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판' 남북미? 결국은 남북미중!

남북미중 이해관계도/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항공기로 보면 북미정상회담이 유력한 '6월 12일 싱가포르'는 중간 기착지다. 급유도 하고, 정비도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후 항로와 속도, 고도와 최종 도착시간이 드러난다. 남과 북, 미국이 VIP 승객으로 타고 있다. 이들에게 언제 어떤 수준의 기내식 즉 보상을 제공할지도 싱가포르에서 결정된다.

이 '랜드마크' 회담은 남북미 3자가 주도한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종전선언·평화협정을 추진한다는 표현은 5월26일 2차 남북정상회담 후 '또는'을 빼고 남북미 3국으로 좁혀졌다. 그럼에도 '남북미중'은 한반도 문제 결자해지의 네 주역이다. 궁극적으론 중국이 참여해야 종전과 평화체제를 논의할 수 있다.


◇차이나패싱?=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 대신 체제보장과 경제보상을 해주는 빅딜을 추진한다. 문재인정부는 북미 사이를 중재해 이 딜을 성사시키려 한다. '북한이 과거, 현재와 미래의 핵을 완전히 포기하면 미국과 수교한다.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북한도 한국처럼 번영할 수 있다.' 남북미 3국의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력이 빛을 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주도하는 판을 원한다. 이에 북미 정상회담 판을 흔드는 초강수까지 둬 가며 협상력을 보였다. 중국이 불쑥 끼어드는 국면도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3월에 이어 지난 7일 2차 방중, 다롄에서 시 주석을 만났을 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뒷문을 열어줘 북한의 협상 태도가 바뀐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의 무산 가능성, 남북 정상의 전격 만남 등 반전을 거듭한 결과는 다시 '남북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글로벌 전략에서 유일하게 미국과 대적할 만한 중국의 관여를 용납하기 어렵다. 북한도 핵개발 등 체제위협의 핵심은 미국과의 적대관계이므로 북미 대화가 절실하다. 우리 정부는 이런 기조에서 남북미 3국 대화를 만들어 왔다. 문 대통령은 일본 도쿄서 만난 리커창 중국 총리에게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지해달라"고 당부하며 중국을 달랬다.


◇중국의 전략..패싱 불가= 중국 스스로 북한핵을 북미의 문제라고 말해왔다. 그럼에도 한반도평화 논의에 차이나패싱은 불가능하다. 첫째 중국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국이다. 종전까지는 현재 군사 대치중인 남북미 3자로 가능해도 그다음 평화협정, 평화체제 단계에 중국은 필수다. 둘째 북한이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으로, 중국이 언제든 논의에 참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셋째 무엇보다 중국은 북한 최대의 경제·안보 파트너다. 북한에 해외 투자가 들어갈 경우, 중국은 한·미보다 발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중국의 대북투자와 북한의 중국의존 심화는 북한에 어떤 체제가 들어서든 중국의 영향력과 이익을 구조적으로 보장해주는 든든한 기득권이다. 우리에겐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중국도 북한 핵무장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비핵화보다 이 지역의 안정 즉 현상유지를 더 중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통일 등 동북아 질서가 급변해도 자국의 영향력은 유지·강화하려 할 것이다. 보다 세계적 차원에서 중국에게 한반도 문제는 미중 관계의 한 부분으로 이해된다. 지난해 쌍중단, 쌍궤병행과 같은 중국의 비핵화 해법이 나온 배경이다. 북한만 핵개발을 중단할 게 아니라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로 안보불안을 낮추라는 것이다.

◇남북미 3각→中 포함 4각 평화체제 준비를= 한반도 평화의 '입구'에 들어서는 것은 남북미 3국으로 충분했다. '출구'로 나오자면 중국의 손을 잡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결국 남북미중이 교차하는 '십(十)자형 협상으로 가능하다.

'남북미중'은 일종의 프레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일본이 중국의 존재감을 키우는 프레임을 통해 자국은 물론, 미국과 한국의 대중국 견제심을 자극한다는 관측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는 남북미 3국 정보라인이 주도하는 협상판에 상대적으로 정보열세도 느낀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의 결과를 이들 주변국에 설명하고 동의를 끌어낼 필요도 있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북미중은 동북아의 핵심 플레이어여서 중국만 빠져라 하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싱가포르 남북미중 4국 회동설에 "중국은 어차피 평화협정 테이블에 앉을 것이지만 그건 나중 일"이라며 "지금 당장 4자가 마주앉을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