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비핵심계열사 지분 매각, 비주력·비상장사 해당"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머니투데이 창간기념 조찬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대기업 총수일가는 비핵심계열사 보유 지분을 매각하라'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제 의도는 비주력·비상장 계열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상장사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지분 매각을 주문한 대상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머니투데이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2018 머니투데이 창간기념 조찬강연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대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만큼 (총수일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 달라"며 "지분매각이 어렵다면 계열분리를 하거나 독립 법인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부탁은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면서도 "대기업집단의 대주주 일가들이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공정위의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핵심 계열사로는 SI(시스템통합),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회사 등 4개 분야를 짚었다.

최근 시장에서 일부 기업의 주가가 그의 발언 이후 빠졌다는 시각과 관련, "제가 (기자간담회에서) 비주력·비상장 계열사라고 언급했는데 상장사에서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IT(정보기술) 서비스 기업인 삼성SDS는 15일 주가가 전일 대비 14.00%(3만2000원) 내린 19만6500원에 마감했다. 총수 일가 지분 매각에 따른 주가 하락 우려가 낙폭을 키웠다.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17.01%의 지분을 갖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머니투데이 창간기념 조찬 강연회' 장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테이블 뒷편 중앙),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광고회사인 이노션, 신세계그룹 정보통신·유통 계열사인 신세계 I&C 주가도 이날 각각 전일보다 7.21%. 13.69% 떨어졌다. 두 회사 역시 비주력 사업을 펴고 있으며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 소액주주모임은 18일 김 위원장 발언으로 피해를 봤다며 공정위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각 그룹은 비주력·비상장 계열사에 대해 해당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 사업 필요성이 있다면 왜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지 설명해달라"며 "시장과 사회가 납득하지 못하면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으니 자발적인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일감몰아주기가 아닌 상생·협력을 보여달라"며 "위원장 임기 3년 간 가장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한데 일감나눠주기 관행을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