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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길위의 편지]서울에도 명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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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준 시인·여행작가
  • 2018.05.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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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묘 전경. 맨 뒤 묘소에 연산군이 묻혀있다./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여행글쓰기 강의를 할 때, 내가 맨 처음 내주는 숙제는 '자신이 사는 곳을 둘러보고 글로 써오기'다. 가까운 곳을 돌아보는 것도 여행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보통은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아예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마련이다. 설령 조금 안다고 해도 찬찬히 둘러보고 글로 써볼 기회는 거의 없다.

나 역시 전에는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무엇 무엇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찾아보거나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 여행은 삶터에서 멀리 떠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마음을 먹고 하나하나 둘러보니 꽤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다른 여행지에 비해 손색없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덤으로 얻은 소득이었다.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내가 사는 동네에는 명소들이 여럿 있다. 우선 국가사적 362호인 연산군 묘를 들 수 있다. 성종의 아들로 일곱 살에 세자에 책봉되어 열아홉에 조선왕조 10대 임금이 된 그는 즉위 초기에는 비교적 선정을 펼쳤다. 하지만 생모 윤씨의 폐출 과정을 알게 되면서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았고, 무오사화, 갑자사화 등을 일으켜 많은 선비들을 죽였다. 또 계속되는 사치와 향락으로 국가 재정을 탕진하는 등 실정을 함으로써 1506년 중종반정의 빌미를 제공했다.

폐위된 왕은 강화도 서북쪽의 섬 교동도에 위리안치 되었다가 두 달 뒤 병사했다. 시신은 유배지인 교동도에 안장되었는데, 1513년 지금의 도봉구 방학동으로 이장되었다. 이 묘소는 꽤 오랫동안 공개하지 않다가 2006년 7월부터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문화재 등을 찾아갈 때 역사적 배경이나 얽힌 사연을 알고 가면 관심과 흥미가 배로 늘어난다. 연산군묘 바로 앞에는 큰 은행나무가 있다. 서울시 지정보호수 제1호인 이 나무는 높이가 24m, 둘레가 9.6m나 된다. 2012년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 결과 수령 550년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알려졌던 800~1000년보다는 짧지만, 서울시에서는 서울문묘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된 것이다. 2013년 3월 서울시 기념물 33호로 승격되었다. 연산군 묘를 조성할 때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수영문학관./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김수영문학관./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연산군묘와 은행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김수영문학관이 있다. 김수영은 한국문학의 대표적 자유시인으로 생전에 시작(詩作) 생활을 했던 도봉구에 그의 본가와 묘, 시비가 있다. 도봉구는 김수영 시인을 기리고 자연과 문학이 어우러지는 문화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2013년 문학관을 건립했다.

김수영문학관의 전시실은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는데, 1층의 제1전시실에서는 김수영 시인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연대순으로 만나볼 수 있다. 1950년 한국전쟁과 4‧19혁명, 5‧16군사정변 등 현대사의 질곡을 겪으며 쓴 시와 산문 등의 육필원고가 전시돼 있다. 시작코너에는 김수영 시인의 시에 쓰였던 단어들을 집자(集字)하여 시어의 막대를 만들었다. 낭송‧녹음실도 있는데, 관람객이 김수영 시인의 시 일곱 편 중 하나를 낭송하여 녹음파일로 소장할 수 있다.

2층 제2전시실에서는 자유인 김수영 시인의 생활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작업하던 탁자 등 인간 김수영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영상코너에서는 김수영 시인의 생애를 당시 사회상과 더불어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간송 옛집./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간송 옛집./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방학동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간송 옛집이다. 이 집은 한평생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던 간송 전형필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이다. 간송은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하여 이를 보존하고 계승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일제가 수탈해 가는 문화재를 수집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는데, 덕분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를 지켜낼 수 있었다.

건축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간송 옛집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지 않은 채 관리해오다가 2012년 국가등록문화재 제521호로 등재되었으며, 도봉구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2015년에 복원하여 개관하였다.

이밖에도 인근에는 세종대왕의 딸인 정의공주 묘와 그의 부군인 안맹담의 묘가 있다. 또 함석헌 기념관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아기 공룡 둘리'를 소재로 한 둘리뮤지엄 등도 지척에 있다. 모두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이처럼 서울에도 곳곳에 문화재나 명소가 많다. 멀리 찾아가는 것만 여행은 아니다. 주변을 찬찬하게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여행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혼자도 좋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 곳부터 둘러볼 일이다.

[이호준의 길위의 편지]서울에도 명소가 많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5월 25일 (09:34)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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