리는 그것만은 할 수 없다"고 북한에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