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페미니스트 "군대나 갔다와? 진짜 평등은…"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사진제공=한국다양성연구소

최근 논란이 된 '워마드식' 남성 혐오에 대해 남성 페미니스트(여성주의자)들은 일부의 표현을 전체 페미니즘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남성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느끼는 공포와 아픔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도 페미니즘을 통해 '남자다움'이라는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성 평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혜화역 시위에 남성 배제, 맥락부터 이해해야"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최근 여성 운동이 활발해진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평가했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페이스북에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라는 페이지를 운영 중인 나무왕자(활동명·27)는 "일제 강점기의 근우회부터 비교적 최근의 호주제 폐지 운동에 이르기까지 여성 운동은 끊임없이 살아 있었다"며 새로운 움직임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들은 불법촬영을 규탄한 혜화역 시위에서 남성 참여를 배제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만 모이는 현상에 집중하기보다는 여성이 이러한 방법을 택한 맥락과 배경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한국이라는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많은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고 지내왔다"며 "이들이 왜 시위에 남성의 참여를 제한하게 되었는지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혜화역 시위를 비롯한 여성 운동이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남성의 참여와 지지도 필수다. 김 소장은 "흑인 인권 운동에 백인이 함께하며 지지가 커진 것처럼 여성 인권 운동도 그 뜻에 함께하는 남성이 더해지며 운동이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6월 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진행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 / 사진=뉴스1

◇"페미니즘의 목표는 양성평등, 남성도 변해야"

최근 '재기해'(남성 인권활동가 고 성재기씨의 투신 사망을 희화화) 등 혐오 발언 등으로 문제가 되는 극단성향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동시에 워마드의 활동을 마치 페미니즘 전체인 양 확대해 여성운동을 깎아내리는 움직임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무왕자는 "워마드는 여성 운동 중 극히 일부인데 이를 마치 페미니즘의 전부라 생각한다면, 워마드의 의도대로 행동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 역시 "억압하는 가해자에 대해 과격한 말은 할 수 있지만 이민자·장애인·아동·난민 등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워마드가 페미니즘의 대표성을 지니지도 않을뿐더러 대표성을 지닌다고 보는 시선 자체가 문제"라며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것만 페미니즘으로 여기는 것이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결국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남성을 포함한 모두의 평등을 궁극 목표로 삼는다는 주장이다.

나무왕자는 "남자들은 항상 '남자도 힘들다', '군대나 갔다 오고 말해라'처럼 여성과 남성이 불행을 함께 느끼는 것이 평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페미니즘에서 말하는 성 평등은 여성은 '여자다움'의 코르셋을 벗고, 남성도 '남자다움'의 짐을 함께 내려놓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