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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⑥] 개정안 실효성 의문…'한국형'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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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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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만 확대…절차 지연, 과도한 입증책임 그대로 BMW 화재, 애플 배터리게이트도 소송 대상 못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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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20대 국회에서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에 접수된 '집단소송' 관련 법안은 10여개다. 이중 지난해 9월 법무부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를 통해 추진한 법안을 중심으로 법조계·재계·정부의 관련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법무부 안은 기존의 증권 집단소송제를 다른 분야로 확대 도입하는 것이 1차 목적이다. 대상은 Δ제조물 책임 Δ부당공동행위·재판매가격 유지행위 Δ부당 표시·광고행위 Δ개인정보침해행위 Δ식품안전 Δ금융소비자 보호 분야다. 또 기존의 증권 집단소송도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법무부 개정안은 대상만 확대했을 뿐 그간 문제로 지목된 절차 지연, 과도한 원고 입증책임 등에 대한 개선책이 빠졌다. 피해액이 천차만별인 소비자 사건에서 집단소송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엿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통과되면 제대로 활용될지 의문'이란 법조계 안팎에서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의 법률 체계와 사회적 제도에 적합한 '한국형 집단소송제'가 마련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식 '옵트아웃', 피해 천차만별인 소비자 사건 적용 힘들어

근본적으로 증권 집단소송제의 '옵트아웃(대표당사자의 소송 효력을 모두에게 미치도록 하는)' 제도를 일반 소비자 분야에 그대로 적용한 점부터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피해 정도가 영아 사망부터 감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마디로 기존의 주식 관련 피해와 달리 피해 정도가 균질하지 않고 법률·사실적 쟁점이 다른 소비자 소송은 옵트아웃 하에서 허가를 받는 게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설령 허가가 나더라도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사람은 '제외신고'를 별도로 하지 않는 이상 집단소송을 통해 확정된 총 배상액에서 자신의 몫을 분배받는 데 그친다.

함영주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가 큰 사람이 자기만 배상을 받고 빠지면 되는데 무슨 이익이 있으려고 오랜 시간을 들여 집단소송을 하겠느냐"며 "결국 개별 소송이 유리한 사람들은 집단소송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옵트아웃' 으로 일률적으로 처리하게 되면 제도 자체의 활용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일본과 같이 먼저 소비자 단체가 나서서 피해를 확인하고, 추후 배상액을 정하는 2단계 집단소송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집단소송을 수십년 연구한 법조계 관계자 A씨는 "일본식으로 손해배상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추후 배상액을 논하면 화해로 가기가 쉽다"고 설명했다.

2018년1월 서울 종로구 가든타워빌딩에서 열린 '애플 아이폰 1차 집단 손해배상 소송제기' 기자회견© News1
2018년1월 서울 종로구 가든타워빌딩에서 열린 '애플 아이폰 1차 집단 손해배상 소송제기' 기자회견© News1

◇BMW 화재, 애플 배터리게이트 등 신체 피해 없어 집단소송 대상 안 돼

개정안의 세부적인 부분도 보완돼야 할 점이 많다. 법무부 안에는 제조물 관련 사건의 집단소송 대상을 '제조물 책임법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로 한정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재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만 집단소송 대상이고 제조물에 하자가 있거나 계약상 책임을 묻는 대부분의 소비자 소송은 집단소송 대상이 아니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애플이 아이폰6·7 시리즈의 성능을 고의적으로 저하한 '배터리 게이트' 사건은 집단소송 제기가 불가능하다"며 "BMW 화재 사건의 경우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집단소송이 될 수 있지만 제품 자체 결함으로 인한 집단소송 제기는 불가하다"고 말했다.

소액 피해를 입은 다수가 발생한 전형적인 집단 소송 케이스임에도 신체적 피해나 재산상 피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집단소송 대상을 '몇조 몇항 위반'이라고 너무 구체적으로 제한한 점도 문제다. 이는 한 건의 피해 사건에서 어떤 조항의 위반은 집단소송으로 또 다른 법조항의 위반은 민사소송으로 이중 진행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함 교수는 "집단 소송 도입의 취지는 일괄 해결"이라며 "이렇게 되면 결국 일반 민사 소송으로 원고들이 우르르 빠지고 기업 입장에서도 집단소송과 일반 소송에 모두 시달려야 하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 "변호사들에게 집단소송은 블루오션…남소 우려"

재계는 정반대로 법무부 개정안이 남소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기존의 원고 측 소송 대리인 제한 규정이었던 '최근 3년간 3건 이상 집단소송에 대표당사자 또는 대표당사자의 소송대리인으로 관여한 경력'을 삭제한 점을 문제 삼는다.

재계 관계자 A씨는 "변호사 업계에서 집단소송을 새로운 시장, 블루오션으로 본다"며 "변호사들이 수임료를 노리고 무분별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 B씨는 "미국은 집단소송이 제기돼도 행정적 과징금 부과가 약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는다"며 "우리나라는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여기에 집단소송까지 들어오면 과잉 처벌이 된다"고 지적했다.

◇입증책임 완화 등 민사소송법 개정 같이 가야

집단소송법은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많았지만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에 맞는 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그간 논의가 부족했다.

아직까지 단일한 제시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단 집단소송 허가 요건 완화, 허가 심리 기간 단축, 원고의 입증 책임 완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다.

심리가 시작되기 전에 원고와 피고가 서로 확보한 증거와 서류를 서로에게 공개하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주영 변호사는 "일본과 같이 기업 측의 방해로 문서 등 제출이 어려울 때 원고 측 주장이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같은 부분은 모두 민사소송법 개정과 함께 가야하는 것으로 좀 더 포괄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가 제안한 소송 허가 결정은 3개월 이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1개월만 연장하게 하는 안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2018년12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단적 소비자피해 재발방지를 위한 집단소송 법제화 필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2018년12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단적 소비자피해 재발방지를 위한 집단소송 법제화 필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증권집단법 '모법'처럼 한 개정안 잘못…새로운 '틀' 필요

한편 장지용 중앙지법 판사는 "효력이 강한 집단소송을 한번에 도입하는 게 어렵다면 그 중간단계에서 광역소송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함 교수는 "대부분 3심까지 가려는 우리나라 재판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우리 법관들은 대법원 판례를 쭉 따라가는 게 익숙한데 집단소송이나 광역소송이라고 해서 갑자기 재량권을 발휘해 조정이나 화해에 적극적이 되기 힘들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봤다.

'집단소송제 만능주의' 시각도 경계해야 한다. 함 교수는 "집단소송을 도입하면 10년에 한건 정도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성공한 케이스가 나오긴 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악행의 억제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단소송이 만능이라거나 반대로 백해무익하다는 정반대 주장 모두에 동의할 수 없다"며 "다른 소송으로 진행이 안돼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보충성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운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조계 관계자 A씨는 "법무부 개정안은 증권집단법을 모법처럼 전제하고 그 틀 그대로 대상 사건만 확대한 것"이라며 "소비자 분야에 어울리는 집단소송의 새로운 틀을 처음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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