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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우리 아기 입양 보내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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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보희 , 안채원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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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2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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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축복과 절망 사이] ⑤ 베이비박스는 '아기 버리는 곳'이 아닌 '임시보호소'

[MT리포트] "우리 아기 입양 보내지 말아 주세요"
"베이비박스에 찾아온 부모들 중 입양을 원하는 부모도 있지만, 아이가 시설로 가길 바라는 부모도 있었어요. 아이가 시설에 가면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입양은 그럴 수 없으니까요. 지금 당장은 키울 수 없어 베이비박스에 맡기지만 다시 아이를 찾아가겠다며 꼭 다시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았어요." (정은혜씨·가명·26)

베이비박스에는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는 이들이 아기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키우고 싶지만 당장은 그럴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베이비박스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안문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가정 보호가 가장 우선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경제·사회적 도움을 통해 가능한 친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뿔뿔이 흩어진 지원책들

"임신 사실을 알고 주민센터에 찾아갔는데 담당이 아니라고 구청으로 가라더라고요. 구청에선 또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고…. 서로 여기는 아니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같아요. 만삭에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며 물어보는데, 가라고 해서 가면 또 아니라고 하니까요. 결국 대부분의 지원은 베이비박스를 통해 받았어요."

한때 베이비박스를 찾았지만 지금은 다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경민씨(35·가명)의 얘기다. 주변에서 저소득층이나 미혼모라면 정부 지원이 있을 것이란 얘기를 듣고 여기저기 찾아나섰지만, 실제 도움은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지원은 커녕 질문에 대한 답도 제대로 얻기도 힘들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저소득층이나 청소년, 미혼부모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기는 하다. 문제는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별로 흩어져있어 막상 당사자들은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소득수준, 나이 등에 따라 지원 요건이 제각각이라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 알기도 힘들다. 이 조차도 홍보가 제대로 안돼 있어 아는 이들이 드물다.

오영나 미혼모네트워크 대표는 "미혼모 지원 주거 시설이 적지만 있기는 한데, 제도 자체를 몰라서 이용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갈 곳이 없는데, 다른 것은 잘 모르고, 베이비박스는 들어봤고 알려져 있으니 찾아가는 이들도 있다"며 "일선 주민센터 공무원들이 이런 정보를 구체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흩어진 지원책들을 연결해 '원스톱' 지원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라미 변호사는 "지자체별로 지역 아동 복지 전담 공무원이 확충돼야 한다"며 "엄마가 개별적으로 보육원과 입양 시설을 찾아다니며 상담하고 혼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통합적인 상담을 받고, 당장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스스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비박스는 '아기 버리는 곳'이 아닌 '임시보호소'


전문가들은 당장 필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단기적으로 아기를 돌봐줄 수 있는 '단기양육보호시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베이비박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김윤지 비투비(BtoB) 대표는 베이비박스에 온 부모들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베이비박스는 부모들에게 '아기를 버리는 곳'이 아닌 '임시보호소'의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 엄마가 수술을 받는 동안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겼다가 찾아가거나, 부모가 출산을 반대해 홀로 아기를 낳은 뒤 부모의 허락을 받는 동안 아기를 맡겼다가 찾아간 미혼모들지 적지 않았다.

당장 일자리를 얻기 위해 면접을 보거나, 지원을 받기 위해 알아보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아기를 돌보며 이 같은 시간을 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 시간 동안만이라도 아기를 돌봐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베이비박스와 입양, 직접 양육 사이에서 고민했던 부모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회에 있어야 하는데 없는게 단기보육시설"이라며 "아기를 키우기로 결정을 했어도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것들을 알아보려면 2~3일만이라도 전적으로 아이를 맡아 돌봐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한데,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이들은 주변에서 이런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양한 가정 형태 인정해야…사회적 인식 개선 시급

"아기를 낳기 전까지 한 번도 병원에 못갔어요. 눈치가 보여서요. 다른 미혼모들도 많이 봤는데 대부분 병원 다니는 것 조차 시선이 따갑고 눈치가 보여서 안다녔다고 하더라고요." (정은혜씨)

미혼모 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저출산이 전국가적 문제가 된 지금도 여전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유기예방 및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연구'에 따르면 베이비박스를 찾은 이유 가운데 '사회적 낙인이나 주변의 반대 등 심리적 이유'가 32.4%(290건)에 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잃을 것이 많은 20~30대로 올라갈수록 병원 출산 비율이 낮았다.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병원도 가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녀를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지원과 미혼부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를 통해 미혼부모의 출산이 직접 양육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한 미혼모에게 질책보다는 격려를 보낼 수 있도록 사회 인식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 역시 "미혼부모들이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데는 차별과 인식이 큰 몫을 한다"며 "다양한 가정 형태를 인정하고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으며 아이를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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