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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작품 많아 선정에 고심…다양한 소재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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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규 SF작가
  • 2018.11.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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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공모전] 김창규 SF작가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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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SF작가. /사진=김창현 기자
SF라는 장르를 논하기 이전에, 소설은 ‘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또는 인물, 은유, 상황, 사건과 함께 여러 기법을 통해 어떤 삶과 감정과 사유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독자는 그 속에서 공감이 가는 요소와 의미를 찾는다. 작품 속 삶과 경험은 여러 특색을 띨 수 있고, 보통 그 특색이 장르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SF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서다 보면 시야가 좁아져서 소설의 기본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SF의 외적 특색만 내세운 결과물을 내놓을 위험이 있다.

하지만 소설이 되지 못한 글이 SF로 읽힐 가능성은 ‘0’에 가깝다. 하고픈 이야기가 무엇인지 결정하지도 않고 소설을 쓸 가능성 또한 ‘0’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심사를 진행하는 첫 단계는 기본을 갖춘 투고작을 가리는 일이다. SF를 고르기 전에 소설이라 보기 어려운 글부터 솎는다는 뜻이다.

어법이 무너진 글, 누구도 공감하기 힘들고 극단적인 사상을 피력하는 글, 선정성이나 묘사에 치중해 이야기가 갈 길을 잃은 글, 비인도적이거나 시대에 완전히 역행하는 글, 특정 종교의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만이 목적인 글, 소설 장치도 아닌 비속어를 남용하거나 작가의 이유 없는 분노만으로 점철된 글 등이 이 단계에서 제외됐다. 그 수가 적지 않았던 점이 가슴 아프다.

그다음 단계로 진출한 응모작들의 수준이 고르게 향상된 것은 제3회 과학문학상 공모전의 특징이다. 장편과 중단편을 간단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중단편 부문에 상대적으로 우수한 작품이 많았다. 그 덕분에 중단편 수상작을 선정하기까지 더 오랜 논의가 있었다.

수상에 이르진 못했지만 본심에 진출한 응모자들 가운데 많은 분이 다른 기회, 다른 장르에서 충분히 작가로 올라설 힘을 갖고 있었다. 낙담하지 말고 조금만 더 힘내시라 응원하고 싶다.

<장편>

후보작 ‘미드나이트 아일랜드’는 무엇보다 기시감이 발목을 잡았다. 장편을 구성하는 능력은 이 응모작으로 확인됐으니 글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한 번 더 다각도로 상상해보는 훈련을 권하고 싶다.

‘휴먼컬렉션’은 수사물이다. SF 수사물을 시도하는 많은 분이 간과하는 점이지만, 특정 시대의 범죄를 정의한다는 것은 그 시대의 상황과 사회적으로 합의된 윤리를 보여주는, 정교하고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휴먼컬렉션’은 선정적인 요소가 부각된 반면 심도 있는 고민이나 고찰이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 큰 결말로 이어지지 않은 연작 형태도 감점 요소가 되었다.

‘시작은 끝보다 어렵다’는 지나친 번역투 문장 때문에 일독에 방해를 받았다. 응모자가 꼭 극복했으면 하는 점이다. 작품 속 인물의 행동 동기는 끝까지 유지되거나, 바뀔 경우 그에 걸맞은 이유가 제시돼야 하는데 그 어느 쪽도 아닌 상태에서 소설이 끝에 도달하는 문제가 가장 도드라졌다.

대상작인 ‘기파’는 다음 과학문학상 응모를 계획하는 분들뿐 아니라 SF를 창작하려는 분들에게 여러 면에서 좋은 참고가 될 작품이다. SF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 묶인 나머지 이야기를 잘 빚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 분들을 많이 봤다. ‘기파’는 소설의 기본인 강조와 생략, 잘 정리된 인물, 분명한 갈등 상황,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심리 변화 등을 고루 갖췄고, 바로 그런 면 때문에 큰 이견 없이 당선됐다.

<단편>

총평에서 언급했듯 중단편은 작품들이 고루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했다. 먼저 수상에 이르지 못한 후보작 가운데 ‘하늘에도 거미가 있다’는 소설이라는 틀만 놓고 보면 나무랄 데가 없었으나 생명체의 특징과 결말이 모순된다는 흠결이 컸다.

SF는 내적 개연성을 중시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구에 남은 마지막 라일락 향기’는 크게 모자라는 곳이 없고 인물의 대사와 장르 특징을 활용하는 실력이 뛰어났으나 중심이 되어야 할 갈등이 너무 약해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가작 ‘소년시절’은 필력이 좋고, 일반문학이나 청소년 소설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진행을 선택해 안정적인 작품이었다. 다만 그 선택으로 인해 이야기의 끝이 일찌감치 예상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웬델른’은 ‘작은 글로 먼 곳을 본다’는, SF 단편소설의 장점을 잘 이용한 작품이다. 2018년에 사는 독자가 금세 공감할 수 있는 감성과 외계생명체를 탄탄히 잘 엮은 점, 작가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이야기의 초점을 끝까지 잘 유지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두 개의 바나나에 대하여’는 무엇보다도 SF를 쓰려는 분들이 흔히 갖기 쉬운 통념을 깨줄 수 있는 작품이다. 끝을 모르고 날아가는 결말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SF가 다채롭다는 사실을 잘 깨달은 작가의 작품으로 보인다.

우수상 ‘개와는 같이 살 수 없다’는 마지막까지 대상작과 경합했다. 지나치지 않은 반전이 적절했고, 곧장 주제에 도달하기 위해 잘 재단한 사건 진행도 훌륭했다. 굳이 흠을 찾자면 가끔 투박한 설명형 문장이 연이어 집중되는 부분에서 몰입이 가로막혀 아쉬웠다.

대상 ‘단일성 정체감 장애와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은 보고서 형식을 띠고 있다. SF소설을 습작하면서 보고서 형태를 택하는 분들은 많다. 작품 속 설정을 편히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편리함 때문에 이야기가 옅어진다는 문제점을 잊곤한다. 하지만 ‘단일성…’은 작가가 그런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보고서의 장점을 십분 끌어내어 발상의 역전을 효과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독자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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