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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과 안정을 깨 부숴라" 변화를 이끄는 젊은리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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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민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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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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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더20]'과징금만 1조원' 역대급 퀄컴 사건 해결 주역, 박정현 공정위 사무관

[편집자주] 20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100년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역사적 변곡점마다 젊은 리더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이 나라의 운명을 바꿨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100년을 시작한다. 그 어느 때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는 머니투데이가 우리 사회 각 분야 ‘영 리더’(Young Leader) 20인을 선정, 이들이 얘기하는 미래 대한민국 얘기를 들어봤다.
박정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
박정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
2016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글로벌 반도체기업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에 시정명령과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00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은 휴대전화 원천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등 표준필수특허(SEP)를 다수 보유한 '특허 공룡'으로 불린다. 공정위는 이러한 공룡기업을 상대로 2년여의 치열한 조사와 심의 공방을 벌여 천문학적 과징금과 함께 퀄컴의 기존 비즈니스 관행 자체를 바꿔야 하는 시정명령까지 부과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영리더 20인에 선정된 박정현 공정위(사진·39) 사무관은 퀄컴 사건을 처리한 주역이다. 그는 퀄컴 사건 해결의 공로로 공정위가 선정하는 '올해의 공정인'은 물론 대통령 표창인 '대한민국 공무원상'까지 받는 등 공무원 조직내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박 사무관에 따르면 공정위가 퀄컴의 불공정행위를 제재하는 과정은 험란했다. 법적으로 퀄컴이 받은 혐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선 수많은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전문용어로 점철된 증거자료를 해석하고 분석해야 했다. 통상 법학, 경제학 등을 전공한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 입장에선 증거서류를 해석하고 검토하는데만 수일이 걸린다.

당시 공정위 시장감시국 산하 서비스업감시과에서 근무하던 박 사무관을 퀄컴 사건 TF(태스크포스)로 차출했다. 공정위 유일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이었다. 많은 증거자료와 사건 등을 직접 분석하지는 못하더라도 자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와 최소한 소통이라도 할 수 있도록 관련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처음 주어진 임무였다. 박 사무관을 비롯한 공정위 조사팀은 처음 현장 조사부터 최종 공정위 전원회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2년 이상을 수많은 ICT 전문용어와 씨름하며 지냈다. 그는 "퀄컴 사건은 앞으로 국내 ICT산업의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피할 수 없는 힘겨운 싸움이었다"고 돌이켰다.

사건 처리과정에서 이공계 출신이라는 박 사무관의 장점은 한껏 살렸다. 표준필수특허권자의 독점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특허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보장하는 'FRAND(프렌드) 확약'이 사건 처리의 열쇠였다. 프랜드 확약 위배가 곧 경쟁법 위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반 가능성을 높여주는 근거라는 점을 파고 들었다. 공정위가 특허공룡 퀄컴과 정면승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다.

퀄컴 사건을 처리하면서 리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박 사무관은 "선임 국, 과장과 머리를 맞대고 지낸 퀄컴 사건 처리과정을 돌이켜보니 어려운 사건일 수록 '우리의 미션이 무엇이고 우리가 해야 할 건 이거다'라는 것 등을 우선 선명하게 놓고 각자의 생각이나 상황을 맞춰갈 수 있도록 조정과 조율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직장 내 리더의 직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질서를 이끌어가는 공무원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직무는 리더로서의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통상 공무원이라고 하면 상명하복의 조직문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생활을 떠올린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의 삶과 직결된 정책을 집행하고 조율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만큼 나름대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 이뤄지는 조직이기도 하다. 고정관념과 안정을 깨고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리더의 역량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게 박 사무관의 생각이다.

박 사무관은 리더의 조건으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바람직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을 꼽았다. 수많은 민원인을 상대하는 것부터 시작해 내부 조직원을 설득하고 국회, 유관기관 등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반영해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세대를 아울러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 사무관에게 그가 생각하는 '영 리더'에 대해 좀더 자세히 들어봤다.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행정고시를 택하게 된 이유는?
▶행정고시 5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대학을 다닐 때까지 공직을 생각해본적은 없고, 저 스스로도 행복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정도의 장래 희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답을 찾지 못한 채 대학을 졸업했다. 방황하는 시기를 거치면서, 직업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선택해볼 기회를 갖게 됐다. 찾은 답은 행정고시였다. 전공을 버리고 처음부터 준비하려니 어려운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국민의 삶을 더 유익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한 것 같다. 조직 내의 다른 분들과 다소 이질적인 전공을 갖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조직 전체의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정위 역사상 역대급 사건으로 기록될 퀄컴의 반독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처음 맞닥뜨린 순간부터, 최종 의결서가 나갈때까지 매 순간이 다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조사팀원들과 수없이 회의를 하면서 이 사건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스토리를 발견했을 때가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다양한 사실관계들에 대한 단편적인 기록들과, 관련 계약서들, 시장 통계자료, 전문적인 문헌들을 찾아내고, 다시 이를 아우르는 한권의 심사보고서를 만드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특히 반독점 사건은 단순한 사실과 관련 조항의 나열만으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고, 경제적인 맥락까지 정확히 짚어내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정현 공정위 사무관
박정현 공정위 사무관
-공직을 선택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공직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이유를 갖고 시작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을 함께 지향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직자가 누리는 생활인으로서의 일상적인 행복은 기대만큼 크지는 않고,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종종 과로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을 선택할만한 동기로 국민 전체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공직의 매력에 무게를 둔다면 향후 입문한 후에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많다. 젊은 리더, 젊은 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연륜과 상하관계가 중시돼 온 우리사회에서 젊은 리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나, 점차 전문성, 과업 성취 같은 가치가 중시되면서 개선되고 있다 생각한다. 각자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상황에 있는 주위 사람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스스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리더십이자 리더의 조건일 것이다.

-영리더만의 틈새 전략이 있다면. 세대를 넘어 리더가 갖는 조건이나 공통점이 있다면
▶세대를 아울러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한국사회에서 영리더는 이전의 고정관념과 안정을 깨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데 역할이 있을 듯 하다. 그런 면에서, 요즘 한국 문화를 해외에 수출하는 아이돌 연예인들도 충분히 영리더의 대표주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본다.

-스스로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직장내에서 리더의 직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경제질서를 이끌어가는 공정위의 직원으로서의 직무는 리더로서의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복잡하고도 중요한 업무이니만큼 직장 내 뿐만 아니라 외부의 전문가, 이해관계자, 일반 국민 등 다양한 생각을 많이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리더로 평가받는 사람들 중 롤모델을 꼽는다면?
▶특별히 유명인 중 롤모델은 생각하지 않고 있고, 업무 중 만나는 직장 상사들로부터 바람직한 리더십을 배우고자 한다.

-30년 후엔 무엇을 하고 있을거라 생각하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고 싶다는 욕심은 없고, 소소한 일상 속에 새로운 것들에 계속 관심 갖고 배워가는 쓸모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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