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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냐, 생명이냐…"돈 없으면 치료도 못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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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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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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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Law&Life-'돈 vs 생명' ①]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거부, 처벌 받지만 단속 제대로 안돼…"병원-정부 연계 강화해야"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병원비를 미납하고 가족의 보호도 거부 당한 말기암 환자를 5일 병원 1층 벤치에 방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환자 A씨는 당시 의식은 있었지만 거동은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벤치에 2시간 넘게 방치돼 있던 A씨는 결국 사설 구급차에 실려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현재 노숙자 신분으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측은 A씨를 20일간 치료했지만 더 이상 진행할 치료가 없으며 장기간 입원시킬 수 없어 정상적 절차를 거쳐 퇴원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연락이 닿은 A씨 가족들조차 인연을 끊은 지 오래됐다며 모두 A씨를 데려가길 거부했다고 했다. 요양병원이나 쉼터도 지불능력이나 가족 유무 등 이유로 조건이 맞지 않아 보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병원 측은 A씨에게 이런 사실을 설명하고 지불 각서를 받은 뒤 1층 벤치에 데려다 놨다고 해명했다.

병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돈 없는 환자를 방치한 병원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에서까지 내쫓기는 환자는 비단 A씨 뿐만이 아니다.

◆병원비 안 냈다고 응급실 못 들어가 사망

2014년엔 병원비 1만7000원을 미납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응급환자를 거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례가 있었다. 그해 8월8일 새벽 복통과 오한을 호소한 B씨(57)는 구급차에 실려 한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그러나 해당 병원 원무과 직원 소모씨(29)는 B씨가 과거에 진료비 1만7000원을 미납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응급실 접수를 취소했다. 그리곤 B씨의 친자녀들이 병원에 올 때까지 진료를 받을 수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B씨는 약 5시간 후 의식불명에 빠졌고 이틀 뒤 결국 범발성 복막염으로 숨졌다. 당시 응급실 접수를 거부해 B씨에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소씨는 결국 지난 1월 서울북부지법에서 금고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소씨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임에도 응급실에 후송된 피해자의 진료접수를 거부함으로써 응급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중대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발생하게 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무연고 환자가 장시간 방치된 일도 논란이 됐다. 2007년 6월 부산 사하구에서 40대 김모씨가 갑자기 거품을 물고 쓰러졌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받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무연고라는 이유로 거부돼 병원 3곳을 전전해야 했다. 13시간이 지나서야 한 대학병원에서 간신히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이 역시 김씨를 옮긴 경찰이 의료진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야 가능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거부하면 처벌받지만…

현행 법상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불법이다. 의료법 제15조와 16조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의료인은 응급환자에 대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치를 해야 한다.

물론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도 있다. 환자가 더 이상 입원치료가 불필요하거나 또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입원치료가 필요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입원치료를 요구할 경우 등이다.

진료비 체납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돈을 안 냈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건 위법이란 얘기다. 의료법 제67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받는다. 의료인이 구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의무에 위반한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거부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의료법 53조는 의료인의 진료거부가 의사로서 심히 그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일정한 기간을 정해 면허자격을 정지하는 행정처분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거의 신고에 의존하다보니 저소득층이나 무연고 환자 등에 대한 진료 거부 문제는 사실상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병원-정부 연계 강화해야"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저소득층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핵가족화로 무연고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병원과 연계해 이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복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저소득층이나 무연고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건 사회복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영리추구를 추구하는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 부처의 사회복지 체계가 아직 부족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과 사회복지 당국이 유기적으로 이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보장 체계 안에 속하지 않는 '사각지대' 빈곤층에 대해서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포함되지 않으면서도 저소득층에 해당해 병원비 마련이 어려운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6월 22일 (05:01)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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