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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월 대보름과 날씨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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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석 기상청 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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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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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은 정월대보름과 한가위 두 번이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보름이 있건만 사람들은 농사의 시작과 끝인 두 번을 대보름으로 기렸다.

소설가 최명희는 대하소설 '혼불'에서 정월대보름에 대해 "달빛이 깨끗하고 맑으면 농사가 잘된다", "대보름 달빛이 희면 그해에는 비가 많이 온다"면서 "사람들은 달을 향해 소원을 빌었다"고 소개했다.

보름달 모습에서 그 해의 농사 운수와 일년 날씨를 예측했던 것이다. 이 예측은 그 시대 사람들의 결심이자 소망의 표현이었다. 자연을 예측할 수 없고, 자연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대의 사람들은 불행과 행복 중 한 가지를 의지하며 살았다.

자연은 간섭할 수도, 영향을 줄 수도 없는 존재였다. 농사는 절대적으로 날씨에 노출돼 날씨를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일년 농사는 날씨가 나쁘다고 포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결국 자연의 보름달에 빌면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대 사람들은 신이 달에 살지 않았고, 달은 하늘 위 차원 다른 존재가 아니라 우주공간에서 차갑다가 뜨거워지는 돌에 불과한 것을 알게 됐다. 천상에 머물던 달이 내려온 셈이다.

농법, 기계화, 씨앗 개량·개발에 힘입어 농사는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자연과 날씨에서 벗어났다. 도시의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농사는 지어지고, 쌀이든 보리든 과일은 시장에 나왔다.

날씨와 농사가 서로 동떨어지면서, 도시세대는 마치 기성복처럼 농사공장에서 쌀과 과일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으리라. 그럼 보름달은 어떻게 되는가, 이제 아무 역할도 못 하는가, 그저 도시에서 크게 밝혀진 전등 하나나 다름이 없는 것이 아닌가…

보름달도 농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듯 날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로 작년은 작년대로 재작년은 재작년대로 기억나는 폭염이 찾아왔다.

겨울엔 겨울대로 왔다 갔다 하는 기온 기복이 커졌다. 기후변화다, 온난화다하더라도 집 나간 강아지가 집 찾아오듯 예년 자연으로 돌아오겠지 했지만, 올겨울에도 서울에 눈 쌓이지 않은 1월, 강수량이 0mm 계절이 됐다. '춥다'와 '따뜻하다'로만 판단하던 겨울 날씨는 눈이 오지 않는다는 평가가 기후변화 증상에 새롭게 추가됐다.

올여름에는 어떤 기후변화 현상이 있을 것인가? 저 건너 계절과 미래 계절의 장기적인 예측을 정확히 할 수 없는 게 현재 기상과학 기술이다. 그간 경험으로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 저온 등의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통계적으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매년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듯, 실제 기상현상은 아직 예측 범위 선 밖에 있다. 자연을 몰랐을 때, 선조들은 완벽한 자체인 자연의 정월보름달을 의지했다. 지금의 불확실한 기후변화 시대에는 기상청이 정월보름달처럼 국민이 의지할 수 있는 책임을 가지려 한다.

더 나은 기상서비스 위해 작은 불편부터 고치고, 더 작은 실천부터 국민과 함께 하고자 한다. 이번 우수이자 정월보름날에는 오랜만에 전국에 눈 또는 비가 내렸다.

이번 눈과 비는 그간 메말랐던 산하를 촉촉이, 차분히 적셔줄 것으로 기대한다. 봄을 앞두고 우수에 다시 계절로 돌아온 강수다. 이번 눈과 비처럼 기후변화와 불확실한 시대에서도 정월 대보름날부터 한가위 보름날까지 계절에 맞는 날씨가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김종석 기상청장 /사진제공=기상청
김종석 기상청장 /사진제공=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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