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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의원님 가족여행 티켓도 내가"...'극한직업' 보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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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광 기자
  • 한지연 기자
  • 김남희 정치부인턴기자
  • 이재원 기자
  • 백지수 기자
  • 2019.02.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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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극한직업'](종합)

[편집자주] ‘지금까지 이런 직장은 없었다. 이곳은 직장인가 지옥인가. 네 OOO 의원실입니다.’ 영화 ‘극한직업’을 본 한 보좌진의 자조적 목소리다. 풍운의 꿈을 안고 국회 입성했으나 사적 심부름에 동원되기 일쑤다. 정책을 연구하고 정치를 배우는 길은 요원하다. 부모님의 기대를 뒤로 하고 다시 취업 시장으로 돌아가는 보좌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감, 연말정산도 나의 일" '갑질'에 국회 떠나는 '청년 보좌진'


[MT리포트] "의원님 가족여행 티켓도 내가"...'극한직업' 보좌진
[여의도 '극한직업']①中企 짧은 보좌진 근속기간, 9급은 '1년7개월'

# 국회 모 의원실의 비서관 A씨는 '연휴'가 두렵다. 해외 여행에 나선 의원 가족의 비행기표 때문이다. 여행객과 티켓 경쟁을 벌이는 것보다 이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맞추기가 더 힘들다. 출발과 도착 시각부터 자리 위치, 항공사까지 원하는 것도 많다. 티켓별로 결제자가 달라 티켓 구매 일은 두 배가 된다. 무엇보다 사적 심부름에 동원된다는 사실이 괴롭다.

# 다른 의원실에 근무하는 B씨에게는 연말 정산이 고역이다. 의원의 소득과 소비 내역을 다루는 사적인 일을 B씨가 처리한다. 그는 의원은 물론 선배 보좌진의 연말 정산까지 '막내 직원'의 몫이라고 말한다. "잘 모른다", "어디 간다", "바쁘다" 등 이유도 다채롭다. B씨는 "'영감'(국회의원을 뜻하는 은어) 연말 정산도 보좌진의 업무인가"라고 한숨 지었다.


'정치 유망주'를 꿈꾸는 청년 보좌진들이 국회를 떠난다. 뿌리 깊은 '의원실 갑질'을 호소하며 극심한 취업난에도 국회를 등진다. 청년 정치를 주창하면서도 정작 청년 보좌진은 홀대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1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회 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의원 보좌진의 평균 재직기간은 5년으로 파악됐다. 19대 국회 때(5년4개월) 보다 4개월 가량 줄어든 것으로 수치다.

청년 보좌진으로 구성된 하급 보좌진의 국회 이탈은 더욱 심각하다. 9급 상당 보좌진의 평균 재직기간은 1년 7개월으로 조사됐다. 취업 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국회를 떠나는 셈이다. 8급 보좌진은 3년, 6‧7급은 4년 6개월로 평균치를 밑돌았다.

이같은 국회 보좌진의 이탈은 청년들의 선호가 낮은 중소기업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일자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근속년수는 약 6년 5개월로 조사됐다. 보좌진 평균치보다 1년 5개월이 길다.

대기업과는 비교 불가다. 지난달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근속년수는 약 12년 5개월이다. 보좌진 평균 재직기간의 2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청년 보좌진은 의원실의 갑질 문화가 이직의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 '여의도 옆 대나무숲' 계정에는 의원실 갑질을 호소하는 20여개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갑질 유형은 주로 △사적 심부름 △업무 가로채기 △과다 업무 등이다. 갑질 주체 역시 의원은 물론 선배 보좌관까지 다양했다.

실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만난 비서 및 비서관 10여명도 이같은 갑질 행태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비서관 C씨는 "설이나 추석 명절에 선물 택배가 의원실로 몰려든다"며 "이를 자택으로 옮기는 것도 보좌진 업무"라고 고개를 떨궜다. 비서관 D씨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소리치는 것은 세발의 피"라며 "이 악물고 소리지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의원실 갑질 문화가 한국 정치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 정치인 육성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자발적으로 국회에 입성한 청년조차 스스로 일을 그만두면서 정책 연구와 정당 경험을 축적하는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것. 참신한 정치 신인은 사라지고 기성 세대 중심의 정치 풍토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청년시민단체 청년담론의 김창인 대표는 "의원실 갑질 문화는 청년에 대한 기성 정치권의 관점과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과 정치적 소신을 공유하면서 정치 경험이나 기회를 제공한다기보다 기계 부품처럼 이용하는 것"이라며 "청년 정치가 실현되기 어려운 이유"이라고 지적했다.

