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백두산 엔진' 동창리 시험장 폐쇄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3월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하는 모습을 시찰하고 있다./사진=news1(노동신문 갈무리)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폐쇄하겠다고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이 '백두산 엔진'을 개발한 동창리 시험장일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동창리 시험장을 폐쇄할 경우 그동안 미국의 걱정거리였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에 아주 강력한 언어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쓰여 있다"며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뿐 아니라 장거리미사일 엔진 시험장도 폐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 서명을 한 뒤 김 위원장에게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를 부탁했고 김 위원장도 즉석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는 "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이 아주 빠른 시일 내 폐기될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일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구체적인 장소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가 유력하다.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가 상징적인 장소이지만 지금은 사용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동창리 시험장에서는 지난해 3월 '백두산 엔진'이 완성됐다. 북한은 이 엔진을 바탕으로 화성-12형 중거리 미사일과 화성-14·15형 ICBM을 개발하고 발사까지 성공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신형 로켓 엔진 추진실험 등과 관련해 동창리 시험장 내 발사장을 직접 방문해 참관하고 개발자를 현장에서 업어주는 등 커다란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미사일 개발 기술이 완성됐다 하더라도 추가로 탄도미사일을 생산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엔진 실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이 만일 동창리 시험장을 폐쇄한다면 앞으로 신형 ICBM이나 고성능 위성 발사용 로켓 엔진 등의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사실상 드러낸 셈이다. ICBM은 미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에 실제 시험장이 파괴될 경우 미국으로서는 커다란 위협을 덜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약속이라면 동창리 시험장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동창리 외에 향후 폐기될 가능성이 있는 주요 미사일 엔진 시험장으로는 함경남도 함흥, 신포 등이 꼽힌다. 북한은 이곳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쓰이는 고체연료 엔진 시험 등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시 이하리 미사일 시험장의 시설물을 파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38노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이 시험장의 미사일 시험대를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 이하리 미사일 시험장에서는 고체연료형 미사일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으며 지난해 2월 준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2'(KN-15)가 발사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중지를 공식 선언했다. 현재까지 약속대로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CVID'(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완전한 비핵화) 명시 없이도 북한의 비핵화에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는 평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