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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대기업도 흔들렸다… 막강해진 회계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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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동욱 기자
  • 배규민 기자
  • 김명룡 기자
  • 박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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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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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회계발 시장 개혁 시작됐다]

[편집자주] 3월 감사보고서 제출은 연례행사다. 올해는 달랐다. 회계법인은 대폭 강화된 책임에 맞춰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 기업들의 아우성에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퇴출 위기에 몰린 곳이 속출했다. 굴지의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내년도 기약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회계 발 시장 개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숫자 하나에 기업 운명 갈린다


[2019년 회계발 시장 개혁 시작됐다]①신(新)외감법 후폭풍...그룹 오너도 '비적정' 감사의견에 사임

회계 개혁 바람이 거세다. 올해부터 감사인의 권한과 책임을 대폭 강화한 '신(新)외부감사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숫자세계에서 '절충'이라는 이름의 '관행'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굴지의 대기업도 회계 이슈 하나에 뿌리채 흔들릴 수 있고, 내노라하는 회계법인도 회계 감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가는 존립이 위태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사례는 충격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과 충당금 설정을 놓고 대립하다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시장에 '쇼크'를 줬고, 결국 '오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물러났다.

부채가 많은 아시아나항공은 충당금을 추가로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감사인과 대립했지만, '부적정' 감사의견 앞에 이틀만에 무릎을 꿇고 재무제표를 수정했다.

[MT리포트] 대기업도 흔들렸다… 막강해진 회계 파워

결국 재감사를 통해 며칠만에 다시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지만, 상처는 너무 컸다.

실적은 쇼크 수준으로 악화됐고, 주가는 폭락했다. 더 큰 문제는 금융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계속 조달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상황에서, '믿을 수 없는 기업'이라는 인식은 '오너' 회장이 자리를 내놔야 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웅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웅진에너지도 지난 27일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해 '적절한 감사증거 미입수'를 이유로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았다. 2017년 말까지 삼정회계법인이 외부감사인을 맡았는데, 지난해 한영으로 바뀌면서 감사의견이 거절됐다. 이로 인해 총 750억원 규모의 채권 원리금 미지급이 발생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현재 웅진에너지는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 밖에도 감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거나 비정적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들이 최근 속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 중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은 총 34곳(코스피 6개, 코스닥 28개)에 달한다. 지난달 말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이 7곳(코스피 1개, 코스닥 6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비적정 기업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같은 '회계 쇼크'는 신외감법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면서 회계감사가 매우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한 회계위반 및 감사부실의 책임을 대표이사에게 묻는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시행규칙'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신외감법은 감사인의 독립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해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회계 제도를 도입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2018년 기준 63개국 중 62위로 수년째 최하위권이다. 그만큼 기존 회계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감사인의 독립성 문제를 비롯해, 형식적인 부실 감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도 그동안 지적돼 온 문제들이다.

새 제도 도입으로 감사인에 대한 회계기준 위반이나 오류에 대한 징계가 세졌다. 기업의 회계부정을 눈감아 준 회계법인은 감사보수의 최대 5배를 과징금으로 내게 될 수 있고, 형사처벌 수위도 기존 징역 5~7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됐다.

잘못했다 가는 대표가 잘리고 회계사가 감옥에 갈 수 있는 상황에서 고객인 기업과의 '짬짜미'는 불가능하다. 감사 수주를 위한 영업에 신경 쓸 필요 없이 감사인이 소신껏 판단해 결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표준감사기간 도입으로 감사 시간은 기존 대비 최대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더욱 꼼꼼하게 기업 장부를 들여다 볼 여력이 생긴 셈이다.

[MT리포트] 대기업도 흔들렸다… 막강해진 회계 파워

형식적인 감사를 했던 시대도 갔다. 그동안 수십 년간 감사인이 한번도 바뀌지 않은 대기업도 상당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감사인을 6년 동안 자유롭게 선임하고 그 뒤 3년 동안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지정하는 '주기적 지정제'가 시행된다. 우선 220개 기업이 대상이다.