이원광 기자, 한지연 기자, 김남희 인턴기자




‘퇴직 보좌진' 1년새 55%↑…국회 몰아치는 '해고 한파', 왜?


[여의도'극한직업']②면직요청서 한 장에 실업자, '묻지마 해고' 빈번…"사실상 노예“

[MT리포트] "의원님 가족여행 티켓도 내가"...'극한직업' 보좌진

# 한 초선의원실의 비서관으로 일했던 A씨는 2017년말 국정감사 직후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외부인사로 영입됐다가 1년여만에 실업자가 됐다. 뚜렷한 이유도 듣지 못했다. 국감 직후 A씨가 주도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실적도 괜찮았다. 국감 준비 기간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업무에 열중했기에 허탈감은 더욱 컸다.
이에 수석 보좌관과 갈등이 해고의 원인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국감 질의 순서를 두고 다소 마찰이 있었다. 기업이나 정부부처와 달리 복잡한 해고 절차가 없는 의원실에서 A씨의 해고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A씨의 면직요청서가 국회 사무처에 전달된 직후 A씨는 짐을 쌌다.

전격 해고에 따른 업무 부담은 남은 보좌진의 몫이다. 당시 해당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기자 출신 비서관 영입을 고집해 2개월 넘게 공석이 있었다"며 "의원이나 수석보좌관은 비서관 한 명 자르면 그만이겠지만 남은 사람들은 업무가 몰려 괴롭다"고 말했다.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 '해고 한파'가 몰아친다. 보좌진 중 국회를 떠난 이들이 1년새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고 사유를 듣지 못하고 국회를 떠나는 '묻지마 해고'도 성행하면서 보좌진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1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확보한 2017년 1월~2018년 10월 '국회의원 보좌진 월별‧직급별 최종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보좌진 퇴직자는 모두 61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5% 증가했다.

보좌진들은 통상 국감 직후 비자발적 퇴직이 본격화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의원실의 5급 비서관은 "업무가 몰리는 국감 시기가 지나면 보좌진 물갈이가 시작된다"며 "업무 역량 부족이나 과실인 경우도 있으나 통상 의원 성향에 맞지 않는 이들이 의원실을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감이 끝난 지난해초 대규모 보좌진이 국회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 퇴직자 수는 62명으로 전월 대비 77.1% 늘었다.

'묻지마 해고'로 인해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A씨는 "해고에 대한 특별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며 "송별회나 동료들과 인사할 기회도 없었다. 이유나 알면 마음이 편했을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같이 보좌진의 퇴직이 급증한 것은 해임이나 징계 절차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원실에서 국회 사무처에 보좌진의 면직요청서를 제출하면 그 즉시 해임이 이뤄진다. 국회 사무처가 부당 인사 등을 검증하는 과정은 없다. 별다른 해임 사유 없이도 면직요청서 제출이 가능하다. 신규 채용 역시 임용요청서 한 장으로 결정된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 한 관계자는 "고용 불안전성을 고려하면 의원이나 최측근인 수석보좌관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한숨 지었다. 이어 "보좌관은 사실상 노예에 가깝다"며 "의원실에서 정치적 비전을 공유하거나 현안과 정책에 대해 논쟁 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원광 기자, 한지연 기자, 김남희 인턴기자




"춤 안추면 XX년"…'92년생 김지영 비서'의 하루


[여의도'극한직업']③입법전문가 꿈꾼 여성 보좌진…성차별에 가려진 국회의 여성들


[MT리포트] "의원님 가족여행 티켓도 내가"...'극한직업' 보좌진

#92년생 김지영씨의 직업은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비서다. 입법 전문가를 꿈꾸고 들어온 국회에서 '김지영 비서'는 여러 입법과 정책 아이디어를 내며 일을 배우고 있다고 자부한다.

