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료방송 M&A로 본 미디어 시장 변화와 가치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미디어 시장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합종연횡, 이합집산이 시작되면서 미디어 플랫폼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미디어 사업자가 존재하던 시대에서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시장을 통일하고 있는 형국이다.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은 SK텔레콤이다. 지난 1월 SK텔레콤의 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옥수수’와 지상파 OTT인 ‘푹’을 결합한다고 발표했다. 두 OTT 가입자가 1346만명으로, 지상파, 종편, CJ등 주요 콘텐츠를 모두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5G의 시작과 함께 SK텔레콤의 안정적인 스트리밍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의 콘텐츠 추천 기술 등을 지상파 연합의 콘텐츠와 결합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또 태광계열 티브로드를 SK브로드밴드와 합병키로 했다.

LG유플러스도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를 인수를 발표했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가입자를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 구축을 통해 콘텐츠 수급의 협상력과 플랫폼 기반 서비스의 활용을 기대하기에 빅딜을 성사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을 선택한 CJ ENM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했다. 다른 케이블 사업자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들 역시 IPTV 대비 경쟁력을 잃고 있는 케이블 TV 사업을 정리하고, 이동통신 사업자들과의 새로운 협력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는 우리보다도 앞서 이러한 현상이 시작됐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2위 통신사업자인 AT&T와 거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의 합병이다. 미국 정부가 반대해 반독점 소송이 진행됐음에도 불구, 미 정부를 상대로 2심에서 승리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 두 사업자의 합병이 경쟁을 약화시키고 채널 선택권을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소비자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사업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결과다. 자국 내 독점을 고심하기보다는 규모의 확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다만 해외 사례와는 다르게 국내의 경우 유료방송사업자인 IPTV가 케이블을 인수한다는 점에서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첫째, 국내 유료방송 M&A의 실상은 이동통신사업자가 케이블 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유료방송 사업자인 IPTV가 케이블 사업자를 인수 또는 합병하는 것이다. IPTV의 케이블 사업자 인수 및 합병은 사업자의 가입자 확보가 핵심 목표이기 때문에 융합된 미디어 시장을 활성화 시킬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선언적 의미에서의 투자전략 발표가 아닌 실체가 분명한 투자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둘째, 인수 및 합병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시장과 같이 3강 형태로 재편될 경우, 공정성과 다양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유료방송시장에 독과점 사업자가 출현할 경우 어떻게 규제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검토하고 독과점 상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규제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전국 사업자와 구분해 지역방송사업자의 지역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검토해야 한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지역가치와 지역성 구현을 위해 나름 많은 투자를 해왔고 인프라 구성이 완비돼 있다. 전국 사업자인 IPTV의 인수가 케이블산업의 역할을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는 미디어 산업의 변화는 자본력을 갖춘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종합적인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의 마련과 이행이 요구되며 미디어 산업에 대한 실질적 투자가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더불어 해외의 경쟁력있는 미디어 사업자들과의 교류 및 협력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로의 발전 역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