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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서울경찰, '명하나'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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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진 사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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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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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팀장의 폴리스토리]

[편집자주] 경찰 기자로서 나누고 싶은 생각, 각종 사건 사고 속에 얽힌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장난하나”

일순간 대한민국 경찰 지휘부가 얼어붙었다.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청장 앞에서 내뱉은 말이다. 전국 화상회의 도중 일어났다. 당시 경찰청장이 말을 길게 하지 말라며 지방청장들의 발언 시간을 정해 놨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마이크가 꺼졌다. 한창 말하던 서울청장이 마이크가 진짜 꺼지자 홧김에 불만을 터트렸다. 나중에 서울청장이 경찰청장에게 사과하면서 해프닝은 일단락됐다.

수년 전 보수정권 시절 일이지만 아직도 가끔 회자된다. 과거 서울청장은 위세가 대단했다. 종종 1인자를 예약한 2인자로 여겨졌다. 경찰청장 권한의 인사를 미리 서울청장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정권도 수도 서울의 ‘명하나’(지방청장을 일컫는 경찰 내부용어)는 신경 써서 앉혀왔다. 말 그대로 수도의 치안을 총괄하며 명(命)을 내리는 책임자다. 국무총리를 지냈던 장택상 초대 서울청장(수도관구 경찰청장)을 비롯해 초반에는 좌익세력 척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인물들을 앉혔다. 그러다보니 일부 일제에 부역했던 사람이 서울의 치안을 책임졌다는 비판도 받았다. 군사정권, 권위주의정권 시절에는 데모를 막는 게 핵심 임무였다. 경찰 내 최고 경비 전문가가 서울청장에 앉는 경우가 많았다.

막중한 자리인 만큼 구설도 적잖다. 경찰 내 유일한 상관인 경찰청장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각종 비위에 연루되기도 한다. 2010년 이후에만 서울청장을 지낸 후 구속된 사람이 2명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출신 고교를 허위기재한 사실이 드러나 취임 단 이틀 만에 경질된 서울청장도 나왔다.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사/사진=뉴스1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사/사진=뉴스1

근래 서울청장들은 모두 명예롭게 퇴직했다. 초유의 정권교체 상황에도 안정적으로 업무를 이끌었다. 시민들과 함께 촛불집회를 평화롭게 관리했다. 인권경찰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찰청장과 마찰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두 번째 서울청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원경환 신임 청장은 원칙주의자다. 현장을 꼼꼼하게 챙기기로도 유명하다. 강원청장 때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대회 기간 동안 단 하루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대회 전에는 평창에서 강릉까지 모든 경기장을 각각 10번 이상씩 방문하며 구석구석 살폈다.

발로 뛰는 원칙주의자지만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한다. 서울청장 업무를 시작하면서 효율적인 비대면보고를 강조하고 있다. “휴가 2주씩 쓰라“고도 권유한다.

앞으로 서울청장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당장 자치경찰제가 내년부터 시범운영 되고 검경 수사권조정도 눈앞에 다가왔다. 올해 본격화된 인권경찰로의 체질 개선도 중요 과제다. 3만명 서울경찰을 이끌고 최일선에서 이를 감당해야 한다.

일이 어렵고 복잡할수록 해법은 간단할 수 있다. 신년화두로 곧잘 등장하는 ‘무본자강’(務本自强, 근본에 힘써 스스로 강해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은 각각 논어와 주역에서 따온 말이다. 논어 학이편에는 ‘군자무본 본립이도생’(君子務本 本立而道生)이라 했다. 근본을 파고들면 길이 보인다. 주역 건괘의 상전에는 '군자이자강불식'(君子以自彊不息) 구절이 나온다. 옛 선비들은 대자연이 운행을 멈추지 않듯 끊임없는 수양을 다짐했다.

경찰의 존재 이유, 근본 가치는 시민의 안전이다. 시민에는 특정 계층만이 아니라 여성, 아동, 장애인 등이 모두 포함된다. 경찰의 힘이 시민에서 나온다면 시민의 안전이 확보될 때 경찰이 강해진다. 근본에 충실한 그래서 강해지는 서울경찰을 기대한다.



  • 박종진
    박종진 free21@mt.co.kr

    국회를 출입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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