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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빵 고집, '믿고 먹는 빵집'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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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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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5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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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네 빵지순례기(記)-⑤]서울 중구 그라츠 과자점

[편집자주] '빵지순례'란 말 아십니까. '빵'과 '성지순례'를 합친 말인데요. 맛있는 동네빵집 돌아다닌다는 뜻입니다. 멀리 제주까지 가기도 한답니다. 그만큼 요즘 빵순이, 빵돌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인데요. 어느정도냐면요. 국민 1인당 1년간 빵을 90개 먹는다고 하고요. 제과점업 매출은 최근 4년간 50% 늘었다고 합니다. 2015년에는 빵 매출이 쌀 매출을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밥심(心)' 대신 '빵심(心)'이란 말을 쓸만도 합니다. 빵순이, 빵돌이들을 위해 서울에 개성 있는 동네빵집들, 한 번 모아 봤습니다. 빵 굽는 냄새 솔솔 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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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 을지로 지하도 상가에 위치한 '그라츠 과자점'/사진=박가영 인턴기자
[빨간날]빵 고집, '믿고 먹는 빵집'을 만들다
점심시간, 서울 중구 을지로 지하도 상가를 걷다 보면 쉽게 지나치기 힘든 곳이 있다. 바로 ‘그라츠 과자점’이다. 빵과 과자, 케이크 등 200여 가지 제품이 정갈하고 먹음직스럽게 진열돼 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낮 12시 방문한 그라츠 과자점에는 매장 안을 가득 메운 빵만큼 많은 손님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맞아 식사하는 직장인들로 붐볐고, 자리가 부족해 포장해가는 이들도 많았다. ‘혼밥’을 위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정모씨는 “주변에서 가장 핫한 빵집이라 올 때마다 자리를 잡기 힘들다”고 전했다.

꽤 분주해 보였지만 박동석 그라츠 과자점 대표에겐 평소와 다름없는 점심시간 풍경이었다. 박 대표는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손님들의 방문이 많아 점심시간엔 항상 바쁜 편”이라며 “나에겐 일상”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라츠 과자점 매장에는 200여 가지 제품이 먹음직스럽게 진열돼 있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그라츠 과자점 매장에는 200여 가지 제품이 먹음직스럽게 진열돼 있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박 대표는 제빵 경력이 40년 가까이 된 베테랑이다. 지인 권유로 우연히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떼 놓을 수 없는 천직이 됐다고 한다. “아직도 제빵을 처음 시작한 날이 또렷하게 생각나요. 1980년 1월25일. 어떻게 보면 제 운명을 결정지은 날이라 잊을 수가 없죠.”

유명 베이커리 등에서 일을 배운 그는 쌓아 온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17년 전 현재 운영 중인 그라츠 과자점을 오픈했다. 처음에는 주변 직장인들만 찾는 곳이었지만 점점 입소문을 타며 그라츠 빵을 먹기 위해 일부러 을지로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오픈한 지 3년 만에 동네에서 ‘알아주는 빵집’이 됐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7년 매장 근처에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5곳이 들어서며 운영이 힘들어졌다. 규모가 크지 않은 동네 빵집 특성상 프랜차이즈에 맞서 이벤트 등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당시 박 대표를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은 본인 제빵 기술에 대한 믿음이었다.

박 대표는 “지금 우리 매장 주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중 남은 곳은 1곳뿐”이라며 “내가 기술이 없고 손맛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으면 프랜차이즈가 아닌 우리가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한 번 오고 마는 빵집이 될 순 없다"…원칙과 맛을 지키는 '고집'

그라츠 과자점엔 빵 종류가 다양해 고르는 재미가 있다. 소불고기 샌드위치(사진 위쪽)는 박동석 대표가 꼽은 그라츠 제과점의 대표 메뉴다. 양파치즈크림 베이글과 연유크림바게트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그라츠 과자점엔 빵 종류가 다양해 고르는 재미가 있다. 소불고기 샌드위치(사진 위쪽)는 박동석 대표가 꼽은 그라츠 제과점의 대표 메뉴다. 양파치즈크림 베이글과 연유크림바게트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사진=박가영 인턴기자

지금의 그라츠 과자점을 있게 한 건 대표의 기술뿐만은 아니다. 그의 ‘빵 고집’도 한몫했다. 직원을 여럿 두고 있지만 여전히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 빵을 직접 만든다. 이유는 단순하다. ‘똑같은 빵’을 만들기 위해서다. 매장을 찾는 손님을 위해 항상 같은 맛을 내려 노력한다. “빵은 내가 봐야 한다는 고집이죠. 빵에 들어가는 크림 양이 살짝만 달라져도 맛에 차이가 나거든요. 그런 제품은 손님들에게 못 팔아요. 직원들이 놓칠 수 있는 이런 세심한 부분들을 챙기려고 매장에 상주하는 겁니다.”

한결 같은 맛에 재방문하는 손님도 많다. 을지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이직 혹은 퇴직한 후에도 이곳을 찾는 단골도 적지 않은 편. 추억의 맛을 지키려 노력하는 동시에 새로운 메뉴 개발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전국을 돌며 빵을 시식하고 연구하며 꾸준히 신메뉴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최근 출시된 명란 바게트도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의 신선도에 대한 고집도 상당하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은 기본이고 하루에도 두세 번씩 빵을 굽는다. 또 신선도 높은 재료를 사용해 손님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샐러드와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과일, 채소 등의 신선도에는 더욱 신경을 쓴다. 그래서 박 대표는 그라츠 과자점의 대표 메뉴로 샌드위치를 꼽는다. 그는 “알찬 내용물과 신선한 재료로 만든 샌드위치는 그 어느 빵집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빵에 대한 박 대표의 고집으로 그라츠 과자점은 손님들 사이에서 ‘믿고 먹는 빵집’이 됐다. 박 대표는 그라츠 과자점이 신뢰를 주는 빵집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란다. “한 번 오고 마는 빵집이 되는 건 슬프잖아요. 제가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능한 한 오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맛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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