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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그후] ④심야조사·포토라인 공방…개선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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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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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조사에서 문제제기…대검 "개선안 마련중" "망신주기"vs"알 권리"…언론·학계 의견 모아야

[편집자주]2년 동안 사법부를 강타했던 사법농단 사태가 헌정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 구속기소라는 흑역사 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제왕적 대법원장 중심의 사법행정을 전면 개혁하는 것은 물론 수사·사법기관의 제도와 관행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법농단 사태가 남긴 과제를 짚어봤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2018.7.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2018.7.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과정에서는 검찰이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조사를 이어가는 심야조사와 소환 대상자를 취재진 앞에 세워 대중에 공개하는 포토라인 관행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법원과 검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같은 관행을 개선하려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법관 심야조사에 "밤샘수사 고문" vs "본인 동의받아"

지난해 10월15일 '사법농단 키맨'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첫 피의자 소환조사는 오전 9시30분부터 15시간30분 가량 이어졌다. 조서열람까지 포함해 임 전 차장은 이튿날 오전 5시쯤 귀가했으나, 오후 2시부터 다시 조사를 받았다.

임 전 차장이 장시간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16일 오전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전산망에 '밤샘수사, 논스톱 재판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인간의 필수 욕구 중 하나가 수면인데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워 묻고 또 묻는 것은 근대 이전 '네가 네 죄를 알렸다'라고 고문하는 것과 진배없는 것"이라 비판했다.

또한 "비록 피의자나 참고인의 한 번에 다 끝내달라는 요청이 있더라도 수사기관은 근무시간이 넘어가면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법관들을 향해서도 "밤샘수사 결과물이라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명력이 없다고 무죄 선고하면 그 다음날부터 한국의 수사관행이 바뀔 것"이라 지적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데 야간에 조사한 경우는 없고, 소환일정을 줄이기 위해 한번에 끝내달라고 요청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검사나 수사관들도 다음날 또 출근해야 하는데 밤샘 조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법관들이 이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 법원 관계자는 "심야조사의 경우 심리적 압박으로 진술의 임의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증거능력 배제도 고민해볼 문제"라 말했다.

검찰도 개선안 마련에 나섰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과정에서도 최대한 자정 전 조사를 마치고 조서열람을 분리해서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한 대검 관계자는 "조사 대상자가 적극적으로 한 번에 받고 가겠다고 해도 여러 번 오는 쪽으로 제한하자는 논의가 있다"며 "새로운 조사에 들어가는 시간을 제한하고 조서 열람 시간을 앞당기는 방안 등도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 하루 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2019.1.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 하루 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2019.1.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양승태 포토라인 '패싱'…"망신주기" vs "알 권리" 재점화

'사법농단 정점'으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은 첫 소환조사 당일 검찰 포토라인을 사실상 '패싱'하고 대법원 앞에서 자발적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법원 포토라인 역시 말 없이 지나쳤는데, 일종의 메시지로 해석되며 논란이 일었다.

'포토라인'은 지난 1993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의 검찰 출석 과정에서 과열된 취재경쟁으로 카메라에 머리가 찍혀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후 언론계 관행으로 정착됐다. 국민의 알 권리와 질서유지 및 안전을 고려해 편의상의 취재 경계선을 설정한 것이다.

검찰은 이후 2010년 법무부 훈령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마련했다. 이 훈령은 소환 대상자가 차관급 이상의 공무원이거나 국회의원 등 공적 인물일 때, 촬영경쟁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Δ소환 대상자 Δ소환 일시 및 귀가 시간 Δ죄명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포토라인 관행이 무죄추정의 대원칙에 반하는 것이며, 망신주기식으로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은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특히 사법농단 수사를 거치면서 대한변호사협회, 법조언론인클럽의 공동 주최로 대검이 후원한 '포토라인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리는 등 절충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법원과 검찰도 포토라인 관행에 대한 자체 논의를 시작했다. 법원의 경우 최근 이뤄진 인사이동으로 내달쯤 본격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법원 관계자는 "언론의 협조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인데 수사과정에서 마치 죄인인 것처럼 포토라인에 세우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며 "취재활동이 수사단계보다는 기소 후 공판이 열린 후에 이뤄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포토라인에 대한 언론·학계의 논의의 장을 적극 마련하고 결론이 나면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포토라인을 폐지한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설치된 제도고, 수사공보준칙도 협의해 만든 것이라 당장 안 하긴 어려워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포토라인은 죄가 없다, 수사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국민들에게 어느정도 투명성을 보장하고 공적으로 공정성의 기준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며 "검찰이 유력자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다든지, 모른다 생각하면 마음대로 일을 처리할 수도 있는데 그걸 감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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