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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만의 정규직 전환… 돌아온 건 '일자리 훔친 쓰레기'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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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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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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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자 "무자격·고연봉 논란 사실아냐… 고용안정 만족"

2016년 6월 17일 은성PSD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7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안전대책 및 비정규직 고용승계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2016년 6월 17일 은성PSD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7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안전대책 및 비정규직 고용승계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식당, 이발소 직원까지 정규직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청년 일자리를 약탈하고 기회를 빼앗았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시작된 채용논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전반에 대한 공격으로 확장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비리는 없지만 정치공방이 계속되면서 정규직 전환대상자 개개인은 '찬모' '일자리 도둑'이라는 비난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반직(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총 1285명이다. 이중 안전업무직(스크린도어·전동차·철도장비, 구내운전, 역무지원)은 851명이다. 용역회사 및 자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직고용된 인원과 인력부족으로 신규채용된 인원이 섞여있다.

노사합의로 같이 전환된 일반업무직(식당·이발소·매점·목욕탕)은 434명이다. 대부분 10년 이상 근무자로 2007년 비정규직법이 시행되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가 올해 일반직에 편입됐다. 일반직으로 편입될 때 그동안의 경력은 따로 인정받지 못했다.

40대 초반 유모씨는 2010년 7월 용역회사 '프로종합관리'를 통해 서울메트로에서 파견근무를 시작했다. 배치된 곳은 전동차 전기업무로 모터를 관리하거나 교체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전자기기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데다 케이블TV업계에서 관련 경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정규직과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아 전동차가 들어오는 시간이면 다 같이 뒤섞여 정비에 뛰어들곤 했다. 그러다 2012년 불법파견 소지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업무가 더욱 세분화됐지만 신분은 바뀌지 않았다.

용역회사에서도 1년마다 근로계약서를 다시 써야했다. 정비 중에 먼지와 기름을 뒤집어쓰기 일쑤였다. 1회용 마스크가 제대로 먼지를 막지 못해 코를 풀면 검은 쇳가루가 그대로 섞여 나왔다.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인력은 항상 부족했다. 유씨는 "기껏 지원자가 들어와도 현장을 한번 둘러보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음날이면 나오지 않았다"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때 대거 채용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50대 중반 최모씨가 서울메트로에서 식당근무를 시작한 것은 1997년 10월 20일이다. 먼저 서울메트로에서 근무하던 이웃사촌이 채용소식을 알려줬다. 면접관으로부터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듣고 희망을 품었다. 그는 21년이 지난 올해에서야 비로소 정규직이 됐다.

매년 계약서를 다시 써야 했지만 업무에 변화는 없었다. 10명이서 매일 초과근무 1시간을 포함해 주6일제로 일했다. 1명당 80~90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고된 업무를 이어가려면 숙달된 경험이 필요했다. 최씨는 "새로 사람을 뽑을 때 경력이 어떻게 되는지부터 묻는다"고 강조했다.

기간제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그리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그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고용불안이 해결됐다. 지원이 늘면서 장비 및 인력도 충원됐다.

유씨는 "분진작업을 실시할 때 이제 일회용마스크가 아닌 필터 달린 전면마스크, 방진마스크를 받는다"며 "정규직・비정규직 구분이 없으니 압박이 줄어 안전을 챙길 여유도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각과 달리 경제적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유씨가 받는 급여는 1년에 3000여만원을 조금 넘는다. 파견근무 시절보다는 늘었지만 금액이 그리 높지 않다. 그간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 데다 정규직전환을 위해 최하위 직급(7급)보다 더 낮은 '7급보'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조리종사원인 최씨도 자신의 연봉이 3260만원이라고 밝혔다. 성과금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기간제 계약직으로 일한 17여년은 물론 고용노동법상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일한 4년의 경력도 인정받지 못했다. 재원부족으로 초과근무가 없어져 연봉은 오히려 줄었다.

아쉽지만 오랫동안 바라왔던 고용안정을 얻었기에 만족한다는 그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비난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상처가 됐던 말을 묻자 최씨는 '지하철에 있다고 정규직이면 역사에서 자는 노숙자들도 정규직 시키면 되겠네. 쓰레기들'이라 답했다.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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