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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페미니스트 3人 "딸들, 엄숙주의 벗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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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민지 기자
  • 방윤영 기자
  • 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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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2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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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페미니즘, 길을 묻다]④1세대 페미니스트 조한혜정·김신명숙·박영숙 인터뷰

[편집자주] 대한민국 페미니즘이 또 한번 변곡점을 맞았다. 올초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에서 시작된 여성들의 분노는 소위 '몰래카메라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서 폭발적으로 분출됐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유X무죄 무X유죄' 등 남성 성기를 시위 구호로 삼고 '재기해' 등 혐오 표현 쓰길 주저하지 않는다. 당한대로 보여준다는 이른바 '혐오 미러링' 전략이다. 여성운동이 양성평등 운동으로서 변화를 끌어내려면 이해가 필수다. 혐오를 넘어 소통으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기 위해 다양한 세대의 활동가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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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세대 페미니스트 (왼쪽부터)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70), 박영숙 사진작가(77), 김신명숙 서울과학기술대 외래교수(57) /사진=홍봉진 기자, 김신명숙 교수 제공
혜화역 시위나 미투(me too·나는 고발한다) 운동에 동참한 수많은 여성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지금보다 여성들의 지위가 훨씬 열악했던 시절 여성 권익을 외쳐온 '선배 페미니스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여성운동도 없었다.

국내 여성주의 운동의 대모 격인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70)·김신명숙 서울과학기술대 외래교수(57)·박영숙 사진작가(77)에게 요즘 여성운동을 물었다.

조한 교수는 국내 1세대 페미니스트로 여성운동에 앞장섰으며 '한국의 여성과 남성' 등 국내 가부장제를 분석한 저서를 펴냈다. 김신 교수는 1997년 창간한 페미니즘 잡지 IF의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최근에도 관련 서적 '여신을 찾아서'를 출간했다. 박영숙 작가는 1980년대부터 활동해 온 작가로 '미친년 발화하다' 등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들은 1020세대가 주도하는 최근의 여성 운동이 이전 세대와 달리 '엄숙주의'를 벗어던졌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과격한 언어 표현이나 도발적인 퍼포먼스는 성차별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는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시위에 나온 여성들끼리도 연대하지 못하고 일부 혐오스러운 활동이 전체 여성운동으로 오인 받아 사회적 공감에서 멀어지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엄숙주의 벗어던진 딸들, 영혼이 깨어났다"

선배 페미니스트들은 최근의 여성운동이 여성 스스로 '희생자' 프레임에 갇혀 변화를 '호소'하는 과거와 결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신 교수는 "'웃자, 뒤집자, 놀자'고 말했던 IF의 정신을 요즘 여성들이 이어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폭력의 피해자, 가부장제의 희생자라는 기존 여성상에서 벗어나 욕망의 주체로서 솔직하고 노골적인 표현들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신 교수는 "과거 여성운동 1세대들은 '의식'이 깨어있었다면 요즘 젊은 여성들은 '영혼'이 깬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젊은이들을 보며 잘 키운 딸들을 보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조한 교수 역시 "젊은 여성들의 시위를 보며 그간 우리 세대가 너무 협소하고 점잖은 운동만 했던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성운동이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사회 전반에 걸친 적대와 혐오의 반영이며 사회의 긴 흐름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경쟁 속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백래시(Backlash·사회 변화에 반발하는 격렬한 반발이나 심리)가 심화 된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조한 교수는 "래디컬(radical·급진적인) 페미니즘은 여성운동 핵심 중 하나인데 한국에서는 미약했던 편"이라며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이후 20여년간 외면받았던 페미니즘이 계속되는 불평등이나 데이트 폭력,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 운동 등의 모멘텀을 만나면서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여성들이 집회나 온라인상에서 극단적인 남성 혐오 표현을 쓰는 것이 전략적 선택이라는 시각에는 의견이 갈렸다. 박영숙 작가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대한 배려나 이해 없이 분노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신 교수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지만 워마드의 혐오 미러링 전략은 '유리천장(사회적 한계)이 아닌 유리바닥(도덕적 한계)을 깨겠다'는 전략적 접근으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한 교수는 "워마드의 끔찍한 혐오성 게시물에 초점을 맞추고 이것이 페미니즘 전체인 양 대서특필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사이버상의 행위를 제대로 분석해낼 수 있는 디지털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파편화된 여성들, 만나서 연대해라"

선배 페미니스트들은 온라인에 크게 의존하는 후배 페미니스트들에게 실제 공간에서의 연대를 주문했다. 조한 교수는 "혼자 시위에 열심히 나간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며 "실제 공간에서 만나 수다 떨고 토론도 하고 힘들 때 함께할 동료를 만들어 행복하게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지난해 여성주의를 주제로 열린 전시에 참가한 여성 작가들이 서로를 적으로 여기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란 일이 있다"며 여성들끼리의 신뢰를 강조했다.

지금의 여성운동이 일상에서 빈번한 성차별까지 해소하려면 법과 제도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범국민적인 문화·인식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신 교수는 "우리나라는 법과 제도 측면에서는 여성의 기회를 상당히 평등하게 보장하고 있다"며 "법보다는 이를 실행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 등 미디어에서 여성이 주체적으로 사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결국은 호주제가 폐지되더라"며 '가랑비 옷 젖듯 양성평등이 일상에도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스스로 성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신 교수는 "남성도 급변하는 젠더 관계에 맞춰 성찰하고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여성과 남성의 본질적 차이가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젠더(성) 감수성을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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