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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투자'하는 제현주, 그가 말하는 리더십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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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세린 기자
  • 2019.0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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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더 20인 인터뷰] 임팩트 투자 선두주자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편집자주] 20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100년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역사적 변곡점마다 젊은 리더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이 나라의 운명을 바꿨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100년을 시작한다. 그 어느 때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는 머니투데이가 우리 사회 각 분야 ‘영 리더’(Young Leader) 20인을 선정, 이들이 얘기하는 미래 대한민국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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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말 서울 성수동 옐로우독 사무실에서 만난 제현주 대표. 그는 옐로우독의 조직문화는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카우앤독'의 '반쯤 열린 커뮤니티'를 반영한다고 했다. 국내 공유사무실 원조격인 카우앤독(COW&DOG)은 'Co work and Do good'의 줄임말로 '함께 협업하고 좋은 일을 도모한다'는 뜻이다.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목표는 이상일 뿐 이룰 수 있는 현실은 아닐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돈이 돈을 낳는' 투자업계에서 사회적 가치를 말하고 실천하는 건 사실 드문 일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이상을 실천하면서 돈을 '즐겁게' 버는 사람이 있다. 재무적 수익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 업계의 선두주자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의 얘기다.

제 대표가 이끌고 있는 임팩트 벤처캐피털(VC) 옐로우독(운용자산 약 600억원)은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중금리 P2P금융기업 '렌딧'을 비롯해 바이오매스 등으로 친환경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테코플러스', 공유주방 및 공유식당 '위쿡'을 운영하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등 14개 기업이 옐로우독의 투자를 받았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를 거쳐 사모펀드운용사 칼라일에서 상무(Vice President)까지 지낸 제 대표는 여성이 흔치 않던 투자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쌓았다. 그리고 2010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해보고자 자발적 퇴사를 하면서 11년 직장 생활을 접었다.

이후 6년여간 한곳에 소속되지 않은 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협동조합 롤링다이스의 콘텐츠 디렉터, 작가, 팟캐스트 진행자, 독립 컨설턴트 등 다양한 역할들을 오가며 일했다. 이 기간 투자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공부하면서 임팩트 투자의 존재를 알게 됐고, 다시 투자를 하고 싶어질 때쯤 옐로우독을 만나면서 2017년 6월 직장의 세계로 복귀했다.

'싸이월드가 생겼을 때'부터 저술활동을 활발히 했다는 그는 최근 브런치, 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임팩트 투자와 관련한 글로벌 동향을 옮긴다. 스스로 6년간 '노마드'(유목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일의 패러다임에 대한 생각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그는 최근 '일하는 마음'이라는 세 번째 저서를 펴냈다).

제 대표가 생각하는 이 시대 리더십의 조건, 임팩트 투자의 의미와 변화하는 일의 방식에 대한 대화를 옮긴다.


<리더십> "리더는 '왜'를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대표직으로 '직장생활'에 복귀하면서 리더십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리더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의 목적에 대해서 리더 스스로 명백하게 이해하고 있고 그것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 생각보다 명시적으로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항상 알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왜'에 동의를 하고 일을 한다면 그때부터는 많은 것들이 쉬워진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가 결정되고, 거기서부터 자율과 책임, 권한이 나온다.

그렇기 위해선 평소에 정보가 잘 공유되고 멤버들이 '우리 회사가 이제까지 논의해오던 흐름 안에서 이렇게 될거야'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불필요한 추측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보공유가 잘된다, 작은 기업이어서 가능한 것 아닌가.
▶조직 규모가 작으면 더 용이하긴 하겠지만, 기업 크기가 절대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회사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와 의사결정의 원칙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옐로우독의 경우 투자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투자심의회는 마지막에 놓친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자리다. 여기서 예기치 못한 결정이 나오는 건 그전의 정보 공유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의 리더십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무엇보다 다양성이 확대돼야 한다. 연령대로 보자면 더 젊은 사람들이 리더십 그룹에 포함돼야 한다. 성별과 출신 배경, 이력 등에서도 훨씬 높은 다양성이 필요하다.