오늘은 '영감(모시는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국회 보좌진의 은어)'을 한 정부 부처 관계자가 찾아왔다. 김지영씨도 정책 입안을 위해 자주 통화하는 인사다.

영감이 갖다 달라는 정책 자료를 들고 회의실로 들어가려던 와중에 남성인 부처 관계자가 "이 방은 여자가 너무 많아서 가끔 대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영감이 "우리 의원실에 여자가 이미 많아서 여자는 더 안뽑고 있다"고 맞장구 치는 목소리도 들렸다.

#김지영씨가 회의실을 나오자 전화벨이 울린다. 지역구에서 걸려온 민원 전화다. 상대방은 통화 시작부터 "국회가 일을 왜 이렇게 안 하냐"고 욕설을 퍼부었다. 종종 있는 일이라 김지영씨는 "네, 네~"하며 응대했다. 수화기 저편에서 "'여자가' 전화를 왜 그렇게 받느냐"며 "남자 바꿔"라는 호통이 떨어졌다.

#김지영씨는 전화를 끊고 상임위와 관련된 질의서를 쓰기 시작했다. 옆에서 의원실 동료인 남성 비서가 "아, 비서님도 질의서 쓰세요?"라고 말을 걸었다. 조금 있다가 한 출입기자가 찾아와 남성 비서에게만 인사하고 상임위 관련 현안을 질문하고 갔다. 김지영씨는 대화를 듣기만 하며 질의서를 마저 썼다.

#일과가 끝나고 김지영씨가 일하는 의원실은 보좌진끼리 신입 인턴비서를 맞이하는 회식자리를 가졌다. 2차는 노래방을 갔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남성 보좌관이 흥에 겨워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좌관이 신입비서에게 춤을 청했지만 신입 비서가 머뭇거렸다. 보좌관이 "XX년"이라고 욕을 했다. 다른 보좌관과 비서관이 말리는 사이 김지영씨는 눈치를 보며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1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회 페미니스트 보좌진 모임 '국회페미' 등의 도움을 받아 국회 내 성차별 사례를 취합하고 여성 보좌진들이 실제 겪은 사례를 인터뷰한 내용을 '92년생 김지영(가명) 비서'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국회의원 보좌진이 '극한직업'으로 불리지만 그 중에도 여성 보좌진은 남성 보좌진에 비해 성차별까지 견뎌야 하는 게 현실이다.

4급 보좌관 등 고위직에는 주로 남성이, 급수가 낮은 '비서' 직위에 여성 비중이 높아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실마다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의원뿐 아니라 같은 의원실의 '상사'나 정부 관계자 등 의원실을 찾는 손님들로부터 받는 차별적 언사들에 노출된다.

국회사무처가 지난달 2일 발간한 '2019년 1월 국회인력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별정직 공무원인 국회 의원실 보좌진 중 전체 여성 보좌진 비율은 30.5%에 그쳤다.

여성 비율은 직급이 높을수록 낮고 직급이 낮을수록 많아졌다. 최고 직급인 '4급 보좌관'의 여성 비율은 7.9%에 그쳤다. 5급 비서관의 여성 비중은 20.5%로 집계됐다. '비서'로 불리는 6급부터는 6급에서 23.9%, 7급에서 37.8%가 여성으로 파악됐다. 반면 주로 의원실 행정을 담당하는 8급과 9급은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8급 비서의 59.6%, 9급 비서의 64.9%가 여성이다.

국회사무처 등 국회 내 다른 기관에 비해서도 국회의원 보좌진 사회가 성적으로 불평등하다는 점이 통계로도 나타났다. 정책연구위원 등 별정직을 포함한 국회사무처 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43.4%로 나타났다.

사무처 역시 2~3급 고위직은 여성 비율이 다른 직급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15.4%(2급), 14.9%(3급) 등으로 4급 보좌관의 여성 비율에 비해서는 2배 정도 높다. △국회예산정책처는 39.9% △국회입법조사처는 40.6% △국회도서관은 73.7% 등의 여성 공무원 비율이 집계됐다.