회계 개혁은 현재 '진행중'이다. 진통과 우려도 있다. 표준감사시간 도입으로 당장 회계 비용이 늘어나게 된 기업들은 부담을 하소연하고, 회계 업계는 '생명줄'이 된 감사품질을 놓고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금융당국도 새로운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표준감사시간 제도 도입으로 일부 회계법인들이 기업에 과도하게 인상된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도 있고, 과도한 감사로 인해 부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감사인 간 소통은 더욱 중요해졌다. 금융감독원은 “비적정 감사의견의 주요 원인인 감사범위제한은 회사와 감사인의 충분한 사전 대비와 원활한 소통으로 예방 또는 해소가 가능할 수 있다"며 "양측이 서로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계법인들의 대형화 바람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올해 11월부터는 등록 공인회계사 40명 이상 회계법인만 상장기업 외부감사를 맡도록 한 감사인 등록제가 시행된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40인 미달 회계법인들이 합병하고 있으며 회계법인 대형화 바람이 불 것”이라며 “감사 실패에 대한 책임이 커짐에 따라 회계법인이 자신의 역량에 맞는 기업을 맡게 됨에 따라 시장 세분화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계 개혁은 우리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라며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 균형을 잘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동욱 기자



시장개혁 촉발 신외감법…진통 불구 '가야할 길'


[2019년 회계발 시장 개혁 시작됐다]②기존 체제와의 결별, 초기 갈등 불가피

감사인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인 ‘신(新)외부감사법’ 도입은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만큼 갈등과 진통, 그리고 초기 혼란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분식회계 등 회계와 관련한 큰 사건들이 많이 있었지만, 시장 개혁을 이끌 정도의 파동은 없었다. 이번 신외감법 도입은 기업과 회계법인 모두 '회계 투명성' 문제에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는 우리 사회에 회계 투명성에 눈을 뜨게 했고, 이에 마련된 신외감법은 2017년 9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민·관이 합동 회계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세부안을 만들고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됐다.

[MT리포트] 대기업도 흔들렸다… 막강해진 회계 파워

신외감법은 △표준감사시간 도입 △회계 부정 및 부실감사에 대한 제재 강화 △상장사 주기적 감사인 지정 △외부 감사대상 회사 확대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실효성 강화 등을 담고 있다. 모두 우리 경제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제도들이다.

표준감사시간은 적절한 감사품질 확보를 위해 감사인이 최소한 투입해야 할 표준시간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수차례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안이 확정됐지만, 감사비용 상승을 우려하는 기업들의 반대에 갈등은 컸다.

실제로 시가총액 1000억원대 코스닥 상장사인 A기업은 올해 기존 회계법인과 감사인 선임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존 4000만원이던 감사비용을 7000만원으로 1년만에 75% 인상해야 했다.

통상 기업과 회계법인은 통상 3년 단위로 감사인을 재지정하고 연 단위로 보수 협상을 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회계법인을 변경하지 않기 때문에 1년 차보다 2년 차, 2년 차보다 3년 차에 감사 보수를 소폭 인상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올해부터 표준감사시간이 도입되면서 회계법인들이 보수를 최소 120~200%까지 높여 부르고 있다.

A 기업 대표는 "기존에는 양측이 보수가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감사인을 다른 회계법인으로 바꿀 수 있었는데 최근엔 업계 전체가 이 같은 상황이라 보수 협상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회계업계는 정당한 보수책정이라고 맞선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시간 부족에 따른 애로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감사보수 증가는 감사투입 시간이 늘어난 결과이지 단가를 올린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회계업계 내에도 불만은 있다. 일부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표준감사시간 산출에 활용되는 감사인숙련도의 경력별 가중치에 불만을 나타냈다. 경력 15년 이상 회계사의 가중치가 경력 2년 이상 6년 미만의 회계사 대비 불과 1.2배로 설정됐기 때문. '빅4' 회계법인들은 회계사 시험 합격자들을 대부분 채용해 연차가 낮은 회계사가 많은 반면,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경력이 많은 회계사 비중이 높은 편이다.

