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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서 재즈로 전향한 ‘중증장애’ 성악가…“단 한 번도 원망해본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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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03.06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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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9일 재즈로 첫 내한무대 오르는 독일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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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 출신 재즈보컬리스트 토마스 크바스토프. /사진제공=LG아트센터
그는 단 한 번도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았다. 130cm의 키, 어깨에 닿을 듯한 7개 손가락 등 선천 기형으로 태어났지만, 임신 중 입덧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한 어머니를 탓한 적이 없었다.

“‘어머니, 왜 그 약을 먹은 거예요?’ 원망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어요. 그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부모님은 제게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아버지는 매주 왕복 60km를 운전해 저를 성악 레슨에 데려다 줬고요.”

장애로 살았지만, 장애로 인식해 본 적이 없었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60)는 그 당당함과 자신감으로 지난 30년간 독일 가곡의 권위 있는 해석자로 인정받으며 정상급 지휘자들의 수많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 장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보이니, 설명을 많이 하지 않는다”며 “그만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크바스토프는 1980년대 중반부터 콩쿠르에 참가한 이후 한 번도 수상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29세 나이로 1988년 ARD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인 성악가의 길을 걸었다.

수십 장의 클래식 음반 발매, 각종 공연과 수상 등 ‘전설의 바리톤’으로 남을 뻔한 그는 그러나 2012년 돌연 클래식 무대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가깝게 지낸 형의 죽음으로 심리적인 타격이 작지 않았고, 목소리도 이전 같지 않았다.

키 130cm, 어깨에 닿을 듯한 손 등 선천 기형으로 태어난 세계적인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왼쪽 두번째). 그는 지난해 재즈 음반을 내고 올해 재즈로 첫 내한무대에 오른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키 130cm, 어깨에 닿을 듯한 손 등 선천 기형으로 태어난 세계적인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왼쪽 두번째). 그는 지난해 재즈 음반을 내고 올해 재즈로 첫 내한무대에 오른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그는 대신 재즈로 방향을 틀었다. 현역으로 활동하던 2007년에도 도이체 그라모폰(DG)을 통해 재즈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던 그는 재즈가 지닌 자유로움과 즉흥성에 더 깊이 매료돼 ‘제2 음악인생’을 연 것이다.

“클래식에선 음정과 길이를 정확히 노래하고 연주하는 게 중요하지만, 재즈에선 모든 게 더 자유로워요. 또 클래식보다 무대 연주자들과 훨씬 더 친밀한 반응을 주고받을 수도 있거든요. 재즈의 즉흥성과 자유를 사랑합니다.”

클래식과 재즈를 ‘자연스러운 장르’로 수용하는 크바스토프는 오는 1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클래식이 아닌 재즈 공연이다. 지난해 소니뮤직 산하 레이블 ‘오케이 레코드’를 통해 낸 재즈 음반 ‘나이스 앤 이지’(Nice ‘N’ Easy)가 계기가 됐다.

그는 오스카 피터슨,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정통적이거나 혁명적인 재즈 뮤지션을 좋아하지만, 그의 무대에서 듣게 될 노래들은 우리가 흔히 듣던 스탠더드 넘버들이다.

아서 해밀턴이 부르고 다이애나 크롤이 히트시킨 ‘크라이 미 어 리버’(Cry Me a River) 등 귀에 익숙한 재즈부터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 같은 팝 넘버들을 재즈로 편곡해 들려준다.

그의 재즈사랑은 이미 10대 시절부터 체내에 흡수됐다. 클래식과 재즈가 미묘한 차이로 서로 얽혀있다는 걸 그는 체득하고 있었던 걸까.

토마스 크바스토프. /사진제공=LG아트센터
토마스 크바스토프. /사진제공=LG아트센터

“어릴 때 형이 팝이나 재즈를 많이 들려줬는데, 딥 퍼플 같은 록을 들려줄 땐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재즈를 들려줄 땐 아주 좋았어요. 그 자유로움과 즉흥, 정교하게 얽힌 리듬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는 이번 무대에서 오랫동안 작업해 온 피아노 트리오와 함께 무대를 이어간다. 보스턴 글로브는 클래식으로 활동하던 그의 음악에 대해 자기 연민이나 과장된 해석이 없고 확실한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묘사, 순수하게 정화된 감정이 스며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유와 즉흥을 곁들인 재즈가 그의 소리를 타고 흐를 때, 어떤 느낌일지 벌써 흥분된다.

현재 음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고 예쁜 (의붓) 딸을 두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한다는 그는 앞으로 재즈 공연은 물론, 문학작품으로 낭독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전 장애를 지닌 삶을 산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그 생각 자체가 장애일지 모르잖아요. 앞으로 행복한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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