한 여성 보좌진은 "어느 조직이든 고위직에 남성이 더 많긴 하겠지만 행정비서만 여성이 훨씬 많은 국회 보좌진 사회 구조 자체가 여성을 '행정비서'라는 괴리된 역할에 가두는 것이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백지수 기자



"나는 '섬노예'입니다"…직장문화 '갈라파고스' 국회


[여의도 '극한직업']④의원 없으면 보좌관이 왕…피라미드 구조 속 신음하는 청년 보좌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안개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인다./사진=뉴스1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안개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인다./사진=뉴스1

기업이 변하고 있다. 카카오 등 IT 기업에서 시작된 수평적 기업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존칭없이 영문 이름을 부르거나 상사도 부하에게 '~님'이라고 하는 호칭 변화가 대표적이다. 자유롭게 근무 시간을 조율하고 업무만 마무리하면 정시 퇴근도 문제없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생)의 사회 진출이 이뤄지면서는 이같은 기업 문화 변화가 빨라진다. 변하지 않으면 뛰어난 직원을 뽑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묻어난다. 기업들은 변화를 공부하고 적용하며 문화를 개선 중이다.

그런데 바뀌지 않는 곳이 있다. 선거철만 되면 "세상을 더 낫게 바꾸겠다"고 표를 얻어간 국회의원들이 모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으로 일하며 변화를 거부한다. 폐쇄와 고립을 상징하는 '갈라파고스'가 됐다. 도망갈 길 없이 노동에 시달리는 '섬노예'라고 자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의원들의 갑질만이 다가 아니다. 의원실 피라미드 최하층에 위치한 청년 보좌진들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함께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보좌관들이다. 각 의원실은 보통 9명의 보좌진이 한 팀을 이뤄 근무한다. 4급 보좌관 2명과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에 인턴 1명 등이다.

숫자(급수)가 나타내는 서열은 위계와 갑질로 강력히 작동한다. 촘촘한 위계질서 속에 수많은 이가 고통을 삼키며 속으로 곪고 있다. 민주화를 외친 세력이나 보수적 가치를 좇는 이들이나 다를 게 없다. 국회 안 직장 문화만큼은 여전히 구시대적이란 지적이다.

의원은 의정활동과 지역구활동 등으로 자주 자리를 비운다. 자연스레 보좌관이 의원실의 실무를 책임지게 된다. 의원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정보까지 공유하는 보좌관들이 갖는 권한은 막강하다. 인사권에 자금관리권까지 보좌관들이 움켜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실 보좌관은 "비서관과 비서의 경우 보좌관 선에서 채용하고 의원에게 보고만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양 손에 권한을 쥔 이들이 개인 업무를 부탁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려도 항의하기 쉽지 않다. 대표적 갑질은 업무 미루기다. 연말정산 등 개인적인 일을 부하 직원들에게 시키는 것은 물론, 자신의 업무까지도 미루는 경우가 적잖다.

한 야당 의원실 비서관은 "오전 회의만 적당히 하고 나서는 사라졌다가 낮술을 잔뜩 하고 와서 자는 경우가 잦다"며 "결국 업무는 '아랫것들'이 모두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각종 감정노동도 비서관·비서들의 몫이다. 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실 비서는 "(보좌관이)일이 잘 안 풀리거나 의원에게 질책 당하면 바로 우리에게 불똥이 튄다"며 "업무에 대해 공조하거나 하지도 않고서는 '너흰 대체 뭐하냐'고 역정을 내는 식"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7일에도 페이스북 커뮤니티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보좌관의 갑질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보좌관님과 함께 했던 시간이 힘들었다"며 올린 글에서 "아침마다 얼굴, 몸매, 옷, 화장 평가, 욕하면서 소리 지르기, 컴플렉스 매일 언급하며 놀리기 등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다른 직원 욕하기, 야한 농담, 영감(의원) 노릇 등도 비서관·비서들이 흔히 당하는 갑질로 꼽았다.

업무와 관련 무시와 모독을 당하기도 한다. 한 여당 의원실에서 SNS 관리 등 홍보를 담당했던 전직 비서는 "보좌관으로부터 '허접한 일'·'아무나 하는 일 하는 애'라는 폭언을 여러 차례 들었다"며 "직책과 직위에 따라 일이 다른 것 뿐 아니냐"고 토로했다.

