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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김정남 암살'과 2019년 2월의 '北대사관 침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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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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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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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2년 시차로 北무대 '첩보영화' 현실서 재연...북미 얽히고설켜 '한반도 정세' 영향 가능성도

【샤알람=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를 받았던 있는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이 1일(현지시간) 미소를 지으며 말레이시아 샤알람의 고등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날 흐엉의 혐의를 '살해'에서 '상해'로 고쳤으며, 재판부는 상해죄를 인정한 흐엉에 3년 4개월형을 선고했다. 2019.04.01 / 사진=오애리
【샤알람=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를 받았던 있는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이 1일(현지시간) 미소를 지으며 말레이시아 샤알람의 고등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날 흐엉의 혐의를 '살해'에서 '상해'로 고쳤으며, 재판부는 상해죄를 인정한 흐엉에 3년 4개월형을 선고했다. 2019.04.01 / 사진=오애리
북한을 매개로 첩보영화에서나 볼 법한 사건들이 꼭 2년의 시차를 두고 현실에서 일어났다. 발생 당시의 주변 정세와 공수가 바뀌었다는 점이 다르지만 연결 지점이 존재한다. 북미가 미묘하게 얽히고설켜 한반도에 미칠(미친) 영향도 작지 않아 보인다. 2017년 2월의 김정남 암살 사건과 2019년 2월의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 사건 얘기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정남 암살사건은 살인범없는 '영구 미제' 사건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북한 소행이란 증거가 차고 넘쳤지만 거기까지였다. 사건 발생지인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이 암살 혐의를 받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여성 2명을 모두 석방하기로 했다.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온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31)은 지난 1일 살인 혐의 대신 상해죄를 적용받았다. 다음달이면 풀려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국적인 시티 아이샤(27)는 지난달 무혐의로 먼저 석방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2017년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됐다. 두 여성이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얼굴에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두 여성은 북한 보위성 소속 공작원들에게 속았다고 주장했다. 리얼리티쇼 촬영으로 알고 '연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살해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사법당국도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북한이 모르쇠로 일관했으나 한미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의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취소 때까지 유효한 명령)'를 북한 공작원들이 실행한 것"이라고 사실상 결론내렸다. 미 국무부가 같은 해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배경이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일촉즉발이던 한반도 정세는 더 얼어 붙었다.

【마드리드=AP/뉴시스】26일(현지시간) 스페인 법원은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한 괴한 10명 중 한국인, 미국인, 멕시코인 등 3명을 기소하면서 이들이 당시 빼내 간 자료 제공을 위해 FBI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10명이 연루된 '범죄조직'이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상해, 협박,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른 다양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해 공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훔쳐 달아난 바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북한 대사관 직원이 기자들의 촬영을 제지하는 모습. 2019.03.27. / 사진=민경찬
【마드리드=AP/뉴시스】26일(현지시간) 스페인 법원은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한 괴한 10명 중 한국인, 미국인, 멕시코인 등 3명을 기소하면서 이들이 당시 빼내 간 자료 제공을 위해 FBI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10명이 연루된 '범죄조직'이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상해, 협박,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른 다양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해 공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훔쳐 달아난 바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북한 대사관 직원이 기자들의 촬영을 제지하는 모습. 2019.03.27. / 사진=민경찬

그로부터 2년 후인 지난 2월22일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이 털리는 영화같은 사건이 재연됐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2차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5일 앞둔 시점이었다. 미국과 멕시코, 한국 등 다국적 괴한 10여 명이 대사관 직원들을 제압하고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휴대전화, USB(휴대용 저장장치) 등을 훔쳐 유유히 사라졌다.

사건 발생 한 달 남짓 후인 지난달 27일 자유조선은 "미 연방수사국(FBI)과 상호 비밀유지를 합의하고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certain information)를 공유했다"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시인했다. 앞서 스페인 사법당국이 발표한 잠정 수사결과의 큰 줄기를 인정한 것이다.

자유조선은 두 사건 모두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반북단체다. 김정남 암살 직후 아들인 김한솔을 도피시킨 것으로 알려진 옛 천리마민방위가 전신이다. 지난달 28일 성명에선 "김정은 정권을 뿌리째 흔들고, 김씨 일가 세습을 끊기 위해 탈북민을 중심으로 조직한 단체"라고 스스로를 규정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자유조선 핵심 인물이자 대사관 침입사건을 주도한 멕시코 국적의 재미교포 2세 에이드리언 홍 창(35)이 암살 직전인 2017년 1월까지 김정남에게 수차례 "망명정부 지도자가 돼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침묵하던 북한도 최근 공세를 취했다. 이번 사건을 "국제법을 유린한 '테러'"로 규정하고 'FBI 연관설'을 주시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배후라고 단정하진 않았으나 여지를 남긴 것이다. 미 국무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2년 전 사건과 견줘 공수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북한대사관 침입사건 역시 상황 전개 추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한국과 미국 국적자들이 포함돼 있는 데다 FBI와 미 중앙정보국(CIA) 연관설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여서다.

반북 단체가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행동'에 나선 건 초유의 일이다. 유례없는 위기감을 느낄 법하다. 북한이 3차 북미정상회담 타진을 위한 미국과의 기싸움 과정에서 대미 압박 '지렛대'(레버리지)로 활용하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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