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라운드업]새학기 시작한 국회…개각·청문회 예고에 전운만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3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번 본회의는 여·야의 극심한 대치로 71일만에 개의됐다. /사진=이동훈 기자

3월 국회가 시작됐다. 70여일 간의 긴 겨울 방학을 끝내고서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해야 할 일은 한 가득이고 여야 갈등을 유발할 암초는 곳곳에 있다. 이 가운데 개각으로 장관 임기를 마친 여권 중진 인사들이 국회로 돌아오면서 여야 간 수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 7일 개회식을 열고 3월 임시국회 일정을 시작했다. 각 상임위원회별로 여야 간사 합의에 따라 향후 회의 일정을 잡고 있다. 1~2월 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잇단 국회 일정 보이콧으로 멈췄던 국회가 조금씩 가동되고 있다.

민주당은 밀린 개혁 입법을 추진하려고 국회 일정 재개에 나섰고 한국당도 지난달 말 황교안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아 당을 정비하기 시작하면서 원내 일정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8일 청와대가 7개 부처 개각을 발표했다. 당초 '민생 국회'를 표방하며 밀린 법안 처리를 예고했던 3월 국회가 개회와 동시에 '청문 국회'로 태세를 전환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이번에 청문회를 치를 후보자는 현역 여당 의원 2명과 학계나 전직 공직자 출신 등을 포함해 7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동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연철(통일부) △진영(행정안전부) △박양우(문화체육관광부) △최정호(국토교통부) △문성혁(해양수산부) △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3월 셋째주 중 7명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가 청와대에서 국회로 도착하면 이달 안에 청문 일정을 마감해야 한다.

현재까지 정해진 국회 일정에 따르면 오는 11일부터 교섭단체 연설이 이어진다. 19~22일에는 대정부 질문이 예정돼 있다. 사실상 23일 전후에야 각 상임위별로 청문회를 치를 수 있다.

이번 개각에 야권이 '총선용 개각'이라며 부정적 시선을 보내면서 청문 과정의 여야 충돌이 전망된다. 여당에서야 "적재적소 인사"라고 호평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원내 야권 정당은 차기 총선 출마자를 챙기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개각에 따라 20대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부겸(행안부) △김영춘(해양수산부) △김현미(국토교통부) △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회로 돌아와 내년 총선 준비를 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유영민(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홍종학(중기부) 장관 등은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개각 발표 후 논평에서 "내년 총선을 위해 경력 한 줄 부풀린 사람은 불러들이고 박영선 등 한 줄 달아 줄 사람들로 교체·투입한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특히 남북 문제를 총괄할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를 두고 '점입가경'이라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한국당은 그간 수차례에 걸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재설정과 대북·외교·안보라인의 교체를 주장해 왔다"며 "반드시 들어내야 할 이들은 고스란히 놔두고 오히려 점입가경으로 '남북경협'과 '북한 퍼주기'에 매몰된 김연철과 같은 인사를 통일부 장관으로 앉혔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문재인 정권은 개각(改閣)보다 자각(自覺)이 먼저"라며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현직 장관'과 '장관 스펙 희망자'의 바톤 터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무능에 무책임에 더해지는 정부는 기본부터 다시 살피라"며 "민생이 파탄이다. 정치인보다는 전문가들의 기용이 필요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국회가 논의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여당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법 처리 등을 핵심 개혁 과제로 내세우며 바른미래당 등 한국당 제외 야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과의 동시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여당과 야3당은 선거법 개정 논의를 위해 선거법을 비롯한 법안들을 신속처리(패스트트랙)안건으로 추진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을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과의 동시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같은 움직임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선거법 패스트트랙 추진 움직임이 한국당을 압박하는 비 민주적 처사라고 규정하며 맞서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더불어민주당이 기어이 '이념독재법'을 강행 처리하려고 제1야당을 패싱한채 선거법 쿠데타에 나섰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와 병행되던 공수처법 처리 등에 대한 시각도 정당마다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간 여당과 바른미래당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공수처법을 추진할 때 한국당이 매번 당론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이 가운데 한국당은 7일 당 차원의 자체 사개특위를 출범시켜 검·경 수사권 등에 대한 당론을 모으는 작업에 착수했다.

여야가 각종 현안에서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국회 개회와 동시에 합의점을 찾은 것도 있었다. 국민적 불만이 높은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다.

여야 원내교섭단체 3개 정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은 6일 원내대표 회동에 이어 7일 정책위의장 회동을 진행해 미세먼지도 '국가 재난'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미세먼지를 자연재난으로 볼지 사회재난으로 볼지에 대해서는 세부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를 재난으로 규정하자는 방향 자체에는 3당이 뜻을 모은 결과다.

여야는 이와 함께 액화석유가스안전관리사업법 개정안도 13일 처리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LPG 연료 사용제한의 전면 혹은 일부 완화 등 세부사항을 논의한다.

미세먼지 저감과 다중이용시설의 대기질 개선과 관리 강화를 위해 △실내공기질관리법 △대기환경보전법 △수도권 등 대기질개선에 관한 특별법 △수도권대기환경개선 특별법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한다. 3당은 최대한 합의안을 도출해 이 역시 오는 13일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5.18 망언 의원 3인방'으로 불리는 김진태·김순례·이종명 한국당 의원 등과 '부동산 투기 의혹' 손혜원 의원 등 여야 의원 18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착수하는 데에도 여야는 7일 합의했다. 이에 대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심사 결과는 앞으로 한 달 이내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