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개월 무정부상태' 끝… 연정정부 출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왼쪽)와 '동맹당' 대표 마테오 살비니. /AFP=뉴스1

이탈리아 두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이 마침내 연정구성에 합의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의 연립내각 승인을 얻어내며 3개월을 끌어왔던 정치 불안도 빠르게 해소될 조짐이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31일(현지시간) 공동성명 발표를 통해 "오성운동과 동맹의 정부를 세우기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됐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세페 콘테 총리 지명자는 이날 로마 퀴리날레궁에서 열린 회담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내각 명단을 제출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인선안을 수락함에 따라 새 내각이 1일 오후 선서 실시 후 새 정부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재정경제 장관에는 토르 베르가타 대학교 정치경제학 교수 조반니 트리아가 임명될 예정이다. 오성운동 대표 루이지 디 마이오는 부총리와 노동·경제개발 장관을 겸임한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내무장관을 맡아 이민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당초 재정경제 장관직 후보였던 파올로 사보나는 유럽연합(EU) 담당 장관을 맡게 됐다.


파올로 사보나는 이번 이탈리아 정치불안 사태의 중심에 놓여있던 인물이다. 전 산업부 장관인 파올로 사보나는 이탈리아의 EU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권역) 가입을 역사적 실수라고 말할 정도로 반(反) EU 성향이다. 반면 정부구성안 비토(반대)권을 쥔 마타렐라 대통령은 EU에 우호적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사보나가 재정경제부 장관이 되면 (이탈리아의 EU 탈퇴를 우려하는) 시장과 주변국의 불안이 증폭될 것"이라며 사보나의 경제장관 임명을 거부, 콘테 총리 지명자가 제출한 정부구성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대통령의 결정에 반발한 콘테 총리 지명자는 정부 구성권한을 포기하고 사퇴했고, 지난 3월 총선 승리로 총리 후보를 지명한 오성운동과 동맹당은 대통령 탄핵과 조기 총선 주장까지 거론했다. 정치 불안이 커지자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급등했고, 세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결국 지난 23일 마타렐라 대통령은 콘테 총리 지명자에게 내각 임명권을 위임하고, 두 정당의 대표는 대통령 탄핵요구를 철회하고 사보나 경제장관 임명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양보했다.

이날 경제 장관으로 지명된 조반니 트리아는 EU의 경제관여에 비판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사보나와 달리 유로존 탈퇴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동맹의 살비니 대표는 이날 공동성명 발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수많은 장벽과 공격과 위협과 거짓말들이 있었지만 아마도 우리가 결국 마무리해낸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탈리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새 내각 명단에 대한 표결은 4일이나 5일 의회에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