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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맞고 종로는 틀리다

머니투데이
  • 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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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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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의 골목, 도시④]높은 경제성, 환경·건강 관심에 자전거 도시↑…韓, 자전거 연결성·안전 돌아봐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휴일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휴일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자전거 많이 타시나요?

2016년에 호주 멜버른에 갔을 때 도로를 달리는 많은 자전거를 보고 자전거 행사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도로에서 자전거를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멜버른에서 자전거 인기는 통계로도 드러납니다. 멜버른시에 따르면 지난해 출근시간에 자전거를 이용한 시민의 비율이 16.1%에 달합니다. 통근자 6명 중 1명은 자전거를 탄 셈입니다.
/표=남궁민 기자
/표=남궁민 기자

한때 도로를 가득 채운 자전거의 모습은 개발도상국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 경제발전이 이뤄지기 전 중국과 베트남의 자전거 행렬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사실 자전거의 인기는 선진국에서 더 높습니다. 2015년 기준 자전거 수단분담률(전체 교통량 중 자전거 이용자 비율)이 국가 1위부터 6위까지는 모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 국가가 차지했습니다. 차량을 이용할만한 경제력이 충분한 국가의 시민들도 자전거를 애용하는 것입니다.

뉴욕, 워싱턴 등 주요 도시도 자전거 친화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는 2020년까지 1억5000만 유로(약 2000억원)를 투자해 자전거도로를 2배로 늘리고 1만여 개의 자전거 주차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도시국가 싱가포르도 2030년까지 700㎞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계획을 내놨고,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도 워싱턴 D.C,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가 자전거 중심의 교통체계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남궁민 기자의 '3줄 요약'
1. 차량 중심 정책 한계 부딪힌 도시들, 자전거 지원↑
2. 뛰어난 경제성, 건강에 안전한 도로 문화 정착 장점
3. 한국, 신호 등 연관 시스템 개발과 대중교통 연계성 강화, 의식 개선 필요




자전거에 빠진 도시들…경제성·건강·친환경까지



서울 도심의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 행렬 /사진=뉴스1
서울 도심의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 행렬 /사진=뉴스1
왜 도시들은 자전거에 꽂혔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입니다. 대도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교통입니다. 나날이 도시인구가 늘면서 도로는 차량으로 마비상태입니다. 증가하는 차량을 감당하기 위해 도로를 확장하고 주차장을 늘리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도시들은 늘어난 도로와 주차장은 더 많은 차량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치솟는 도시의 땅값 때문에 주차장과 도로를 짓는 비용도 막대해졌습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주변에 위치한 넓이 390㎡(약 118평) 넓이의 주차장은 공시지가만 80억에 이릅니다. 많은 차가 모이는 도심에서는 '주차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가 상승과 함께 도로 건설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뛰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차량에 드는 돈과 교통체증으로 인해 낭비한 시간을 합산한 도로교통혼잡비용은 2015년 33조 원에 달했습니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한 빌딩 주변에 설치된 자전거 주차장. 차량 1~2대가 주차할만한 공간에 30개가 넘는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돼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한 빌딩 주변에 설치된 자전거 주차장. 차량 1~2대가 주차할만한 공간에 30개가 넘는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돼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반면 자전거는 훨씬 적은 면적의 도로로 많은 시민들을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도시계획가 제프 스펙의 연구에 따르면 폭이 차로(3m 내외)의 절반 정도인 자전거 도로는 두배나 넓은 차로보다 10배 많은 사람을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차량 1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최대 20대가량의 자전거가 주차할 수 있습니다. 어디든 쉽게 거치대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차전쟁을 벌일 일도 없습니다.

건강에 대한 높아진 관심도 자전거 이용률을 끌어올립니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신체 활동량은 줄어듭니다. 이만균 경희대학교 스포츠의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차량으로 약 60분 이동할 경우 약 108칼로리(kcal)를 소비합니다. 하지만 같은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탈 경우 칼로리 소비는 약 588kcal에 달합니다. 주 5일 출퇴근 때 30분씩 자전거를 탄다고 가정할 경우 차를 탈 때보다 매월 5400kcal, 연간 6만4800kcal를 더 소비하는 셈입니다. 이를 지방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8.4㎏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비만율 증가로 골치를 앓는 서구 선진국이 특히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자전거를 타도록 권하는 이유입니다.

자전거와의 공존이 도로를 더 안전하게 만든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브룩클린의 지역지 브룩클린 페이퍼에 따르면 뉴욕시는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시절 브룩클린의 주요 도로 가운데 하나인 프로스펙트 파크 웨스트에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과속 차량 비율은 75%에서 17%로 급감했고, 부상 사고는 63% 줄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차량의 이동량과 흐름의 속도는 거의 동일했다는 점입니다. 자전거와의 공존이 도로에 질서와 안전을 불어 넣은 것입니다.



