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란 제재에 수입대금 중 원화 결제 비중 하락

2018년 상반기 중동지역 결제통화별(수입) 비중. 중동 지역 수입대금 결제통화 중 미국 달러화 비중은 95% 내외.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미국과 이란 관계가 경색되면서 수입대금 결제에 쓰이는 원화 비중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6.1%까지 상승했던 원화 수입대금 결제 비중은 올해 상반기 5.9%로 하락했다.

원화 수입대금 결제 비중은 2012년(3.4%) 이후 상승세였다. 올해 상반기 원화 수입대금 결제 비중이 줄어든 이유로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이 꼽힌다.

미국은 지난 5월 이란 핵합의(JCPOA) 탈퇴 후 8월 이란 정부의 미국 달러화 거래 등을 금지한 1차 제재를 발표했다. 5일(현지시간)부터는 이란 원유 관련 거래 등에 대한 2차 제재를 발효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미국의 제제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한-이란 간 원화대금결제시스템을 이용해왔다. 국내 A기업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경우 이란 중앙은행 원화계좌에 수입대금을 송금하고, 이를 이란 중앙은행이 계좌에 보유했다가 국내 B기업에 원화로 수출대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하지만 미국이 올해 이란과의 핵합의를 탈퇴하고 제재 복원을 예고하면서 이란과의 무역거래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원화결제시스템 기능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란과의 교역 위축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원화 수입대금 결제 규모와 비중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3억5000만달러 수준이었던 중동 지역 원화 수입대금 결제 규모는 6월 2억5100만달러 규모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동 지역 원화 수입대금 결제비중도 5.6%에서 3.1%로 하락했다.

작년말 기준 6.9%였던 중동 지역 원화 수입대금 결제 비중은 올해 상반기 3.7%로 뚝 떨어졌다.

중동 지역 원화 수입대금 결제 비중이 줄어들면서 전체 원화 수입대금 중 원화 결제 비중도 3월 6.7%에서 6월 5.7%로 하락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여파가 원화 국제화 지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란 이슈로 원화 수입대금 결제 비중이 하락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 규모 등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이란산 원유 수입 규모 감축을 조건으로 한국을 대이란 제재 예외국으로 인정했다. 원화대금결제시스템도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원화대금결제시스템은 유지됐지만 한국과 이란의 교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원유 수입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원화 수입대금 결제 비중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원화의 수출대금 결제 비중은 작년말 기준 3.0%에서 올해 상반기 3.1%로 소폭 상승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설비 수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기술 우위를 보이는 분야일수록 결제통화를 유리하게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 관련 원화거래가 잦아진 영향도 있다. 해외 현지 법인과의 거래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원화결제로 환리스크에 대응한 영향이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는 이란과의 원화대금결제시스템이 원화국제화에 플러스 알파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반대로 영향을 주는 모습"이라며 "다만 전체 수출입에서 원화결제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일시적 요인에 더해 기조적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