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옥탑방 살며, 대한민국 99대1 문제 봤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강북구 삼양동의 2층 옥탑방에서 강북 '한 달 살이'를 시작했다. (왼쪽부터) 박겸수 강북구청장, 부인 강난희 여사와 함께 평상에 앉은 모습/사진=사진공동취재단

강북 옥탑방 한 달 살기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99 대 1' 사회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문제를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달 살기'가 작은 지역에 국한된 문제 만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단순 체험', '쇼' 등의 비판에 대응한 발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강북구 삼양동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비교적 잘 지내는 편"이라며 19일차로 접어든 강북 한 달 살기 소감을 밝혔다. 3선 취임 직후 강남·북 균형 발전 등을 화두로 던지면서 박 시장은 지난달 22일 삼양동 옥탑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박 시장은 "현장에서 보면 정말 많은 대안이 나오더라"며 "제가 무엇을 만들어 냈다기 보다 시민들이 스스로 (답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솔샘시장의 울퉁불퉁한 도로 개선 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사업을 승인했고,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던 삼양동 200여가구에도 도시가스 시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처음 입주하면서 제시했던 지역 격차 해소 등 큰 과제는 아직까지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삼양동을 돌아 보면 맞닥뜨리는 장면들이 있다"며 "동네마다 있던 구멍 가게, 전파상, 작은 식당들이 사라졌고 대형마트가 있다"고 말했다. 큰 도로변을 중심으로 늘어 선 가계 대부분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다.

삼양동의 모습을 설명하던 박 시장은 '99대 1'로 불리는 대한민국 사회 문제를 언급했다. 소수가 부의 대부분을 차지한 양극화 상태를 의미한다.


박 시장은 "(삼양동 모습에서 소수가) 어떻게 골목 경제를 유린하는 가를 다 볼 수 있고 이는 단순히 서울 한 동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며 "이런 과제들을 현장에서 보고 서울시가 어떻게 하면 거대한 과제에 답을 내릴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는 19일 박 시장의 한 달 살기 일정을 마치는 대로 균형 발전 등이 담긴 정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박 시장은 옥탑방 주변에서 혼자 사는 40대 남성이 숨진 사건과 관련 "가슴 아픈 일"이라며 관련 전반적이 상황을 되돌아보고 종합 대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남성이 발견되기 2~3일 전에 사망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박 시장은 "도시에서 이런 외로움 죽음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고독사가 반드시 어르신 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공동체적인 삶을 통해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단절, 고독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숨진 남성은 6급 장애인으로 그간 찾동(찾아가는 동사무소·취약계층을 직접 방문해 필요한 지원을 하는 지역 복지 활동) 대상으로 파악됐다.

박 시장은 "앞으로도 찾동을 통해 고독하게 사는 사람들을 찾아 사례 발굴을 하고 (대상자가) 배타적 입장을 보이더라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북 한 달 살기에서 남은 열흘 가량을 인근 다른 자치구 지역을 둘러 보는 데도 할애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선거 기간에 한 달 살기를 약속했던 금천구도 연락이 오고 있다"면서 "노원구, 중랑구 등의 다른 구청장들도 방문하는데 남은 기간 옥탑방 인근 가까운 지역도 돌아볼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