-리더십의 다양성 문제는 왜 중요한가. 다양성이 높아지면 의사결정의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나.
▶그래야 다양한 가치와 다양한 사람들을 대변하고, 다양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그룹에 10명이 있는데, 10명이 다 같은 지역과 비슷한 배경의 50대 남자이고, 그래서 빠른 결정이 내려진다고 가정해보자. 그게 좋을까.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인데, 그러면 그 의사결정의 질과 깊이에 대해서 크게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면 지향하는 가치와 우선순위, 대화법을 학습하고 잘 공유하면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무엇이라고 보나.
▶과거엔 기존의 흐름을 단순히 확장해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고 거기에 에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리더십의 힘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엄청난 산업발전을 이루기도 했고, 인터넷이 생겼을 때 이른바 'IT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고, 이것을 이끌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또 불평등의 폭이 너무 커지면서 엄청난 냉소와 불안의 정서를 낳고 있다. 그냥 돈을 더 벌고 덜 벌고의 차원을 떠나서 질적 불평등이 너무 깊어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단순하게 임금의 많고 적음, 직업의 안정성이 높고 떨어지는 문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가 모멘텀을 잃을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제 대표는 리더십의 조건으로 일하는 목적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일하는 과정에서의 명료함을 꼽았다. 조직원들이 불필요한 추측을 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회사가 잘되는 것이 곧 개인의 발전에도 좋다'고 생각하는 조직에서의 동기부여 수준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제 대표는 리더십의 조건으로 일하는 목적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일하는 과정에서의 명료함을 꼽았다. 조직원들이 불필요한 추측을 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회사가 잘되는 것이 곧 개인의 발전에도 좋다'고 생각하는 조직에서의 동기부여 수준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임팩트 투자> "돈벌기 위한 활동 자체가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 주는 기업에 투자"


-옐로우독이 투자할 때 고려하는 임팩트의 기준이 궁금하다.
▶구체적인 내부 임팩트 평가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예비 투자) 회사를 만나서 얘기를 하면 어떤 직관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이 창업가가 상정하는 방향대로 회사가 성장한다면 그런 회사가 있는 사회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보다 더 좋은 사회일까.' 그 답이 '예쓰'면 일단 직관적인 기준을 통과한 셈이다.

투자 이후에도 회사가 실제로 임팩트를 일으키고 있는지 지표로 확인하려고 노력한다. 렌딧의 경우 대출자들의 이자비용 감소 추이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임팩트 지표는 사실 재무적인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들과 괴리돼 있는 게 아니다. 옐로우독은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한 활동 자체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때 투자를 하기 때문에 임팩트 지표라는 건 재무적 성과의 선행지표에 가깝다.

-수익률과 사회적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느냐는 얘기도 있다.
▶임팩트 투자전략은 펀드마다 다르게 설정될 수 있다. 옐로우독이 현재 운용중인 펀드들은 시장수익률 이상을 타깃으로 한다. 즉 임팩트를 일으키는 행위가 상업적인 성장과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는 모델에 투자한다.

그런데 사회적 가치는 굉장히 높지만 상업적 성장은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는 기업들도 있다. 그런 기업들에 필요한 투자는 그에 맞춘 수익률 타깃과 전략에 따라 집행돼야 한다. 임팩트를 일으키는 기업은 각기 분야와 유형이 다르고, 그에 따라 세분화해서 생각해야 한다. 공존할 수 있는 분야와 그럴 수 없는 분야가 따로 있는데, 뭉뚱그려 얘기해서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한국에서 아직 임팩트 투자가 확산되지 않은 이유를 꼽는다면.
▶아직 증거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으니까 그런 게 아닐까. 미국은 2016~2017년을 기점으로 퀀텀점프가 일어나서 '임팩트 투자의 주류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빅네임' 프라이빗에쿼티(PE)들이 너도나도 임팩트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건 뚜렷한 티핑포인트를 지났다는 의미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임팩트 투자가 훨씬 일찍부터 시작됐고, 자본시장의 구조도 이를 좀 더 수월하게끔 만들어주는 측면이 있다.