금융당국도 불안하다. 과도하게 감사보수 인상을 요구하는 회계법인은 신고 받고 제재하기로 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 시행된다. 그동안은 기업과 회계법인은 일감을 주고 받는 ‘갑을관계’로 사실상 제대로 된 외부감사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였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들의 감사인은 상당수가 수십 년째 바뀌지 않았다.

앞으로 기업은 6년 연속으로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하고 이후 3년 동안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감사인이 바뀌면 과거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깐깐하게 감사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회계처리 방식 및 책임 등을 놓고 법적 공방도 벌어질 수 있다.

과도한 회계처리로 인한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정감사인의 요구로 뒤늦게 잠정실적은 바꾼 B사의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정감사인이 전(前)기 감사인이 했던 감사보고서 상의 실적을 바꾸라는 요구도 했다"며 "기존 내용을 다 뒤집어야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계법인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회계와 관련해 너무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며 "지정감사인의 요구를 물리적으로 다 맞출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는 최근 회계 관련 이슈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회사가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감사인의 의견에 따라 적자로 실적이 바뀌었다. 회사가 수익으로 잡은 부분을 감사인이 인정하지 않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못해서다. 그는 "기존에 해오던 회계 방식을 모조리 뒤집으면 기업이 대응할 시간이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동욱 기자, 배규민 기자, 김명룡 기자, 박계현 기자



'감사품질'이 생명…"이젠 양보다 질"



[2019년 회계발 시장 개혁 시작됐다]③회계법인 "투명한 경영인 아니면 감사수임 안 한다"

“감사계약을 수주하지 못한 것은 괜찮다. 그러나 감사품질에 문제가 생긴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회계업계 분위기에 대해 “감사품질이 최우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만해도 회계법인들은 돈이 되는 대기업 감사건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무리수도 나왔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일단 큰 계약을 따내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를 악용한 사례도 있다. 실제로 오너 일가의 그릇된 행동으로 공분을 산 한 대기업은 회계업계에서 ‘저가 수주’를 유도하는 갑질 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신외감법 시행으로 회계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빅4’ 회계법인들은 입을 모아 이제 ‘양보다 질’을 강조한다. 조직의 최우선 전략 목표도 ‘감사품질 향상’에 맞췄다.

[MT리포트] 대기업도 흔들렸다… 막강해진 회계 파워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은 신외감법 시행에 맞춰 ‘차세대 감사’(The Next Generation Audit)라는 새로운 개념의 회계감사방법론을 도입했다. 이는 효율적이면서도 품질 높은 감사를 위해 위험 중심, 내부통제 중심, 디지털 중심의 감사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또 감사 계획단계부터 종결까지 이중·삼중의 리뷰 절차를 시행 중이며, 그 결과에 대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삼정KPMG는 24개 산업별 전문 감사 조직을 운영하는 등 산업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감사품질 향상을 위해 조직도 개편했다. 감사품질 개선, 관리 및 감독 등을 맡는 총괄 기구로 감사품질위원회를 신설하고, 별도의 품질관리 코칭 전담팀인 '세컨 라인 오브 디펜스팀'(Second Line of Defense)을 만들어 품질관리 조직을 대규모 보강했다.

김교태 삼정KPMG 회장은 "감사품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감사품질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새로운 시장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품질을 위해 인공지능(AI)도 도입했다. ‘클라라(Clara)’는 글로벌 KPMG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 감사 플랫폼으로, 삼정KPMG는 2017년 회계감사부터 280여개 상장사 감사팀에 클라라의 전수 회계처리 분석기능을 시범 적용했다. 2년 후부터는 모든 회계감사 대상회사에 클라라를 적용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우수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계감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력 인프라 확보”라며 “회계사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 강화는 물론, 리스크 관리, 근무환경 관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유지와 개선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Y한영은 소속 회계사에게 1년에 100시간을 감사품질 교육시간으로 할애하고 있다.

회계법인들이 고객을 가려서 받으려는 움직임도 큰 변화다.

