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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만 30년’ 황룡사지 9층 목탑 복원 속도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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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배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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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3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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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 석탑, 20년 복원 계기로 본 고난도 문화재 관리…“작업보다 연구 시간 등 시행착오 길어야”

13세기 몽고 침입으로 불탄 황룡사지 9층 목탑 복원도. /사진제공=문화재청
13세기 몽고 침입으로 불탄 황룡사지 9층 목탑 복원도. /사진제공=문화재청
이탈리아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에 있는 두칼레 궁전은 9세기 세워진 이래 화재와 재건을 반복했다. 14, 15세기쯤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됐지만 복원 개념이 없었던 당시 재건 기술은 소실된 부분을 채우는 수준에 그쳤다.

폼페이 유적지의 ‘검투사의 집’ 등 유적들은 폭우와 습도 등을 견디지 못해 붕괴하기도 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손상된 건축물을 1940년 말 졸속으로 복구한 것이 화근이었다.

문화재 복원은 세계적으로도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원본 자료 없이 진행되는 작업은 ‘창조’로 비쳐 져 문화재 본연의 가치를 상실하고, 자료가 충분해도 졸속으로 단행된 복원은 처음부터 손대지 않는 게 정답으로 수용되기 때문이다.

1397년 지어진 일본 교토의 금각사는 1950년 방화로 뼈대만 남기고 모두 소실됐다. 다행히 상세한 도면이 발견돼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지만, 급하게 복원하느라 군데군데 금박이 떨어져 나가 ‘흑각사’라는 오명을 받기 일쑤였다.

돌의 실루엣과 높이 추정치만 남은 황룡사지 9층 목탑 터. /사진제공=문화재청
돌의 실루엣과 높이 추정치만 남은 황룡사지 9층 목탑 터. /사진제공=문화재청

일본 문화재 당국은 1987년 80억 원을 들여 2차 복원 공사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600년 이상 지탱할 수 있도록 가로세로 약 10cm의 금박 20만 장을 붙이는 난공사를 택해 지금의 금각사로 재탄생했다.

국보 11호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이 해체를 결정한 지 20년 만에 복원을 끝내고 모습을 드러내면서 문화재 복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미륵사지 석탑은 6층이냐 9층이냐 등 원형 복원에 대한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제 기준에 맞춰 구조적 안정성과 기존 부재의 재활용을 통한 진정성 확보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재 복원에 대한 세계적 추세는 로마 경기장처럼 원형 복원보다 깨진 상태로 두는 것 자체도 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어서 추정을 통한 원형 복원 작업조차 지양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원형을 살리자는 학계 쪽 의견도 만만치 않아 복원은 기술 발달과 함께 문화재 관리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수리 작업의 첫걸음을 뗀 미륵사지 석탑 복원을 계기로 덕수궁과 황룡사지 9층 목탑의 복원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덕수궁 복원 투시도.
덕수궁 복원 투시도.

문화재청은 일본 강점기에 훼철되고 변형·왜곡된 궁궐 위상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최근 ‘덕수궁 광명문 제자리 찾기’ 기공식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덕수궁 복원 사업에 나선다.

100년 전 고종 승하 이후 제 모습을 잃어버린 덕수궁은 2010년 덕수궁 중명전 복원, 2014년 대한제국 역사관으로 탈바꿈한 석조전에 이어 광명문, 돈덕전, 선원전 등 변형·왜곡된 건축물의 형태로 따로 존재해왔다. 덕수궁 복원은 앞으로 20년 후인 2038년까지 3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신라 선덕여왕 643년에 지어졌다가 13세기 몽고 침입으로 불에 타 절터와 탑 터만 남은 황룡사지 9층 목탑은 가장 예민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고난도 복원 작업으로 꼽힌다.

돌에 새겨진 실루엣과 문헌에 남아있는 높이 추정치만 가지고 작업에 들어가야 해서 복원이라기보다 창조에 가깝다는 게 학계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25층이 넘는 아파트에 해당하는 82m 높이의 9층 목탑이 첨단 기술과 만난다고 해도 완성된 복원 작업이 손대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로 이어졌을 때 문화재 훼손 및 역사적 의미 퇴색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

미륵사지 석탑 1910년 동측면(왼쪽)과  미륵사지 석탑 수리 후 동북측면. /사진제공=문화재청<br />
미륵사지 석탑 1910년 동측면(왼쪽)과 미륵사지 석탑 수리 후 동북측면. /사진제공=문화재청

전문가들은 복원에 대한 충분한 의견을 통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복원 작업보다 복원에 이르는 연구와 조사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쾰른 대성당이 100년에 걸쳐 복원 작업에 나서는 것도 원형에 가까운 형체를 만들기 위한 연구 작업에 더 시간을 쏟는다는 얘기다.

도진영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미륵사지 석탑이 20년 걸렸지만, 그 절반의 시간은 시행착오에 썼을 것”이라며 “석탑 복원을 계기로 보존가치 높은 문화재에 대한 수리·복원의 연구가 더 활발하고 깊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계는 황룡사지 9층 목탑 복원 문제에서도 연구 시간만 대략 30년을 잡을 정도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 교수는 “문화재 복원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내인데, 여론에 쫓겨 서두르다 낭패 본 경험이 적지 않다”며 “관리·복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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