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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두번 타고 30분 걸려 아파트 놀이터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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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윤영 기자
  • 이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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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0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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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미래다3-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주자 ①-2] "'컨트롤 C, 컨트롤 V' 놀이터 시시해요"…어린이가 바라는 놀이터

[편집자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없다”. 아동 놀이의 중요성을 집중 조명한 머니투데이의 기획기사 ‘놀이가 미래다’ 1·2편을 접한 많은 부모의 목소리다. 실제로 전국 7만여개 놀이터의 절반 이상은 아파트 단지 안에 꼭꼭 숨어있다. 어렵사리 놀이터를 찾는다고 해도 어른들에 점령당했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튼튼한 몸과 건강한 꿈을 키울 놀이터가 부족한 실정이다. 머니투데이는 이번 기획으로 놀이터의 중요성을 재조명한다. 어른들의 욕심이 빼앗아간 놀이터를 아이들에게 다시 돌려주고자 한다.
10월21일 낮 12시30분쯤 경기 남양주 진접읍 팔야리 단독주택에 사는 김우주양(가명·10·초등 4년)이 옆동네 아파트 놀이터로 놀러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10월21일 낮 12시30분쯤 경기 남양주 진접읍 팔야리 단독주택에 사는 김우주양(가명·10·초등 4년)이 옆동네 아파트 놀이터로 놀러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팔야리 단독주택에 사는 김우주양(가명·10·초등 4년)은 동네에 놀이터가 없다. 집 주변엔 단독주택 혹은 공터뿐이다.

일요일인 지난달 21일 낮 12시30분쯤 김양은 놀이터를 가기 위해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오후 1시 옆동네 아파트에 사는 친구와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탓에 30분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집에서 2~3분을 걸어 내려가면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버스도착 알림판에는 7분 후 버스가 도착한다는 안내가 떴다. 버스가 자주 없어 보통 10분은 기다려야 한다.

23번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을 지나 종점에서 내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맞은편에서 또 다른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한다. 버스 종점지가 외진 탓에 버스와 승용차들은 1차선 도로를 쌩쌩 달렸다. 건널목에는 신호등이 없다. 김양은 양쪽 도로에 자동차가 오는지 한참 동안 확인한 뒤 조심히 길을 건넜다.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6분을 기다린 뒤에야 두 번째 버스가 왔다. 세 정거장을 지나 드디어 친구네 아파트 입구에 내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아파트 놀이터까지는 걸어서 약 6분이 걸렸다.

김양은 놀이터에 가기까지 무려 30분이 걸리지만 불편한 기색은 없다. 친구와 놀러 간다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이터가 집에서 좀 더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김양은 "엄마에게 아파트로 이사가자고도 졸라 봤다"며 "친구가 많고 놀이터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키 156cm인 가영양이 미끄럼틀을 타자 미끄럼대 절반 가까이가 찼다. 가영양은 "놀이터가 너무 시시하다"고 말했다./사진=이해진 기자
키 156cm인 가영양이 미끄럼틀을 타자 미끄럼대 절반 가까이가 찼다. 가영양은 "놀이터가 너무 시시하다"고 말했다./사진=이해진 기자

서울 성북구 주택가에 사는 이가영양(가명·11·초등 5년) 동네에는 놀이터가 2개나 있다. 두 곳 다 학교에서 10분 집에서 15분 거리지만 잘 찾지는 않는다. 초등학교 5학년인 이양에게는 '너무 시시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오후 4시 방과 후 이양이 오랜만에 친구 김수연양(가명·11·초등 5년)과 학교 근처 놀이터를 찾았다. 미끄럼틀 1개·그네 2개·시소 1개로 구색을 갖췄다. 전체 크기는 이양 걸음걸이로 가로·세로 25걸음이다. 초등학생이 맘껏 뛰어놀기에는 턱없이 작아 보였다.

크기가 작기는 놀이기구도 마찬가지다. 키 156cm인 이양이 미끄럼틀에 올라 다리를 뻗자 미끄럼대 절반 가까이가 찼다. 두 아이는 차라리 미끄럼틀 지붕에 올라타거나 시설물에 매달리며 놀았다. 이양은 "조금 위험해도 이렇게 해야 그나마 덜 지루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시시한 미끄럼틀을 타기 보다 시설물에 올라타거나 매달리며 놀았다./사진=이해진 기자
아이들은 시시한 미끄럼틀을 타기 보다 시설물에 올라타거나 매달리며 놀았다./사진=이해진 기자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논지 10분 만에 흥미를 잃었다. 5분 거리 옆 놀이터로 이동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김양은 "'컨트롤 C, 컨트롤 V'(복사 붙여넣기) 수준"이라며 "이런 놀이터들은 초등학교 4학년만 돼도 시시해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놀이터는 대부분 뻔하다. 미끄럼틀과 그네, 시소를 기본으로 한두가지가 추가된 정도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똑같은 레퍼토리를 몇 년 동안 반복하면 지루해 질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대부분 이런 단계에 온다. 그렇다고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놀 수 있는 다른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놀이터의 크기가 대체로 작다 보니 기본 놀이기구 외에 새로운 놀이기구를 설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바라는 놀이터는 '크고 도전적인 놀이터'다. 공원 내에 설치된 놀이터들의 경우 추가로 면적을 넓히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든 놀이터가 다 똑같은 건 아니다. 하지만 색다른 놀이터가 있다 해도 대부분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다. 이양은 "A아파트 놀이터는 크고 아마존 정글처럼 꾸며져 있다"며 "큰 그물망이 있어서 그 위에서 술래잡기하면 건너다니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한 아파트 놀이터 이야기다.

이양은 "동네 놀이터에도 좀 다른 놀이기구가 있으면 좋겠다"며 "바닥도 보도블록 말고 잔디를 깔아주면 맘껏 술래잡기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조그맣고 다 똑같이 생긴 놀이터 여러 개 대신 크고 제대로 된 놀이터 1개를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더 재밌게 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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