EY한영 관계자는 “리스크가 많거나 회사 자체의 비즈니스가 좋지 않은 회사의 경우 회계 분식의 유인이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투명한 경영진이 아니면 감사수임이나 제안 자체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동욱 기자



회계발 시장개혁 주도하는 '빅 4'


[2019년 회계발 시장 개혁 시작됐다]④회계업계 '메이저리그', 시장 놓고 '4강' 각축

2018년 2월 기준 국내 회계법인은 175개다. 이 시기에 한국 공인회계사 수는 2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기업체 등에 근무하거나 개업한 인원을 제외하고 회계법인(감사반 포함)에 소속된 회계사는 약 1만2200명. 이들 중 절반 가량은 4대 회계법인, 이른바 '빅4' 소속이다.

회계업계 내 '빅4'의 절대적 영향력은 수습공인회계사 분포에서도 나타난다.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후 지난해 회계법인에서 수습과정을 거치는 수습공인회계사의 67%를 '빅4'가 싹쓸이했다.

[MT리포트] 대기업도 흔들렸다… 막강해진 회계 파워
'빅4'는 매출액 기준 1위 삼일회계법인을 필두로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의 순이다. 이들 '빅4'는 크게 △회계감사 △세무자문 △재무자문 △컨설팅 등 사업조직을 갖추고 각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국내 대기업의 회계감사는 사실상 '빅4'의 몫이다. 회계발 시장개혁을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글로벌 회계법인들과 멤버펌 계약을 맺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1999년 PwC와, 삼정회계법인은 2000년 KPMG와, 안진회계법인은 2002년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와, 한영회계법인은 1985년 아서 영과 각각 멤버 펌(제휴법인) 계약을 맺었다.

◇삼일회계, 업계 리더십 주도

삼일회계법인은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50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매출 5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 사업연도(2017년)에는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한 559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소속 회계사수(수습 포함)는 올해 2월 기준 2008명이다.

1971년 십여 명의 회계사가 모여 설립된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48년 동안 단 한번의 합병도 없이 성장을 지속, 국내 최대 회계법인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12월부터 김영식 대표이사가 최고경영자(CEO)로서 조직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1978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김 대표는 수년 간 삼일의 세무, 감사 부문 대표를 맡아 성장을 이끌었다.

삼일회계법인은 업계 내 가장 많은 전문가를 보유하고, PwC와의 네트워크를 통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 서비스를 자랑한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주 활동 무대인 미국, 중국, 유럽 등 16개국에 49명의 회계사를 파견했다.

인공지능(AI) 신기술도 회계감사 업무에 적극 도입했다. 모든 감사 프로세스를 전산화했고, 감사 조서 및 관련 증빙도 모두 전산화했다.

주요 감사고객으로는 삼성전자, LG전자, LG화학, 이마트, CJ, 아모레퍼시픽, 삼성물산, 현대건설, 한화 등 대기업과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금융기업들이 있다. 또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 기술기업 뿐 아니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 감사도 맡고 있다.

◇삼정KPMG, 높은 성장률로 2위 굳히기

삼정KPMG는 지난 2011년부터 연평균 14%의 고속 성장을 기록하며 선두를 추격하고 있다. 2017사업연도에는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한 382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 대비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감사, 세무, 어드바이저리 부문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수습을 포함한 소속 공인회계사수는 2017년 기준 1667명이다. 회계법인의 자산은 ‘사람’ 이라고 여기며 우수인재 확보 및 육성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삼정KPMG는 최근 4년 연속 업계에서 신입회계사를 가장 많이 뽑은 회계법인이다. 지난해 뽑은 신입회계사는 370명에 달한다.

삼정KPMG는 김교태 회장이 2011년 5월부터 이끌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1981년 KPMG에 입사, KPMG 미국 새너제이 및 영국 런던 오피스에서 근무하며 국제적 업무역량을 쌓았다. 1998년부터 금융 분야의 회계감사, 컨설팅에 주력하며 금융사업본부를 만들어 법인 내 핵심사업본부로 성장시켰다.

