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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0원'→'보라색병' 그 후 6년…1/4토막 난 에이블씨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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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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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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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시장 판도 뒤흔들었던 브랜드숍의 빛바랜 신화…시장 경쟁 못 버티고 실적·주가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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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브랜드 '미샤'로 잘 알려진 에이블씨엔씨 (11,200원 상승50 0.5%)는 지난 2011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K뷰티' 열풍에 힘입어 매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실적이 기반이 됐고, 곳곳에서 쏟아지는 긍정 전망이 힘을 보탰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을 개척한 선두업체라는 프리미엄도 확실히 챙겼다.

하지만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지 얼마 안 돼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치열한 시장 경쟁에 밀려 매출이 줄고, 영업이익은 바닥을 기었다. 다양한 시도에도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한 창업자는 결국 사모펀드에 회사 경영권을 매각했다. 새 주인을 맞은 지 1년5개월이 지났지만 에이블씨엔씨는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실적은 급감했고, 주가는 추락했다.

◇'3300원' 브랜드숍 신화…'K뷰티' 열풍에 코스피 입성=에이블씨엔씨를 설립한 서영필 전 회장은 섬유유연제 제조업체 피죤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원가구조에 거품이 많은 화장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 화장품 시장에 뛰어 들었다.

2000년 '뷰티넷'이라는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로 출발해 2002년 국내 최초 브랜드숍 '미샤'를 선보였다. 이화여대 앞에 1호 매장을 열고 '3300원' 초저가 콘셉트의 단일 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했다. 한 매장에서 국내 모든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던 종합 화장품 판매점 중심의 당시 유통환경에선 상당한 파격 시도였다.

'미샤' 열풍은 대단했다. 화장품의 가격 거품을 뺀 신개념 유통채널에 젊은 소비자들이 폭발적으로 몰렸다. 브랜드 론칭 2년 만인 2004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05년 코스닥 상장 당시에는 공모주 청약에 1조원 넘는 뭉칫돈이 몰리기도 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미샤를 잡으려고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등 잇따라 브랜드를 내놨다.

하지만 곧 성장통이 찾아왔다. 국내에선 경쟁 심화되고 공격적으로 추진했던 해외사업마저 실패하면서 2006년, 2007년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주가가 9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에이블씨엔씨를 살린 것은 한류였다.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K뷰티' 열풍이 불면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11년 9월에는 코스피 시장으로 옮겼다.

◇'보라색병' 인기 그 후…결국 찾지 못한 신성장 동력=초저가 브랜드숍으로 시장 구도를 바꾼 에이블씨엔씨가 또 다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도 코스피 이전 상장 직후다. 'SK-II 트리트먼트 에센스(일명 피테라에센스)',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갈색병)' 등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글로벌 브랜드의 스테디셀러 제품을 모방한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더 이상 값비싼 수입 화장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내용의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면서 '피테라에센스' 공병을 가져오면 미샤 '더 퍼스트 에센스' 정품을 공짜로 나눠 줬다. 신제품 '나이트 리페어 앰플' 출시 후에는 에스티로더 갈색병과 성분 비교를 자처하고 나섰다.

특정 브랜드를 겨냥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소송까지 당했지만 실적 그래프는 수직 상승했다. 2011년 3303억원이던 매출액은 2012년 4523억원으로 뛰었다. 영업이익은 336억원에서 536억원으로 59.5% 증가했다. 그러나 2012년이 에이블씨엔씨 실적의 정점이었다. 이후엔 시장 판도를 바꿔 놓을 베스트셀러도, 소비자 기억에 남을 만한 마케팅도 없었다.

매출액은 2013년 4424억원, 2014년 4384억원, 2015년 4079억원 등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13년 132억원, 2014년 67억원, 2015년 177억원 등으로 줄었다. 2016년 매출액 4346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으로 실적이 회복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액 3733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으로 주저앉았다.

IB(투자은행) 업계에 에이블씨엔씨 매각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M&A(기업 인수·합병)에 앞서 매도자가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것은 당연한 공식"이라며 "2016년 에이블씨엔씨 실적이 반짝 개선된 것도 인수자 물색을 위한 작업의 일환이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3300원'→'보라색병' 그 후 6년…1/4토막 난 에이블씨엔씨

◇17년만에 바뀐 주인…가맹점 울상, 주가 곤두박질=서 전 회장은 에이블씨엔씨 설립 17년만인 지난해 4월 경영권을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 자회사인 리프앤바인에 매각했다. 자신이 보유했던 지분 29.31% 중 25.54%(431만3730주)를 1882억원에 넘기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1주당 가격은 4만3636원. IMM PE는 K뷰티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계약 당일 시장가인 2만8300원보다 54%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했다.

IMM PE는 지난 5월 소액주주 주식을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해 보유지분을 85.7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상장기업은 의사결정이 복잡한 만큼 주식을 사들여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으면서 서 전 회장 보유분과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합계는 53.25%에 그쳤다.

추가 지분 매입 등을 통해 올 상반기 현재 IMM PE 지분은 59.54%로 늘었다. 서 전 회장 보유지분은 회사 매각 당시 3.77%에서 2.57%로 줄었다. 우리사주 지분은 2.07%다. 나머지 35% 안팎이 소액주주 지분이다.

주인이 바뀐 뒤 실적과 주가는 더 고꾸라졌다. IMM PE가 지난해말 1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향후 2년간 2000억원 이상 투자계획을 공개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증권가는 에이블씨엔씨의 올해 매출액이 3500억원 밑으로 떨어지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샤' 등 가맹점 매출은 2012년 920억원에서 올해 248억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봤다.

2012년 10월 6만원을 찍었던 주가는 최대주주가 바뀌던 지난해 4월 2만8000원, 올 9월14일 현재 1만3900원으로 추락했다. 6년만에 주가가 4분의 1토막 난 셈이다. 올 들어서만 20.5% 떨어졌다.



  • 송지유
    송지유 clio@mt.co.kr

    머니투데이 산업2부 송지유 차장입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유통산업을 비롯해 패션, 뷰티 등 제조 브랜드 산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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