국회 밖의 '갑질'에 대해서는 발빠르게 대응하지만, 보좌관-비서관-비서-인턴으로 이어지는 국회 안의 먹이사슬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국회는 지난 1월 공관병 갑질로 논란을 빚은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이름을 딴 '박찬주법'을 발의했다. 부하에게 직무 관련성 없는 지시를 내리는 상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군형법 개정안)이다.

이 외에도 각종 갑질 방지를 위해 사회 곳곳의 문제를 듣고 살피지만 정작 국회 의원회관에서 벌어지는 갑질에는 눈을 감는다는 지적이다. 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 비서관은 "갑질 방지 법안을 만들고,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남는 것은 뿌듯함보다 자괴감"이라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



"우린 누가 지켜주나"…'비밀 국회'에 눈물짓는 보좌진


[여의도 '극한직업']⑤법적 보호 받지 못하는 보좌진들…고용현황 통계조차 비공개

밤에도 환하게 불이 켜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사진=이동훈 기자<br>
밤에도 환하게 불이 켜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사진=이동훈 기자<br>

#지난해 2월27일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26일부터 이어진 1박2일 마라톤 회의 내내 보좌진들은 의원들의 옆을 지켰다. 법안 합의를 마친 의원들은 밝은 얼굴로 회의장을 빠져나갔지만 보좌진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뿌듯함보다 자괴감이 컸다. 당시 현장을 지킨 비서관은 "법안이 통과돼도 주 52시간 근무는 나와는 무관한 얘기"라고 말했다.


국회 보좌진들이 극한으로 내몰리고 있다. 엄연한 노동자이지만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이 전무하다. 각종 노동관련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서류 한 장 제출에 채용·해고가 이뤄지는 '파리목숨'이지만 국회의 비밀주의 탓에 제대로 된 통계조차 구하기 어렵다.

당장 주 52시간 근무부터 언감생심이다. 국회 보좌진은 근로시간 단축의 사각지대에 있다. '별정직' 공무원이다보니 근로기준법이 아닌 공무원법을 적용받는다. 주 52시간을 준수할 근거가 없다.

그래서 대정부 질의 기간이나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휴일 없는 '무한 야근'이 이어진다. 조찬회의 등 의원들의 일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도 유동적이다. 환노위 소속의 한 의원은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국회는 상황이 좀 특이하지 않느냐"며 웃어 넘겼다. 동석했던 비서는 쓴웃음을 지었다.

의원실 내부에서 생기는 각종 갑질을 감독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으니 근로감독 대상도 아니다. 8년차 비서관 A씨는 "지금껏 근무하면서 근로감독은 커녕 설문조사 한 번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각 의원실은 국회사무처 소속이지만, 사무처는 의원실의 일에 대해선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고용과 관련한 자료 제출조차 꺼리는 상황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고용 현황 확인을 위해 사무처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제출을 거부했다. 한 사무처 관계자는 "별도의 자료를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의원실과의 관계도 고려한 결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의원실의 부당한 노동제도나, 갑질 등은 사무처를 소관 부처로 둔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운영위에서 이같은 사안이 실제로 논의 된 적은 없다. 각 정당의 보좌진협의회 선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운영위에서 국회 의원실 제도개선을 꺼내들면, 결국 동료 의원을 '저격'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환노위를 중심으로 각 상임위에서 기업과 공공기관을 불러모아 부당해고와 갑질 등에 삿대질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류 한 장에 해고되는 '파리목숨'이라도 막자는 입법 움직임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해고할 때는 별다른 사유가 없더라도 의원이 일방적으로 면직 요청서를 작성해 사무처에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이에 국회에서는 해고 사실을 미리 통보하는 '보좌관 면직 예고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 김관영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現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이 대표발의했다.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선 2016년 10월10일 김영우 당시 새누리당(現 자유한국당) 의원이 같은 내용의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2년이 넘은 지금까지 통과는 감감무소식이다.

2017년 2월 운영위 국회운영제도개선 소위원회에서 한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국가공무원에는 적용이 안 되는 조항을 국회에만 먼저 넣는다는 것은 문제"라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이 있어 진전이 없었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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