삼정KPMG의 연혁은 1969년 KPMG의 전신인 PMM 서울사무소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정부가 외국계 은행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면서 외국 공인회계사의 국내 활동을 허용했고, PMM이 글로벌 회계법인 중 처음으로 한국에 서울사무소를 열었다. 삼정회계법인은 1994년 설립됐고 2000년 KPMG와 멤버펌 계약을 체결했다.

삼정KPMG는 규모가 크고 복잡한 거래가 많은 대형 기업에 대한 풍부한 감사 경험이 강점이다. 또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는 회계법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의 새로운 시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기업들의 대북사업 지원을 위한 ‘대북비즈니스 지원센터’도 2014년 발족했다.

주요 감사고객으로는 신한금융그룹, 삼성화재, SK텔레콤,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이다. 2019 회계연도부터 신규 감사 클라이언트가 된 기업은 현대자동차, SK브로드밴드, GS 등이다.

◇딜로이트안진, 젊은 리더십 앞세워 실적회복 가속

딜로이트안진은 올해 3월 ‘빅4’ 회계법인 중 가장 젊은 CEO가 취임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올해 50세인 홍종성 총괄대표이사(CEO)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입사해 20여년간 회계감사 및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최근까지 재무자문본부를 이끌면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1년간 상장사 등의 신규감사 계약이 금지되는 등 큰 위기에 처했던 딜로이트안진은 2018년을 기점으로 영업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안진회계법인 기준으로 2016년 회계연도 3090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2017년 2919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실적 개선을 위해 딜로이트안진은 경쟁력 있는 세무자문본부와 재무자문본부의 서비스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회계감사에 인공지능(AI)와 데이터 애널리틱스 등 첨단 회계감사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3월 초 기준 소속 회계사는 1081명(수습회계사 포함)이다.

1987년 설립된 안진회계법인은 2002년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와 제휴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다.

딜로이트안진은 올해 농협금융지주와 관련 그룹사, 현대엔지니어링, 서브원, 한화호텔앤리조트 등 신규 감사계약을 따냈고, LG, LS, 대림산업, 신세계, 삼천리 등과 재계약을 맺었다.

◇EY한영, ‘글로벌 통합’ 강점

EY한영은 2017 회계연도에 265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전년 대비 약 23% 성장했다. 2015 회계연도까지 ‘빅4’ 중 유일하게 1000억원대 매출에 머물렀던 EY한영은 최근 급성장하며 3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소속 공인회계사(수습 포함)는 1205명이다.

지휘봉을 쥔 서진석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1990년 EY한영에 입사해 2012년부터 감사본부장을 맡았고, 2015년 CEO 자리에 올랐다. 1965년생인 서 대표는 당시 ‘빅4’ 최연소 CEO였다.

EY한영은 흡수합병을 통해 성장했다. 1982년 설립된 오양회계법인이 1985년 이화 및 정한회계법인을 흡수 합병하면서 회사명을 영화회계법인으로 바꿨고, 같은 해 미국 회계법인 아서 영과 제휴를 맺었다. 이후 1989년 아서 영과 언스트 앤 휘니의 합병으로 탄생한 언스트 앤 영(EY)과 멤버 펌을 체결했다. 1993년 동림회계법인을 흡수합병했고, 2005년 한영회계법인으로 사명을 바꿨다.

EY한영은 ‘빅4’ 중 글로벌 멤버십 통합이 가장 잘 돼 있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감사, 회계 이슈가 발생하면 멤버십 펌끼리 빠른 소통이 이뤄져 세계 선진 기법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데이터 애널리틱스 기법으로 이상 항목을 발견하는 선진화된 감사 도구를 활용하는 등 디지털화에도 강점이 있다.

올해 신규 감사고객으로 한국전력,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한솔제지, 한미약품 등이며, SK, 포스코인터내셔널, LG상사, 에스원, 하이트진로, 녹십자홀딩스 등과는 감사 재계약을 맺었다.

임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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