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땅값 9.42% 상승? 경실련 "공평과세 의지 무색"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올해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약 9% 올랐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공평과세 의지가 무색한 엉터리 가격"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12일 발표한 논평에서 "찔끔 인상된 표준지 공시지가로 공평과세는 어림없다"며 "정부는 시세반영률 산정 근거 등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공시지가 공개 적절성을 놓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과 광주 공시지가가 각각 13.87%, 10.71% 상승한 것을 비롯해 올해 전국 공시지가가 9.42% 올랐다고 밝혔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정부가 표본으로 선정한 전국 50만 필지를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땅값이다.

경실련은 "지난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6% 상승한 것에 비춰봤을 때 (올해에도) 공시지가를 현실화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은 없는 수준"이라며 "정부가 조세 저항에 굴복해 단순 시세 변화만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2014년 현대차그룹이 매입한 삼성동 부지를 사례로 들며 정부가 발표한 공시지가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2014년 평당 실거래가 4억2000만원에 거래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GBC(옛 한국전력 본사)의 올해 공시지가는 평당 1억9000만원으로 5년 전 시세의 45% 수준"이라며 "엉터리 공시지가로 대다수 토지를 보유한 재벌 대기업과 부동산 부자가 막대한 세금 특혜를 누려왔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발표한 공시지가 현실화율 64.8%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5대 재벌이 보유한 빌딩 35개의 시세 반영률은 39%, 1000억원 이상 빌딩 16개의 시세반영률은 27%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현실화율 제고 의지를 다진 올해(64.8%)가 2016년(64.7%)과 같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자료가 사실과 부합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현실화율 산정기준과 방식, 관련 자료를 투명히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