韓 자전거 정책 한계 보여 준 종로 자전거도로



/표=남궁민 기자
/표=남궁민 기자


한국에서도 지자체마다 자전거도로 확충에 나서면서 2009년 1만1197㎞였던 자전거도로의 총연장은 2016년 거의 2배인 2만1176㎞로 늘어났습니다. 공공 자전거 공유 서비스도 서울을 비롯해 전국 18개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자전거의 수송분담률은 껑충 뛰어 2005년 0.73%에 불과하던 서울의 자전거 통근·통학 비율이 2015년 1.43%로 두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은 많습니다. 차량 운전자뿐 아니라 자전거 이용자의 불만도 큽니다. 지난 4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자전거 이용 경험이 있는 만 19세에서 59세 사이의 수도권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20.4%만이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고 답했습니다. 여전히 5명 중 4명은 한국에서 자전거를 타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서울 종로3가 인근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한 시민이 자전거전용차로를 침범한 차량들을 피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종로3가 인근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한 시민이 자전거전용차로를 침범한 차량들을 피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4월8일 개통된 종로의 자전거전용차로는 서울의 자전거 도로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애초부터 자전거를 고려하고 설계하지 않은 대로를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 방식으로 설계하다 보니 기존 도로와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폭도 1.5m 남짓에 불과해 자전거 1대가 겨우 지나가는 수준입니다. 반면 서울시가 모델로 삼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나 영국 런던의 자전거 도로 폭인 3m에 달합니다. 폭이 좁다보니 자전거 운전자도 차량 운전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식 자전거도로의 예. 코펜하겐은 자전거 도로를 차도 옆에 배치하고, 연석을 두어 차도와 분리했다. /사진=위키커먼스
덴마크 코펜하겐식 자전거도로의 예. 코펜하겐은 자전거 도로를 차도 옆에 배치하고, 연석을 두어 차도와 분리했다. /사진=위키커먼스
전문가들은 자전거전용차로에는 연석을 설치해 차로와 구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처럼 자전거도로를 연석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방식을 '코펜하겐화'(Copenhagenization)라고 부릅니다. 자전거 수단분담률이 23%에 이르는 자전거 선진국 덴마크에서 유래한 방식이죠.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 영국 런던, 미국 시애틀, 요르단 암만 등도 자전거 친화 정책을 펼치며 코펜하겐화를 선택했습니다.



도로 '만' 있는 자전거 도로…관련 체계·연계성 키워야



율곡로와 청계천로가 가로지르는 사거리 모습. 직진으로 달리는 자전거와 옆에서 좌회전 하는 차량이 부딪힐 위험이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율곡로와 청계천로가 가로지르는 사거리 모습. 직진으로 달리는 자전거와 옆에서 좌회전 하는 차량이 부딪힐 위험이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또 다른 문제는 도로 같은 하드웨어에 발맞추지 못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기자는 올해 초 회기동에서 광화문까지 자전거로 출근하는 체험을 했습니다. 당시 동대문역 인근에서 자전거를 타고 직진을 하다 좌회전하는 차량에 부딪힐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좌회전 차로 바로 왼쪽에 직진하는 자전거 차로를 설치해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도로만 설치됐을 뿐 이에 맞는 도로 체계나 신호등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이 일을 얘기하자 서울시 관계자는 신호체계 문제를 알고 있다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전거 인프라의 양적 팽창에만 집중한 결과 당연히 갖춰야 할 소프트웨어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에 설치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서 한 시민이 자전거를 대여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에 설치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서 한 시민이 자전거를 대여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달 기준 89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의 공유자전거 '따릉이'도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에선 아쉬움이 큽니다. 보통 10㎞ 내의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타는 자전거는 버스나 지하철과의 연계성이 중요합니다. 공유자전거의 효용성을 높이려면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주변에 설치되어 있어야합니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내 292개 지하철역 중에 500m 내에 따릉이 대여소가 설치되어있지 않은 곳은 99곳에 달합니다. 아직도 3곳 중에 1곳은 따릉이와 연계되어있지 않은 것이죠.

경제성과 환경을 고려할 때 차량 중심의 도시 정책이 한계에 도달한 만큼 자전거 이용은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자전거 통근족이 2%에도 못 미치는 한국에서 여전히 자전거와 도로에서 공존하는 것은 낯설고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구릉이 많고 혹한과 폭염에 시달리는 한국에서 자전거 활성화가 힘들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전거 선진국의 상당수가 혹한에 시달리는 북유럽 국가이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산악이 많은 일본은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17%에 이릅니다. 보행자와 자전거에 친화적인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차와 자전거, 보행자가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시가 귀 기울여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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