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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지시 부담"…현직판사, 사법농단 재판 첫 증인(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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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0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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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주 "임종헌, 전교조 사건 특정 방향으로 검토 지시" 임종헌 측 "재판 영향 주려는 의도로 작성하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4.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4.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사법농단 관련 사건 중에서 처음으로 증인이 법정에 출석했다.

주인공은 현직법관인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로, 그는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사법부의 권한을 남용한 보고서를 비밀스럽게 작성해 부담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2일 열린 임 전 차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 당시 '사법부 권한 남용 관련 내용이 많이 포함됐고 비밀스럽게 작성해 부담을 느낀 게 사실'이라고 진술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진술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임 전 차장의 지시가 부당한데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던 심의관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업무 과중으로 인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임 전 차장 개인으로 인한 부담이나 어려움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직속 상관인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각종 재판 거래 문건을 생산한 의혹을 받는다.

당시 작성된 문건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검토 및 판결 선고에 대한 각계 동향 문건 등으로 상고법원 도입 등을 위한 청와대와의 관계 정립을 위해 재판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검토됐다.

정 부장판사는 당시 상고법원 도입과 관련한 대응전략 보고서를 작성한 것과 관련,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했냐"는 질문에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비서실에 근무했던 성창호 부장판사로부터 양 전 대법원장의 의중을 전달받은 정황도 확인됐다.

당시 정 부장판사는 "비서실 판사는 대법원장 정책의 진행사항을 점검하고 법관사회에 대법원장의 의중을 전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 업무이관 방안'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부장판사는 "성 부장판사가 행정처를 수시로 방문해 심의관을 접촉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당시 성 부장판사가 심의관과 회의나 사석에서 '대법원장의 생각이 이러하다'고 말했던 점에 대해선 "대법원장의 의중을 전달하는 업무의 일환으로 생각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 선고와 관련해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정치권·청와대·언론 등의 동향을 파악해 작성된 보고서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판결 선고 후 민정라인을 통해 판결 취지가 잘 전달됐다", "재판 과정에서 대법원이 정부와 재계 입장을 최대한 파악하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 선고 결과에 대해 대법원이 정부와 재계의 고민을 잘 헤아리고 있는 것으로 청와대가 보고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 부장판사는 "이런 표현들은 증인이 누군가에게서 듣고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검찰의 질문에 시인했다.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상고법원 추진 관련 대국회 동향, 원세훈 사건 보고서, 정세분석 보고서 등을 작성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인정했지만, "누구로부터 들었냐"는 질문에 대해선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 News1 임세영 기자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 News1 임세영 기자

그는 또 2014년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처분'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검토한 문건도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작성했다고 인정했다. 이 문건에는 대법원이 고용노동부의 재항고를 받아들여 파기환송하는 것이 청와대와 대법원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정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단어나 짧은 문구 형태로 구술해준 주요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에 적합한 형태로 정리하는 작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의 "재항고 사건을 인용 방향으로 검토하라고 임 전 차장이 지시한 것이냐"라는 물음에는 "결국 그런 지시를 했던 것"이라고 실토했다.

정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으로부터 '청와대로서는 전교조 사건이 최대 관심사라 만약 재항고가 기각되면 역풍이 불 수 있고 사법부에 대한 보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배경 설명을 들었다"며 "그래서 재항고 결정으로 제게 구술해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법원의 대응방안을 검토한 것이지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날 임 전 차장은 "정 부장판사와 오랜 인연이 있는데 이런 자리에서 만나 마음이 무겁고 상관으로서 책임감 느낀다"는 말과 함께 직접 증인신문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검찰 주신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끼어들어 검찰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재판부도 아닌데 마치 소송을 지휘하듯 이의를 제기한다"고 말했고,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을 제지했다.

아울러 이날 재판부가 임 전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발견된 USB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관련 문건들이 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임 전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USB를 발견했다. 해당 USB에는 임 전 차장이 과거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 8600여건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이날 재판은 12시간 넘게 이어졌다. 오는 4일에는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증인 신문이 예정됐지만 박 부장판사는 그 다음날 재판이 잡혀있다며 해당 기일에는 출석이 어렵다고 검찰 측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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