반면 한국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고, 옐로우독은 임팩트 투자가 한국에서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성공사례를 더 만들어내면 더 많은 분들이 임팩트 투자를 믿고 그 움직임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마음> "창업자들 만나는 일 즐거워… 시간 관리보다는 에너지 관리"


-6년간 조직에 속해 있지 않다가 대표직으로 직장생활에 복귀했다. 어떤 즐거움과 어려움이 있는지 궁금하다.
▶직장을 떠나서는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다양한 조직과 결합해 일하면서 자본시장에서 투자가 이뤄졌을 때 그것이 의미하는 바, 사회에 끼치는 시사점 등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했다. 그때 임팩트 투자를 알게 됐고, 다시 투자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옐로우독이라는 회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옐로우독은 2016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인 이재웅씨가 자본금 200억원을 전액 투자해 만든 회사다). 일이 지향하는 방향과 제가 개인으로서 가진 지향점이 일치하기 때문에 지금 하는 일은, 더이상 좋을 수가 없다.

물론 각론으로 들어가면 힘든 일도 있고 대표로서 부담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임팩트 투자 생태계가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에 1세대 그룹으로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저희가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뒤에 올 사람들이 이걸 딛고 갈 수 있다. 저희가 잘못하면 '옐로우독이 못해, 제현주가 못해'가 아니라 '임팩트 투자는 안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이다.

-투자활동 자체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어떤 활동을 할 때 가장 힘이 나는가.
▶창업자들을 만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되게 즐거운 일이다. 이들은 가벼운 불편함을 그냥 넘기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떤 문제를 봤을 때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대단함'을 대부분 갖고 있다. 이런 창업자들과 인연을 맺고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우리는 투자자로서 조력하는 것이다. 언제나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배우는 점이 있다는 게 즐겁다.

-투자 외에도 저술, 토크 등 여러 가지 활동을 많이 한다. 시간관리 팁이 있다면.
▶직장은 해야 하는 일뿐만 아니라 일상의 많은 부분을 정해준다. 몇시에 일어나야 하고 몇시에 어디서 누구랑 일을 해야 하는지. 그렇기 때문에 내 선호나 내가 어떨 때 효과적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기회가 별로 없다. 사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식으로 일할 때 제일 효과적인지는 일하는 방식을 조금씩 바꿔보면서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봐야 알게 된다. 그런데 그냥 일반적으로 직장에 다니면 관성적으로 많은 게 결정된다.

독립적으로 일하는 동안 내가 어떻게 일할 때 제일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사람은 신체적인 존재이다 보니 의지만으로 언제나 고성능을 발휘할 수는 없다. 내 컨디션을 잘 유지해야 결과적으로 같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가장 좋은 컨디션이 유지될 수 있게끔 시간관리보다도 에너지관리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스스로 지키는 몇몇 기본적인 원칙들이 있다. 사람을 만나는 빈도와 시간, 오전에 하는 일과 오후에 하는 일, 미팅은 하루에 몰아서 하는 게 좋은지 나눠서 하는 게 좋은지 등등. 저한테 적합한 것에 대해서 스스로 잘 아는 편이라, 그것에 따라서 잘 움직이려고 한다. 그러면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 정상인데.
▶그건 저도 그렇다(웃음). 멍하니 있을 때도 많이 있다. 저도 당연히 머리가 너무 복잡하면 아무 생각도 안하고 그냥 킬링타임(시간 죽이기)을 해야 하는 때도 있고. 예전에는 '시간이 있는데 왜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까'하고 답답해 했는데, 지금은 그래야 내가 재충전된다는 것을 아니까 '좀 놀아줘야지' 생각한다.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는☞1977년생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산업디자인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 사모펀드운용사 칼라일에서 11년간 근무했다. 2010년에 직장을 떠나 6년여간 한곳에 소속되지 않은 채, 책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협동조합 롤링다이스 대표로 활동했다. 이밖에도 혜화동 샘터사옥 인수로 유명한 부동산투자회사 공공그라운드 이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베스트셀러 작가 등으로 활동중이다.

2017년 6월 임팩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에 입사해 지난해 2월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모든 일하는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 일을 규정하고, 각자의 리듬에 따라 일하며 살면서도, 적당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고.



  • 하세린
    하세린 iwrite@mt.co.kr

    한 마디의 말이 들어맞지 않으면 천 마디의 말을 더 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기에 중심이 되는 한마디를 삼가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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