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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했던 1994년 여름…"에어컨? 선풍기 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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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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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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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폭염일수 무려 31.1일, 역대 1위…올해 더 더울 것으로 전망, 해수욕장보다 시원한 실내서 '피서'

뜨거운 폭염에 그늘막 아래로 모인 시민들. /사진제공= 뉴스1
뜨거운 폭염에 그늘막 아래로 모인 시민들. /사진제공= 뉴스1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숨 막히는 더위에 밤잠도 설친다. 견디기 힘든 무더위에 어떤 이들은 1994년 '대폭염'을 기억한다. 한반도가 가장 화끈한 여름을 보냈던 때다. 몇몇은 1994년보다 올해가 더 더운 것 같다고 토로하며 에어컨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전설로 남은 1994년, 얼마나 더웠는데?= 매년 이맘때면 반복되는 더위지만 올해처럼 폭염에 전 국민이 지칠 정도로 더운 여름은 손에 꼽는다. 이 중 1994년 여름은 전설로 기억될 만큼 가장 끔찍했던 더위로 회자된다. 1994년은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하고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등 여러 사건·사고가 많았지만 지독했던 더위부터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만큼 뜨거웠던 해였다.

더위를 가늠하는 폭염일수를 따져보면 1994년은 압도적인 해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4년 한 해 동안 폭염일수(낮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가 무려 31.1일로 역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려 한 달 동안 전국이 끓어올랐던 것. 밤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오르는 '열대야일수'도 17.7일로 역시 역대 1위다. 7월 한 달만 놓고봐도 폭염일수 18.3일, 열대야일수 8.9일에 달한다. 반면 연평균 폭염일수는 약 10일 정도에 불과하다.

기록적인 폭염에 사상자도 속출했다. 국립기상연구소가 1901년부터 2008년까지 태풍과 대설을 비롯 모든 기상재해로 인한 연간 사망자수를 통계낸 결과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데, 1994년 폭염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실제 이 해에 탈진과 열사병 등으로 3384명이 사망했다. 1950년 6·25 전쟁, 그리고 제주 4·3 사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이 해의 폭염이 발생시킨 것이다.
/사진= tvN '응답하라 1994' 캡처
/사진= tvN '응답하라 1994' 캡처
이 때 여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당시를 떠올리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1993년 말에 둘째를 출산한 신모씨(53·여)는 "94년 여름은 아이를 갓 출산한 뒤였는데 아이가 더위로 잠들지를 못해 힘겨운 여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평생 거주한 유모씨(63·남)는 "1993년에는 전혀 덥지 않아서 1994년이 더 더웠나 싶었다.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더웠다"고 말했다. 1993년은 열대야가 단 한 번도 없고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이상저온'이 찾아온 해였다.

◇막강한 2018 폭염, 94년 넘어서나= 문제는 올해 여름이 1994년보다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1년 중 가장 덥다는 7~8월 두달 중 이제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폭염 관련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경북 경산시 하양면의 AWS(자동기상관측장비) 온도가 40.5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지난 1일 서울은 역대 최고인 39.6도를 기록했다. 종전 서울의 역대 최고기온은 1994년의 38도다. 7월에 이미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기상청은 무더위가 한창일 8월에 40도가 넘는 지역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꾸준히 폭염이 내리쬐는 것도 1994년을 넘을 기세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월 한 달간의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는 각각 15.5일과 8일로 1994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하지만 1994년 폭염이 7월1일부터 시작된 데 반해 올해는 지난달 11일부터 폭염이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 폭염이 더 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포천 백운산계곡(왼쪽)과 제주신라호텔 루프탑 파티 전경. /사진=유승목 기자, 신라호텔
포천 백운산계곡(왼쪽)과 제주신라호텔 루프탑 파티 전경. /사진=유승목 기자, 신라호텔
게다가 8월 초 내린 비로 더위가 어느정도 가셨던 1994년에 비해 올해는 태풍 등 폭염을 누그러뜨릴 요인이 없어 8월이 지나고 나면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8월 기온도 평년보다 4~7도 가량 높아 지금같은 무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40% 수준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더위는 동북아시아 전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샌드위치 효과로 나타난 '열돔현상'(Heat Dome)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 1994년 대폭염이 북태평양 고기압만의 영향으로 나타났지만 이번 더위는 열적 고기압으로 불리는 티베트 고기압도 가세해 북쪽의 찬 공기를 차단하며 더위를 심화시키고 있다.

◇폭염 대처는 어때?= 24년 만에 찾아온 대폭염에 더위를 견디는 모습은 일견 비슷하면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르다. 열대야가 한창인 밤에 한강을 찾아 과일을 먹고 바람을 쐬며 더위를 달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고,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 매출 증가도 비슷하다. 하지만 피서 문화와 더위를 견딜 도구들은 사뭇 다르다.

24년 전 대폭염 속에서 사람들은 첫 번째 피서지로 계곡과 바다로 향했다. 하지만 올해 무더위를 맞이한 사람들은 실내에서 더위를 피하며 휴가를 즐기고 있다. 대표적인 피서지로 꼽히는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개장한 도내 93개 해수욕장을 찾은 총 피서객 수는 286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일 평균 26%가 감소했다.
부채질을 하고 있는 시민(왼쪽)과 '손풍기'를 들고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1
부채질을 하고 있는 시민(왼쪽)과 '손풍기'를 들고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1
대신 가까운 서울의 호텔 등 시원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호캉스'(호텔+바캉스)로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서울의 호텔·레지던스 판매량이 최근 한달 동안 2146% 폭증했다. 영화나 뮤지컬 티켓 판매량도 늘었다. 두 명의 자녀가 있는 직장인 김모씨(33·남)는 "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바다에서 폭염을 견뎠지만 솔직히 요즘같은 더위에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기 부담스럽다"며 "자외선에 노출되고 땀을 내기보다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호캉스를 선호하게 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땀을 식히는 가전제품은 이제 선풍기가 아니라 에어컨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윤모씨(61·여)는 "1994년에 선풍기로 버텼고 부족하면 집 앞 마당 평상에 나가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혔다"면서 "지금은 에어컨 없이는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4년 에어컨 보급률은 9%로 10가구 당 1대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78%에 육박한다. 현재는 8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출 시 지참해야 할 필수품도 바뀌었다. 1994년 더위를 무릅쓰고 외출을 나선 사람들의 손에는 부채가 들려 있었지만 올 여름 폭염 속에서 출근이나 등교를 하는 사람들은 일명 '손풍기'(손+선풍기)라고 불리는 휴대용 미니 선풍기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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